1호 처분도 대입 반영되자 학폭위 대응 ‘컨설팅 시장’ 확산…진술서 첨삭·질의응답 코칭까지 유료 제공

심의 건수가 늘어난 것과 달리 실제 처분 건수는 전년보다 2.7% 감소했다. 종로학원은 “대학이 대입에 학폭에 대한 강도 높은 불이익을 적용하자 학생들의 심의 요청이 늘고 있지만 실제 처분 결과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2028학년도부터는 수시, 정시 모두 주요 대학들의 학생부 평가가 강화돼 학폭 관련 사항은 대입에 더 치명적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학폭 사건을 전문으로 내세운 법률·컨설팅 시장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학폭위 대응 전략, 진술서 작성 의견서 첨삭, 학부모 상담 등을 제공하는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19년 7월 전문분야 등록제도 도입 당시 4명에 불과했던 학폭 전문 변호사가 2026년 3월 기준 68명으로 17배 늘었다. 주요 로펌들도 전직 교사나 학폭위 위원 출신 변호사를 영입하며 관련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변호사나 행정사 직군뿐 아니라 전직 교사나 교육전문가를 내세운 컨설팅 업체도 성행하고 있다.
업체들은 학폭위 대응 전략 수립과 의견서 작성, 질의응답 코칭 등을 유료로 제공하고 있다. ‘일요신문i’는 학부모 신분으로 학폭 컨설팅 업체에 상담을 요청했다. 학폭 전담 교사 출신이 운영한다고 내세운 이 업체 관계자는 “2026학년도부터는 1호 처분도 대입에 반영된다. 1호 처분은 한 차례에 한해 학생부 기재가 유예되지만 두 번 받으면 기록이 남기 때문에 1호 처분을 받는 것을 목표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전략을 조언했다.
그러면서 “피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사과의 뜻을 간접적으로 전하고 그 증거를 다 남겨둬야 한다. 감경사유가 되기 때문”이라며 “교육청이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예상 질문과 답변을 미리 준비해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가 제시한 학폭 컨설팅 비용은 “학교장 종결 시 40만 원, 의견서 코칭은 35만 원, 질의응답 질문지 작성은 35만 원 등 100만 원 안팎이 든다”고 안내했다.
학교 현장에서도 실제 학폭 대응의 법률·전문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황혜영 학교폭력 전문변호사(법무법인 에이파트)는 “대입에서 학폭 조치사항 반영이 강화되면서 학폭 신고 이후뿐 아니라 신고가 우려되는 경우에 미리 대응하기 위한 상담 진행도 경우가 늘고 있다”며 “과거보다 학부모들이 학폭 사안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생활부장을 맡고 있는 노수안 교사(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 사립위원장)는 “예전에는 학생 간 갈등을 학교 안에서 교육적으로 풀어보려는 시도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문제가 커질 것 같으면 학부모들이 외부 도움을 받으려는 경우가 많다”며 “변호사나 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받은 학부모들이 제출한 진술서는 티가 난다. 단순한 사안도 법적 절차로 가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노수안 교사는 “애초에 학폭 해결은 교육적인 목적이었지만 최근 학교 현장에서는 행정심판이나 가처분 신청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학생 관계 회복이 목적이 아닌 절차만 남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폭 조치사항의 대입 반영이 강화되면서 학부모들이 학교폭력을 교육 문제라기보다 입시 리스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정보를 얻고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경제적 여건에 따른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폭 제도가 학생 관계 회복과 교육이라는 본래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경미한 갈등까지 모두 학폭 절차로 해결하는 현재 방식이 적절한 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