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속 ‘손의 노동’과 ‘사유의 깊이’로 존재의 자리 탐색
중견 작가 권영술이 6월 23일부터 7월 31일까지 삼세영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 ‘ICON: The Chair Series’를 통해 자신의 오랜 화두였던 ‘의자’ 연작을 집대성한다.

이번 전시는 ‘의자’라는 일상적 사물을 통해 인간 존재와 욕망, 기억과 시간의 구조를 탐구해 온 작가의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권영술 작가에게 의자는 단순히 앉는 기능을 지닌 사물이 아니라 삶이 잠시 머무는 자리이자 욕망과 기억이 축적되는 심리적 공간이다. 그는 앉는 행위에서 출발한 형상을 삶이 잠시 쉬는 장소이자 욕망이 축적되는 무대, 시간이 응고되는 조형 구조로 확장해 왔다.
작품의 핵심은 점과 선의 반복적 행위를 통해 구축되는 독창적인 서사 구조에 있다. 배경을 촘촘히 채우는 수많은 점들은 모래알처럼 흩어진 인간 군상과 우주의 입자를 동시에 상징하며, 정교한 흑백 드로잉과 강렬한 원색 배경의 대비는 화면에 높은 긴장감을 부여한다. 이 같은 노동집약적 과정은 동시대 회화에서 보기 드문 밀도 높은 조형성을 완성하며 시간의 축적과 노동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40년 화업, 독창적 회화 세계의 현재
1957년생인 권영술 작가는 동아대학교에서 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개인전 19회와 단체·기획전 150여 회에 참여하며 부산을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활동해 온 중견 작가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과 부산시립미술관 등 주요 기관에 소장돼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해 온 다층적 회화 세계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삼세영갤러리 관계자는 “권영술의 작업은 대중적 시각성과 철학적 깊이를 동시에 획득한 독보적인 회화 세계”라며 “강렬한 조형성과 압도적인 서사 구조는 국내외 컬렉터와 미술계 관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자의 체험으로 완성되는 사유의 경험
일상의 기억과 체험을 서정적 기호로 전환하는 권영술의 회화를 접한 관람자는 화면의 표면을 따라 이동하며 하나의 이야기에서 또 다른 감각으로 건너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의자와 소파, 도시 건축물, 계단, 악기, 여체, 자연, 유적 등 서로 다른 이미지들은 촘촘한 관계망 속에서 유기적인 질서를 형성하며 복합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는 관람자가 작품을 단순히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화면 내부를 따라 이동하며 자신의 기억과 욕망을 투영하는 사유의 장으로 기능한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과 개념미술이 주류를 이루는 현대 미술계의 흐름 속에서 회화라는 전통 매체가 어떻게 동시대적 의미를 획득하고 새로운 서사를 구축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점과 선으로 쌓아 올린 그의 작품 세계는 관람자의 체험과 감각이 개입할 여지를 남기며, 40여 년간 한 작가가 축적해 온 시간의 깊이를 보여준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