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아, 내거 줄게 그거 다오’
그러나 그룹 내 위상은 사촌동생인 최태원 회장이나 친동생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에 비해 약하다. 이런 까닭에 최신원-최창원 형제의 분가설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최창원 부회장의 SK케미칼은 지난해 분가의 발판을 어느 정도 마련한 반면 최신원 회장은 SKC 지분율이 턱없이 부족해 당분간 SK그룹 계열에서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보니 최신원 회장의 분가 가능성을 높게 보는 업계 인사들 사이에 ‘꼭 SKC여야 하나’는 인식이 싹트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시선이 새롭게 향하는 곳은 바로 워커힐이다.
지난해 SK그룹 지주회사제 개편에서 최창원 부회장의 SK케미칼이 제외돼 사실상 분가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는 평이 뒤따랐다. 그러나 최신원 회장의 SKC는 최태원 회장의 SK그룹 계열사로 남게 됐다. SK㈜가 42.5% 지분을 지닌 최대주주로 군림하는 반면 최신원 회장의 지분율은 2%대였기 때문에 지분구조상 그룹 울타리 안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지난 한 해 동안 최신원 회장은 SKC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했다. 2007년 초만 해도 1.97%에 불과했던 지분율을 현재 2.79%까지 끌어올렸다. 1년간 지분 매입에 들인 돈만 57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최신원 회장이 지분구조상으로 SKC를 장악하기엔 갈 길이 너무 멀어 보인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해 SK케미칼 지분을 처분한 것처럼 최신원 회장도 최태원 회장의 SK㈜와 SK에너지 지분을 팔아 실탄을 마련할 수도 있다.
현재 최신원 회장은 SK㈜ 주식 5510주(0.01%)와 SK에너지 주식 1만 3490주(0.01%)를 갖고 있다. 1월 10일 현재 주가(SK㈜ 19만 5000원, SK에너지 16만 3500원)로 환산하면 최신원 회장은 해당 지분 매각으로 32억 6000만여 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이는 1월 10일 SKC 주가 2만 5600원 기준으로 볼 때 12만 7000여 주 매입 가능한 금액으로 지분율 0.35%에 해당한다. 그래봐야 최신원 회장의 SKC 지분율 2.79%에서 3.14%로 소폭 늘릴 수 있을 뿐이다.
최신원 회장의 지분율이 SK㈜에 비해 워낙 달리다보니 SK 분가 가능성을 주시하는 업계 인사들은 ‘이렇게 가다간 10년이 걸려도 어려울 것’이라 전망하기도 한다. 아울러 ‘최신원 회장의 몫을 SKC로 국한시켜 볼 필요가 있나’란 소수 의견도 뒤를 따른다. 지난해 최창원 부회장의 SK케미칼이 지주회사체제에서 분리된 것처럼 최신원 회장의 분가 수순 역시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지분 정리가 좀 더 용이한 회사를 선택해야할 것이란 지적이다.
일각에선 SKC 지분 확보에 힘겨워하는 최신원 회장이 워커힐을 주시하고 있을 거라 보기도 한다. 최신원 회장이 워커힐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다. 워커힐은 SK그룹 창업주이자 최신원 회장 선친인 고 최종건 회장이 마지막으로 인수한 기업으로 ‘(최신원 회장이) 자식된 입장에서 워커힐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주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 최신원 회장의 실제 거주하는 곳도 워커힐 내 빌라콘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C 지분을 현재 SK㈜가 지닌 40%가량 확보하려면 4000억~500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지난해 4월 최태원 회장이 SK네트웍스에 무상 출연한 워커힐 지분 40.69%가 1200억 원 정도 가치를 인정받은 것과 비교된다.
SKC와 달리 워커힐은 비상장 기업인만큼 총수일가 내 동의만 있다면 SKC에 비해 최신원 회장이 지분을 늘리는데 드는 부담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워커힐의 최대주주는 SK네트웍스(50.37%)며 한국고등교육재단(8.75%)에 이어 최신원 회장의 SKC(7.5%)가 3대 주주에 올라있다.
최신원 회장의 분가설이 워커힐과 맞물려 묘한 시각을 낳는 배경엔 최근 워커힐의 실적 악화도 한몫을 하고 있다. 워커힐은 지난 2005년에 217억 원, 2006년 207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반면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29억 원에 그치고 있다. 이대로라면 전년 대비 영업실적 80% 감소가 예상되는 것이다.
워커힐 카지노 이전설 역시 최태원 회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대목일 것이다. 파라다이스그룹이 운영하고 있는 워커힐 카지노는 연간 임대료가 90억 원을 웃돌고 카지노 손님이 워커힐 호텔 객실 영업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카지노가 빠져나가면 워커힐로서도 큰 손실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파라다이스가 워커힐에 있는 카지노를 시내에 있는 소공동 롯데호텔로 이전해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지난해부터 널리 퍼진 상태다. 최태원 회장의 지분 무상 출연으로 워커힐 내 최 회장 개인 지분이 없는데다 최근 실적 악화 그리고 지분구조 문제 등이 뒤섞여 워커힐이 최신원 회장의 분가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 선친인 최종현 전 회장이 생전에 거주했던 곳도 워커힐 빌라콘도였던 만큼 최 회장의 워커힐에 대한 애정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전언이다. 올 신년사에서 최 회장이 “따로보다는 같이 할 때 보다 큰 성과를 빨리 낼 수 있다”고 역설해 SK를 둘러싼 계열분리설 확산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기도 했다.
지분구조상으로도 최신원 회장의 분가는 아직 멀고 먼 이야기다. 그럼에도 최신원 회장은 지난 연말 계열분리 문제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며 워커힐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자신감이 현실화될지 두고 볼 일이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