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팔방미인’ 누가 더 똑똑할까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카시오, 샤프전자, 한누리비즈 전자사전. | ||
샤프전자는 1998년 리얼 딕셔너리(Real Dictionary 진짜 사전)의 약자인 ‘리얼딕’이라는 브랜드의 전자사전을 출시했다. 리얼딕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기존 영어공부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소비자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받은 것. 이러한 이유로 리얼딕은 출시 후 단 한 번도 판매 1위의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다소 주춤한 상태. 한때 80%를 넘겼던 시장점유율이 지난해엔 40%대까지 떨어졌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후발 주자들도 많이 나왔고 시장도 성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며 ‘위기설’을 일축했다.
샤프전자는 대목을 앞두고 지난해에 출시한 ‘RD-CX300’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우선 전자사전 중에서는 가장 큰 20GB의 메모리를 탑재했다. 따라서 음악 듣기는 물론 영화 보기가 한층 수월해졌다고 한다. 음성녹음과 전자책 보기도 가능하다.
RD-CX3000의 가장 큰 장점은 ‘업그레이드된 학습기능’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제품으로 강남구청 EBS 이투스 등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영어 강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가격은 39만 8000원.
토종 전자사전업체인 한누리비즈는 2003년 개발을 시작해 2006년에 ‘누리안’이라는 이름이 붙은 전자사전을 출시했다. 결과는 ‘대성공’. 특히 같은 해 12월에 나온 누리안 ‘X9’는 10만 대가 넘게 팔리며 아직도 단일기종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엔 전체 시장점유율도 기존 제품들을 물리치고 2위로 올라섰다.
경쟁사에서는 이런 누리안의 선풍적인 인기가 ‘반짝’일 것이라고 평가 절하하기도 한다. 디자인이 독특하고 집중적인 광고 덕분에 점유율이 순간적으로 올라갔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한 경제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제품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누리안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지적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갑자기 치고 올라오니까 억지로 깎아 내리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제품 기능면에서도 다른 제품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말. 그는 “우리는 1996년부터 전자사전 시장에 뛰어들었다. 노하우가 다른 회사들보다 훨씬 앞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누리비즈는 국내 최초의 전자사전 ‘에이원프로’의 유통을 맡았던 회사다.
한누리비즈도 2월과 3월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 듯하다. 지난해에 그 특수를 톡톡히 누렸기 때문. 그래서 올해 다시 칼을 갈고 있다. 그 일환으로 야심작인 누리안 ‘X20’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제품 역시 동영상 보기, 음악 듣기, 음성 녹음 등 다양한 기능을 갖췄다. 눈에 띄는 것은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면서도 단어를 검색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기능’을 탑재했다. 여기다가 업계 최초로 활용빈도가 높은 11개국 다국어 사전을 수록했다. 또한 펜터치 기능을 강화, 펜 인식률을 높였다. 가격은 미정.
카시오는 누리안이 나오기 전만 해도 부동의 업계 2위였다. 누리안보다 3년 빠른 2003년에 ‘엑스워드’를 출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나 싶더니 후발주자인 누리안에 밀렸다. 이런 사실을 카시오 측에서도 순순히 인정한다. 지난해 점유율은 20%를 넘기지 못했다.
카시오의 전자사전은 경쟁 제품에 비해 ‘화려함’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기능도 단순해 보인다. 동영상·MP3파일 재생, 녹음 기능, 전자책 보기 등 요즘 웬만한 전자사전에는 있는 기능들이 엑스워드에는 없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사전 기본기능에 충실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콘텐츠 면에서는 업계 최강이다. 내용도 풍부할 뿐 아니라 영어, 중국어, 일어 모두 원어민의 발음을 넣었다”라고 밝혔다.
카시오는 지난해 업계 최초로 자필인식기능이 가능한 ‘EW-H6000’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찾고자 하는 단어를 키보드 밑에 별도로 설치된 스크린에 펜으로 써서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가격은 20만 원대 초반으로 타 제품에 비해 싸다. 사전의 본래 기능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