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불법’ 판결 나오면서 수임료 음성화 폐단…최근 2심서 “과하지 않은 수준에 합의했다면 유효” 결정
조순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이 자리에서 “대법원의 형사성공보수 무효 판결로 계약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좋지 못한 풍토를 만들었고, 변호사는 의뢰인을 믿지 못하는 상황을 야기시켰다”며 “대법원이 (형사성공보수를 인정한) 2심 판단을 받아들여 형사성공보수가 정상화돼 변호사들이 ‘업무에 따른 정당한 비용’을 받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11년 동안 굳게 닫혀 있던 형사성공보수 빗장이 풀릴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법조계에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변회는 전국 지방 변호사회와 공동으로 ‘성공보수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성명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보수’ 못 받게 만든 2015년 판례
2015년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형사사건과 관련해 체결한 변호사 성공보수 약정에 대해 무효’라고 사상 처음 판결했다. 지난 11년 동안 변호사 업계의 ‘수임료’를 뒤흔든 시작점이었다.
당시 허 아무개 씨는 2009년 10월 절도 혐의로 구속된 부친을 위해 조 아무개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보석 허가로 석방되기 전 1억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이후 성공보수 1억 원은 지나치게 과해 신의성실원칙에 반한다며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2심은 “1억 원의 성공보수는 지나치게 많으니 4000만 원은 돌려주라”라고 결정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민법 103조를 근거로 삼아 ‘성공보수’ 자체를 아예 무효로 보는 판단을 내렸다. 민법 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은 “형사사건의 성공보수는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 대가와 결부시켜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할 위험도 있는 만큼 민법 103조에서 정한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대법원은 사건 종류를 불문하고 성공보수 약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유효하며 다만 금액이 부당하게 과한 경우에만 신의성실원칙을 들어 일부 무효”라고 판단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5년 변호사 보수가 의뢰인과 자유로운 합의라고 해도 성공보수 약정에 따른 폐단과 부작용이 사회질서를 위반할 만큼 크다고 과거 판단을 뒤집은 것이다.
#“계약까지 법원이 개입” 불만 들끓었던 법조계

하지만 최근 변호사 업계를 들끓게 만든 하급심 판단이 나왔다. 1월 2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3부(부장 최성수·임은하·김용두)에서 성공보수에 대해 ‘인정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온 것.
사건은 11년 전과 유사했다. 한 법무법인이 의뢰인과의 갈등 속에 소를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의뢰인 A 씨는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후, 한 법무법인과 “항소심에서 무죄가 확정될 경우 성공보수금 3300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정을 맺었다. 해당 법무법인은 결국 최종 무죄를 받아냈으나, A 씨는 2015년 대법원 판례를 근거 삼아 “형사성공보수는 원천 무효이므로 돈을 줄 수 없다”고 버텼다.
1심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기존 대법원 확정 판례에 따라 의뢰인 측에게 지급 의무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다르게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3부는 “자유로운 위임 계약에 기초한 성공보수를 일률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사법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개별 사안(무죄 확정 등)은 유효하다”며 330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과하지 않은 수준의 성공보수에 양측이 합의했다면 성공보수 자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 것이다.
#국내 법조 시장 지형도 바뀔 가능성 높아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 변호사 단체들은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변회는 1심부터 의견서를 제출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터라, 대법원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성공보수가 무효화되면서 △사건을 선임만 하고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경우 △성공보수를 가상화폐 등 불법적으로 받는 경우 등이 증가하면서 오히려 시장이 혼탁해졌다는 게 법조계에서 나온 불만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한 소형 로펌의 대표 변호사는 “경력이 많은 전관이나 대형 로펌의 경우 높은 착수금과 높은 성공보수를, 경력이 적은 변호사에게는 적은 착수금에 적은 성공보수를 주는 계약을 맺으면 되는 게 시장의 논리”라며 “변호사 입장에서도 사건이 장기화 될 때 성공보수가 없으면 계속 에너지를 쏟아야 할 동력이 사라지지 않냐. 성공보수 부활은 의뢰인에게도 절대 불리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대한변협 한 관계자는 “똑같은 아파트를 누구는 10억 원에, 누구는 6억 원에 팔았을 때 10억 원에 매매한 사람의 계약에 대해 법원이 ‘왜 비싸냐’며 개입하고 있는 셈”이라며 “계약은 양쪽이 합의 하에 했다면 법원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 왜 민사사건은 성공보수가 존재할 수 있고, 형사사건은 불가한가. 성공보수도 계약 당사자가 합의했다면 문제가 없는 명백한 합법”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도 사건을 배당하고 본격 검토에 나선 상황. 만일 대법원이 이번 2심 판결을 수용해 11년 만에 형사성공보수를 허용할 경우, 국내 법조 시장의 지형도는 통째 바뀔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음성화됐거나 제대로 산정되지 않았던 성공보수가 ‘홍보, 마케팅’에 등장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찰 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아예 로펌들이 수임료 300만 원이라고, 명시적으로 홍보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기에 성공보수가 부활하면 성공보수를 1000만 원 이상 받지 않겠다 등 대놓고 금액을 제시하는 마케팅이 등장할 수 있다”라며 “성공보수 부활 시 형사사건 시장 규모가 자연스레 커지면서 1000억 원 이상의 시장이 양지에서 형성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