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온 떡도 굴려야 커진다
각 금융사 PB센터 전문가들은 뜻하지 않게 생긴 목돈을 굴리기에 앞서 자신의 투자 성향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여윳돈’의 개념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할지 아니면 ‘정말 필요할 때 요긴하게 써야할 돈’으로 보수적인 투자를 할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
보수적 투자자라면 은행을 찾아 일명 ‘특판예금’이라고 불리는 특별판매 정기예금을 노려볼 만하다. 현재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농협 등은 6% 중반대의 특판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은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1000만 원 이상을 가입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100만 원, 300만 원 이상의 상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가입기간 역시 기본 1년 이상이지만 6개월 이상인 상품도 많다. 물론 기간이 길 경우 금리가 더 후하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저축은행을 찾아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실 저축은행은 대형 은행 못지않은 안정성에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액 자산가들은 저축은행의 상품을 항상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욋돈을 가진 서민들도 예외가 아니다. 푼돈을 아껴야 목돈이 되듯 저축은행 상품에 관심을 두는 것이 부자가 되는 지름길에 들어선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에서다.
때마침 저축은행업계가 연초부터 각종 이벤트와 연계된 금융상품 및 고금리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높은 인기로 예상보다 빨리 ‘매진’ 될 수 있기 때문에 발 빠른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들 저축은행의 금리는 은행보다 0.5∼1% 이상 높아 7%대를 유지하고 있다. 프라임저축은행은 이달 초 최고 연 7.4%에 달하는 고금리 특판예금을 선보여 관심을 끌기도 했다.
보다 공격적으로 돈을 굴리고 싶다면 직접 주식 투자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신한은행 여의도 PB센터 김일환 팀장은 “최근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우량주를 중심으로 매입하려는 자산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증시가 저점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여윳돈이라면 직접 투자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1700포인트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우량 종목도 큰 폭으로 하락한 상태다. 때문에 반등을 노리며 3개월 정도 주식시장에 발을 담그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전문가들은 그래도 위험이 있으니 시가총액 50위 안에 드는 우량주 중에서 증권사에서 ‘낙폭과대’로 꼽은 것을 중심으로 투자 범위를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대미포조선 삼성전자 LG화학 등이 낙폭과대 우량주로 꼽힌다.
투자 기간에 따른 목돈 굴리기 방법도 다르다. 1개월 이내에 찾을 돈이라면 종합금융회사나 증권사의 CMA를 이용해 볼만하다. CMA란 고객이 예치한 자금을 기업어음(CP)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국공채 등의 채권에 투자하여 그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금융상품. 단기간을 예치해도 높은 이자율을 적용, 여유자금 운영에 적합한 상품이다.
3개월 정도를 굴려 봄나들이를 준비하는 단기투자자라면 먼저 은행을 찾아갈 것인지 증권사에 찾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도록 한다. 3개월 단기 투자할 상품은 그리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CP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한다. CP는 일반인에게는 낯설지만 보통 3개월 만기가 많아 기간도 적당하기 때문이다. CMA 통장이 있다면 증권사에 가서 안전한 CP를 골라 달라고 하면 된다. 예금자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 때문에 투자를 꺼리는 고객도 있지만 은행에서 매입 약정을 하는 경우에는 비교적 안심하고 투자해도 된다. 만기가 되면 은행에서 책임지고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도록 약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CP가 늘 있는 것이 아닌데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단골고객을 중심으로 우량 CP상품을 공급하기 때문에 담당자와 수시로 연락하고 안면을 터놓는 게 좋다.
6개월 이상의 기간이라면 해외주식펀드에 대해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통상 해외주식 펀드는 가입 후 6개월 이후가 되면 환매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 가입 기간이 1년 이상이라고 하더라도 6개월 이후에 환매를 할 경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대치역지점 정병민 PB팀장은 “해외펀드를 찾는 고객들에게 브릭스 펀드와 동유럽 펀드를 주로 권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중국 펀드의 경우 문의 자체가 거의 끊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브릭스(BRICs) 펀드는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여러 신흥 시장에 고루 투자한다. 브릭스 펀드 중에는 ‘슈로더브릭스주식형자(E)’와 ‘미래에셋BRICs업종대표주식형자1C-A’, ‘신한BNP봉쥬르브릭스플러스주식-자HClass’ 등이 하루 50억 원 이상의 돈이 몰리며 최고 인기 펀드로 급부상 중이다. 최근 세계 증시의 약세 탓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6개월 기준, 대부분의 브릭스 펀드 수익률이 20%를 넘어섰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골드센터 황찬규 과장은 “목돈이 생겼을 때 투자도 좋지만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상당히 높아진 상황이므로 대출금이 있을 경우 무조건 대출금부터 갚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또 “장기투자와 분산투자를 통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여유자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