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있어서 월세는 부담스럽기 그지없는, 선택 아닌 선택인 경우다. 최악은, 월세로 내몰리는 것이다. 전세가 없어서, 전세로도 살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월세로 내몰리는 삶, 전세시장이 좁아지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세시장이 이렇게 급격하게 사라져갈 수 있을까?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만만치 않은 월세를 내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깊은 한숨, 그 근원에 있는 것 중에 바로 비거주 1주택자까지 겨냥한 세금 폭탄이 있다. 너나할 것 없이 자기 집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세제 개편은 그 방향만으로도 기류를 바꾸는 무서운 것이었다.

집은 사는(Buying) 것이 아니라 사는(Living) 것이란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정든 집에 살지 못하는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고 살지 않는다고 사는(Buying)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직업 때문에 세를 주고 움직일 수도 있고, 교육 때문에, 병 때문에, 부모 봉양 때문에, 혹은 경제적 이유 때문에 등등의 여러 이유로 집을 떠나 세를 살 수도 있다.
정부는 살지 못하는 이유가 합리적일 때는 예외규정을 만들어 하나하나 구제해 주겠다고도 한다. 그렇게 예외가 많으면 그것이 예외인가, 원칙이 이상한 것이지! 무엇보다도 그 많을 예외들을 하나하나 평가해서 통제하고자 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에 놀랐다. 자유민주국가에서 국민이 그동안 스스로 자유롭게 결정해갔던 거주이전의 사유를 갑자기 국가에게 제시하고, 그 사유가 합리적인지, 아닌지 평가받고 구걸해야 하는가. 자기 집에서 살지 못하는 다양한 이유를. 자유는 그런 것이 아닌데.
이상하게도 진보 정권만 들어서면 집값이 춤을 춘다. 종부세가 생길 만큼 집값이 오른 때는 노무현 정권 때였다. 그리고 문재인 정권, 그때도 집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집값을 잡겠다고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틈이 생기고, 그 틈에서부터 솟아오르는 에너지는 집값을 가파르게 밀어올렸다. 그리고 엄청난 세금고지서 그리고 또 정권이 바뀌었다.
기억하는지.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를 개표하던 그 밤, 그 새벽을. 서초, 강남 송파의 개표결과가 반영되며 0.73% 표차로 나라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0.73%, 평소 같으면 무시해도 좋을 그 숫자가 민심이 된 것이다. 어쩌면 이번 서울시장 선거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의회의원을 투표할 때는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면서도 시장에는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한 시민들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이다. 그것은 정치적 성향까지 접게 만든 부동산 민심이었고, 결과는 오세훈 서울시장이었다.
집이 흔들리면 삶이 흔들린다. 전월세 시장이 이렇게 흔들리는데도 그에 대해서는 뾰족한 수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저 고가주택의 집값을 잡겠다는 일념으로 나머지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아니 보지 않는 것 같다. 그 틈을 타고 중산층과 서민층이 살 수 있는 집값도 죄다 올라서 이제는 무주택자가 집을 사기는 정말 어려워졌다. 이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할까.
정부는 여타 선진국에 비해 우리의 보유세가 낮다고 하는데 집과 관련된 세금 전체를 살펴봐도 그럴까. 그리고 이것도 검토했으면 좋겠다. 동일한 집을 보유하고 있는데 보유세가 오르는 비율. 매년 50%씩 보유세가 오르는 도시가 또 있는지. 그것이야말로 삶의 안정성의 중요한 지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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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향 수원대 교수 journali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