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제주·인천서 재역전 후 호남서 승기…최고위원 ‘친석’ 막판 사퇴 등 과열 속 ‘친청’ 3인 모두 입성

길 반대편에서는 친청계 지지자들이 ‘알았어, 정청래, 찍을게(알정찍)’ ‘이재명의 동반자’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정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이들은 ‘Always like the first time’이라고 적힌 흰색 티셔츠나 ‘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노사모)’ 이름이 적힌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춤을 췄다. 16대 대선 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 동력이었던 노사모 회원들의 선거운동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친명계(친이재명계) 김용 후보와 친청계(친정청래계) 한민수 후보의 이름이었다. 두 후보는 선출직 최고위원 마지막 자리인 5위를 두고 마지막까지 각축전을 벌였다.
정청래 후보 지지 단체인 ‘청래당’ 소속 지지자는 “이번에는 불가능하다. 솔직히 어제(8월 16일) 결론이 났다. 전략 면에서 정청래 후보를 못 넣어도 최고위원 3명이 있다. 최민희, 검찰개혁 전문가 이성윤, 철저한 당원주의자 한민수. 민주당을 지키기 위한 씨앗”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로서는 기분 좋은 출발이었다. 정 후보의 고향(금산군)이 있는 충남에서도 승리를 거뒀기 때문이다. 충청권 선거 전까지 상승세를 보였던 ‘팀정청래’의 예봉을 꺾었다는 점도 소기의 성과였다. 반면 정 후보는 충청권 맹주였던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 배우자인 김정옥 씨를 후원회장으로 위촉하며 공을 들였지만, 체면을 구기게 됐다(관련기사 정청래 고향에서 김민석 기선 제압…민주당 당권전쟁 점입가경).
친명계는 다음 날인 8월 2일 부산·울산·경남(부·울·경) 경선에서 친청계의 반격을 허용했다. 김 후보는 2만 3675표(42.85%)로 2만 5189표(46.65%)를 얻은 정 후보에게 패했다. 정 후보는 1.01%포인트(p) 차로 누적 득표율에서 1위를 기록했다. 결과 발표 직후 정 후보는 “조직도 없고 국회의원도 없었던 노무현 대통령이 조직과 국회의원 줄 세우기를 했던 이인제를 이겼듯 정청래가 김민석을 이길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당대회 2주 차 순회 경선지인 제주·인천과 강원·대구·경북 투표에선 김 후보가 연승을 거뒀다. 김 후보는 제주·인천에서 2만 2537표(47.75%)를, 강원·대구·경북에서 1만 8977표(48.54%)를 기록했다. 누적 9만 5821표(46.01%)로 9만 2735표(44.53%)를 기록한 정 후보를 누르고 선두로 올라섰다.
8월 9일 정 후보는 소셜미디어(SNS)에 “광주에서 콩이면 대구에서도 콩인 나라 대구에서 1등 했으니, 광주에서도 1등인 나라. 노무현의 꿈, 노무현의 기적을 생각한다. 당원동지 여러분.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더 낮은 자세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적었다. 민주당 권리당원 약 70%가 포진해 있는 호남·수도권에서 반드시 역전하겠다는 의지였다.
역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팽팽했던 당대표 경선 판세는 호남 권리당원 투표에서 한쪽으로 기울었다. 김 후보는 호남에서 13만 9307표를 얻으며 과반이 넘는 득표율 57.54%를 기록했다. 반면 정 후보는 7만 9033표(32.65%)를 얻는 데 그쳤다. 정 후보는 당 대표 시절 공을 들였던 전북에서도 패하며 궁지에 몰렸다. 두 후보의 격차는 14.07%p까지 벌어졌다.
서울·경기에서도 김 후보가 박빙 승리를 거뒀다. 14만 8245표(46.66%)를 얻은 김 후보가 14만 7038표(46.28%)를 기록한 정 후보를 꺾었다. 격차는 8.40%p 차로 좁혀졌다. 김 후보는 총 득표율 49.91%로 과반엔 실패했다.
최고위원 선거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팀 정청래(최민희·이성윤·한민수)’ 최고위원 후보들이 모두 약진했다. 친청계 지지층 사이에서는 최민희 후보를 상수로 두고 홀수 월생은 한민수 후보를, 짝수 월생은 이성윤 후보를 뽑는 전략을 공유했다. 충청권 선거에서 최 후보가 22.35%대의 득표율을 올리며 1위를 기록했고, 한·이 후보는 각각 1만 표 이상을 득표했다. 친청계 지지층의 조직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 후보는 전당대회 내내 친명계 박선원 후보와 수석 최고위원 자리를 두고 경쟁을 이어갔다. 부·울·경 22.87%, 제주·인천 17.01%, 강원·대구·경북 17.04%, 호남 14.79%, 서울·경기 16.32% 등을 기록했다. 누적 득표율은 16.91%로 1위 자리를 지켰다. 박 후보는 호남에서 약진했지만, 누적 득표율 16.60%로 2위를 기록했다.
친청계의 약진에 친명계는 비상이 걸렸다. 서미화 후보는 누적 득표율 15.18%로 당선권에 들어왔지만, 김용(13.62%)·임미애(6.62%)·김영호(3.37%) 후보는 각각 6·7·8위를 기록했다. 반면 친청계 이성윤·한민수 후보는 각각 13.94%·13.77%로 당선 가능성을 높였다. 선출직 최고위원 구도가 친청 3 대 친명 2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에 8월 16일 밤 임미애·김영호 후보가 김용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했다. 8월 17일 진행되는 대의원 표심을 통해 김용 후보를 5위에 올리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장에서 만난 한 김용 후보 지지자는 “김용 당선을 위해 임미애 후보와 김영호 후보가 결단했다. 그런 부분이 대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았을까 기대한다. 절실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신경전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친명계 쪽은 “오죽하면 집권야당이란 말을 다 들었겠나(서미화)” “썩어빠진 낡은 (정청래) 지도부 뭐 하는 짓인가(박선원)” “책임정치를 회피하고 계파 정치, 족보경쟁, 갈라치기, 거짓말, 허구의 정치, 구태를 극복하자(김용)” 등을 말하며 친청계를 공격했다.
친청계는 “후보 등록일에 무자격자(송영길·김용)에게 특혜를 주고, 투표가 끝났는데 추가 투표제 요구하더니 어제는 최고 후보 2명이 특정 후보 지지하며 사퇴했다. 이것이 밀실 야합 정치(이성윤)” “(친명계의) 기승전 정청래, 정청래만 그렇게 죽을죄를 지었나(한민수)” “유시민 작가 비판이 반명 기준이라는데 이런 흑백논리가 왜 전당대회에 등장해야 하나(최민희)” 등을 외치며 친명계에 맞섰다.
당대표 후보 중 과반 득표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선호투표제가 적용됐다. 3위를 기록한 송영길 후보를 뽑은 권리당원의 2순위 표를 합산한 결과 김민석 후보가 득표율 54.08%로 정청래 후보(45.92%)를 꺾고 당선됐다.
최고위원에는 ‘팀정청래’ 후보들이 모두 당선됐다. 최민희 후보는 18.35%, 이성윤 후보는 16.35%, 한민수 후보는 15.86%를 기록했다. 최 후보는 1위로 수석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반면 친명계는 2석에 그쳤다. 박선원 후보는 17.57%, 서미화 후보는 16.60%를 얻었다. 김용 후보는 15.26%를 얻어 고배를 마셨다. 향후 민주당 명청 갈등이 재현될 불씨가 남아 있는 셈이다.
앞서의 청래당 인사는 지지층 통합 가능성에 대해 “저 사람들(친명계), 저렇게 이익이 걸려버린 사람들은 전라도 말로 ‘배래브렀다’고 한다”며 “우리(친청계)는 못 간다. 우리가 도와주고 싶어도 저쪽(친명계) 분들이 못 들어오게 한다. 그들은 ‘내 자리(이익)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저 사람들한테 가서 (도와준다고) 할 것도 없다”라고 말했다.
대전=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