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 대가까지 환수 가능해졌지만 추적 난항·재산권 논란은 과제

정부는 친일재산 환수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친일 반민족 행위자가 부당 축적한 재산을 조사·환수하여 역사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2기 조사위가 출범하면 최소 325억 원 이상의 친일재산을 환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환수된 재산은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의 복지를 위해 쓰겠다”고 했다.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후손들이 재산이나 처분 대가를 숨길 경우 이를 찾아내기 어렵다는 한계는 있다. 2006년 7월부터 2010년 7월까지 활동했던 1기 조사위도 한계에 부딪혔다. 1기 조사위는 활동 기간 약 2373억 원 규모의 친일재산을 환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범 김구의 증손자인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기 조사위 성과와 관련해 “전체 (귀속대상) 반민족행위자들의 재산 중에 5%도 환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재산권 침해 논란도 넘어야 할 산이다. 특히 새로 제정된 친일재산귀속법은 친일재산의 처분 대가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수십 년 전 처분한 재산의 대가를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환수할 수 있는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친일) 재산뿐 아니라 재산적 이득까지 귀속시키는 게 맞다. 일종의 과거사 ‘이행기 정의(과거의 국가적·사회적 불의를 청산하고 피해를 회복하는 과정)’라는 목적을 추구하고 있는 만큼 잘못된 재산을 바로잡는 게 정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봐야 한다”면서 “다만 환수 대상과 범위를 명확히 해 법적 안정성과 재산권 보호 원칙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에 부정으로 취득한 재산을 현재 갖고 있다면 그것을 소급해서 환수하는 것은 진정 소급법이라도 허용된다”면서도 “하지만 어느 시점에 처분한 대가까지 현재의 가액으로 환산해 그들의 후손에게 내라고 하면 자칫 책임이 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불의의 손해를 입힐 염려가 있다. 처분한 재산의 대가를 누구한테서 환수할지, 가액을 어떻게 결정할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말했다.
2011년 헌법재판소는 친일재산을 취득 시점으로 소급해 국가 소유로 귀속시키는 조항 등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친일재산의 취득 경위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계승을 선언한 헌법 전문 등을 고려하면 소급해 재산을 귀속시키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친일재산귀속법은 친일재산을 선의로 취득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 제3자의 권리는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국가가 부동산 자체를 되찾기 어려운 만큼 친일재산을 처분한 사람과 그 대가를 특정하는 작업이 중요해진다. 수십 년 전 거래까지 거슬러 올라갈 경우 매매·상속 관계와 처분 대가를 어디까지 추적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처분 시점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환수할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친일재산귀속법 제2조에 따르면 ‘친일재산’을 러·일전쟁 발발 시점인 1904년부터 광복일인 1945년 8월 15일까지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한 재산으로 정의하고 있다. 반면 친일재산을 처분한 시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광복 직후 등 오래전에 처분한 재산의 대가를 환수할지와 환수액 산정 방식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기 조사위 상임위원 겸 사무처장을 역임했던 장완익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1기 조사위 당시에는 처분 대가 환수 조항이 없어 2005년 12월 특별법 시행 이후 재산을 처분한 경우 ‘악의’로 보고 정부가 부당이득반환 소송을 했다”면서 “2기 조사위는 특별법 시행 이전에 처분한 재산의 대가도 환수할 수 있는 만큼 명확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 예컨대 1950년에 처분한 재산까지 환수할지, 물가변동률은 어떻게 반영할지 등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