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채찍 등 도구·부위별 후원가 책정에 1000대 맞은 사례도…자율규제 강화 권고가 대부분, 시정요구는 심의 건수의 1.3%

‘일요신문i’가 맞방을 직접 모니터링한 결과 맞방을 진행하는 BJ 상당수는 몸에 문신을 한 건달 콘셉트를 가진 이들이었다. 일부 맞방에서는 남녀 한 쌍 또는 남녀 여러 명이 돌아가며 맞는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혼자 맞방을 진행할 경우 후원금이 터지면 금액에 따라 자해를 시작했다. 맞방 시청자들 대부분은 BJ들이 맞으면서 소리를 지를 때마다 “ㅋㅋㅋ”라고 댓글을 달았다. 일부 시청자는 BJ를 향해 “약하다”, “더 강하게 때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더 큰 리액션을 요구하기도 했다.
‘맞방 메뉴판’에는 다양한 폭행 도구가 등장한다. 숟가락으로 머리를 내려치는 ‘숟딱’의 경우 상당수 맞방에서 진행하는 ‘베스트셀러’다. 숟딱의 후원금 시세는 5000원~1만 원 수준이다. 손바닥으로 대포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때리는 ‘대포’와 주먹으로 복부나 옆구리를 때리는 ‘바디’를 보기 위해선 3만~5만 원의 후원금이 필요하다. 이 밖에도 BJ들은 ‘빠따’, ‘채찍’, ‘골프채’, ‘폭죽’, ‘모종삽’ 등으로 서로 맞고 때리는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맞방에선 도구뿐 아니라 맞는 부위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엉덩이나 허벅지 등 비교적 맞아도 덜 아픈 부위는 적은 후원금을, 얼굴과 명치, 중요 부위 등은 더 높은 후원금을 요구한다. 맞방에서는 단순히 도구로 신체 부위를 때리는 것을 넘어 신체 학대 행위까지 ‘판매’한다. 맞방 BJ들은 10만 원이 넘는 후원금을 받을 경우 중요 부위에 소염 진통제 로션, 치약을 바르거나 고무줄을 튕겨서 때리는 행위까지 한다.
남녀가 함께 진행하는 방송의 경우 여성 방송인 또는 게스트는 성적 대상물이 되기도 한다. 방송에 여성이 출연할 경우 맞방 메뉴에는 덜 자극적인 도구가 사용되지만, 단가가 올라간다. 기자가 접속한 한 방송에서는 이른바 ‘큰손(후원 규모가 큰 시청자)’이 지속적으로 여성 게스트를 지목해 때려 달라며 후원금을 보내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여성 게스트가 괴로워하며 신음을 내는 모습을 보며 함께 즐거워했다.
BJ들이 후원금 순위를 엑셀 문서처럼 공개해 후원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의 ‘엑셀 방송’의 콘셉트가 접목돼 있는 경우도 많다. 여러 BJ들이 시청자들에게 자신을 향해 후원해 달라며 요청하고, 후원금이 들어오면 메뉴판에 따라 폭행을 당하지만 이와 별개로 순위는 올라간다. 순위가 높은 BJ가 먼저 퇴근하고 남은 BJ들은 후원이 들어오는 대로 계속 맞아야 한다.

폭력을 콘텐츠로 삼던 BJ가 수감되는 경우도 있었다. 길거리 싸움 등을 주요 콘텐츠로 삼는 야구 선수 출신 BJ(인터넷방송인) B 씨(30대·남성)는 2020년 생방송 중 후배를 맥주병으로 내리쳐 상해를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B 씨는 출소한 이후에도 방송에서 조폭 콘셉트의 방송인 동료들과 후원을 받고 서로 뺨을 때리는 방송을 이어갔다. 그는 올해 1월 연인 관계였던 여성을 상습 폭행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다시 수감됐다.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따르면 ‘무기 또는 흉기 등을 사용하여 과도하게 신체를 손상하는 등 생명을 경시하는 잔혹한 내용’ ‘사람 또는 동물 등에 대한 육체적·정신적 고통 등을 사실적·구체적으로 표현하여 잔혹 또는 혐오감을 주는 내용’이 담긴 방송을 진행할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통위)의 제재 대상이 된다.
방미통위는 지속적으로 인터넷 방송에 대해 중점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맞방이나 엑셀 방송 등 수위 높은 방송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심의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방미통위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1년 224건이었던 인터넷 실시간 개인방송 심의 건수는 2024년 3231건으로 3년 사이 14배가량 늘어났다. 다만 위원회가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규제 강화 권고를 의결하는 경우가 많아 2024년 시정요구가 이뤄진 건 43건(1.3%)에 그쳤다.
앞서 언급한 맞방 피해자 A 씨가 속해 있는 플랫폼의 경우 자율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지난 5년간 방미통위의 시정요구가 74건이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해당 플랫폼에는 맞방이나 엑셀 방송 등이 공공연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편집한 영상이 유튜브와 SNS에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다. 개인방송 콘텐츠 주요 소비층인 청소년들이 성인인증이 필요 없는 미디어 공간에서 손쉽게 맞방을 접할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맞방 같은 콘텐츠가 특히 청소년에게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자극적인 미디어에 노출되었을 때 받게 되는 영향력이 훨씬 크다”면서 “직접 따라 하지 않고 단순 ‘관객’이 되는 것만으로도 폭력을 ‘용인 가능한 행위’로 인식하는 그릇된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이 같은 가학적 콘텐츠가 방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 차원의 명확한 기준 마련과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한 적극적인 가치관 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