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금 수납 외부 플랫폼에 맡긴 채 이상 징후 놓쳐…정산금 끊기고 민원 빗발치자 뒤늦게 파악, 금융당국 소극 대응도 비판

B 사는 이러한 구조를 악용해 차주들의 상환 계좌를 임의로 변경한 뒤 차주들이 납부한 원리금을 기업은행에 송금하지 않고 유용했다. 정상 상환된 것처럼 전산 정보를 조작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원리금을 상환하고도 미상환이나 연체 처리된 차주들이 추심이나 신용도 하락 피해를 입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15일 이번 금융사고 규모가 833억 7600만 원이라고 공시했다. 다만 현지 수사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손실액과 회수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사고 기간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6월 29일까지 약 7개월에 이른다. 기업은행은 원리금 상환 내역과 실제 입금액을 매일 대조·점검해왔다고 밝혔으나, 반년 넘게 이어진 이상 거래를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다. 기업은행 역시 지난 6월 24일 정산금이 입금되지 않고 차주 민원이 빗발치면서 비로소 사태를 인지했다.

금융감독원의 소극적인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의 사고 보고 접수 후 내부 전파와 사고액 변동 확인 등 기초적 조치만 이행했다. 관계자 대면 조사나 추가 자료 요구 및 현장검사 등 직접적인 규명 절차에는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피해 보전과 수습이 마무리된 뒤 기업은행이 종결 보고서를 내면 처리 적정성을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신동욱 의원은 “기업은행은 대출금을 직접 내주면서도 회수는 외부 플랫폼에 맡기다 800억 원대 사고가 터지고서야 직접 상환 체계를 마련했다”며 “해외법인의 부실한 내부통제는 물론, 은행의 사후 보고만 기다리는 금융당국의 안일한 감독 행태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법인은 기업은행 해외 사업의 핵심 수익원이다. 올 상반기 기업은행 해외법인 전체 순이익(191억 원) 가운데 중국법인이 거둔 순이익만 145억 원에 달한다. 이번 금융사고 규모(833억 7600만 원)가 그 수 배에 달하지만, 기업은행은 현지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해당 손실을 2분기 결산에 반영하지 않았다. 향후 손실이 확정돼 회계에 반영될 경우 해외 부문 실적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요신문i’는 사고 경위와 후속 조치 등을 묻기 위해 24일 오후 기업은행 측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