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 27%→19.99%, 지방채 잔액 7년 새 4배 전망…연금·건보 부담금 ‘분할 편성’ 관행도 도마

박재관 포항시 자치행정국장은 2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재정 정상화 및 조직개편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현재 시 재정 상황을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포항시는 복지비, 인건비, 국·도비 매칭사업 등 법정·의무 지출이 해마다 증가하는 반면 지방세와 세외수입은 정체돼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출범한 민선 9기 포항시는 이 같은 재정 구조를 재점검하고 ‘재정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박 국장은 "시는 그동안 업무추진비 및 경상경비 삭감 등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시행해 왔다. 하지만 시민 안전과 직결된 필수 사업의 유지를 위해 법령과 재정 지표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지방채를 발행하고 향후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상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유사·중복 기능 통폐합, 핵심 공약 실행 조직 신설, 읍면동 현장 인력 재배치, 대과 분리 및 소과 통합 등을 검토하고, 조직개편은 전문기관의 정밀 진단을 시작으로 개편안 확정 및 조례 개정, 정기 인사 연계 시행 등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시에 따르면 시 전체 예산은 2022년 2조 5342억 원에서 올해 3조 880억 원으로 5538억 원, 21.8% 증가했다. 반면 일반회계 기준 재정자립도는 같은 기간 27%에서 19.99%로 7.01%포인트 하락했고, 자체세입도 6023억 원에서 5432억 원으로 591억 원 감소했다. 예산 규모는 커졌지만 자체 재원 기반은 오히려 약화된 셈이다.
포항시는 재정 부담을 키운 원인으로 국·도비 공모사업 확대에 따른 시비 부담 증가와 대규모 시설 확충에 따른 운영·유지관리비 누적, 지방채 증가 등을 들고 있다. 여기에 인건비와 공공운영비, 국·도비 사업에 따른 의무 매칭 부담까지 늘어나면서 시가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은 갈수록 줄고 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러한 재정 구조 변화가 상당 부분 중장기적으로 예측 가능하다는 점이다. 공모사업을 유치하면 일정 규모의 시비 매칭이 뒤따르고, 시설을 건립하면 이후 운영비와 유지관리비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사업 추진 단계부터 향후 재정 부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방채 올해 600억 원대 발행 검토
지방채 증가도 부담이다. 포항시는 지방채 잔액이 2019년 말 679억 원에서 2026년 말 약 2915억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7년 만에 4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시에 따르면 이번 추경에 필요한 세출 규모는 782억 원인 반면 확보 가능한 세입은 140억 원 수준으로, 약 642억 원이 부족하다. 시는 부족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600억 원 안팎의 지방채 발행을 검토 중이다.
예산 편성 방식도 짚어볼 대목이다. 공무원 연금부담금 60억 원과 건강보험 부담금 8억 원 등 '예측 가능한 돈'도 본예산에 전액 반영하지 않고 분할 편성돼 있다. 공무원 연금부담금과 건강보험 부담금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사업비와 달리 매년 발생 규모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항목이다. 따라서 본예산 편성 단계에서 세입·세출 규모와 직원 수, 보수 수준 등을 면밀히 검토해 적정 수준을 반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법정 부담금을 추경에서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면, 포항시가 당초 예산을 편성하면서 필수 경비에 대한 수요를 적정하게 반영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국장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정했다. 그는 "이런 필수 경비는 당초 본예산을 짤 때 충분히 편성했어야 하는 것은 맞다"며 "관행상 분할 편성을 해 왔던 부분은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부터는 이런 사례가 없도록 집행부에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관행'이었다는 박 국장의 설명은 예측 가능한 필수 경비를 본예산에 전액 반영하지 않은 방식이 반복돼 왔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예산 편성 적정성 따져봐야
추경은 본예산 편성 이후 발생한 재정 여건 변화나 추가 재정 수요 등에 대응하기 위한 제도다. 다만 매년 반복되는 필수 경비까지 추경에 의존할 경우 예산 편성의 정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추경에서 부족 재원으로 제시된 규모는 642억 원이다. 이 가운데 연금부담금 60억 원과 건강보험 부담금 8억 원 등 예측 가능한 경비가 본예산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포항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 A위원은 "이번 추경을 계기로 당초 예산 편성 과정에서 예측 가능한 경비가 적정하게 반영됐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항시가 '재정 정상화'를 선언한 만큼 재정 운용 과정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주 대구/경북 기자 kej29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