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특검 이어받기보다 새로 시작한 수준” 설명…야당·일부 법조계 “빈손으로 끝난 반쪽짜리 수사”

권창영 특별검사가 지휘한 2차 종합특검팀은 지난 24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종합특검에는 기존 수사기관에서 이첩된 48건과 자체 인지 71건, 고소·고발 33건 등 모두 152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특검은 126건을 처리했다고 집계했다. 별도로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해 국수본에 이첩하기로 한 사건은 46건·150명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 2월 25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수사 기간을 연장하며 총 180일간 수사를 진행했다.
권창영 특검은 이날 수사 성과를 발표하면서 미처리 사건을 다수 남긴 것에 대한 책임감도 표현했다. 그는 “수사 성과가 국민의 헌법질서 수호에 대한 타는 목마름과 정의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다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사정으로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사건이 여러 건 있다”며 “수사와 특검 운영 과정에서 잘못된 점도 있었다. 이는 모두 부덕한 제 소치이므로 저를 비판하고 질책해 달라”고 말했다.
종합특검 내부에서는 본격적인 수사에 앞서 방대한 기록을 검토할 인력이 부족했다는 호소가 나왔다. 한 종합특검 수사 관계자는 “초기에는 방대한 수사기록을 들여다볼 인력이 부족했고, 이후에는 기존 특검에서 수사했던 인원들과 종합특검 인력 사이에서 갈등도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 특검의 수사기록 인계가 늦어지면서 일부 사건은 출범 초기부터 수사 착수가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재판에서 사용될 자료라는 이유로 기록 인계를 꺼리는 특검도 있었다”며 “일부 사건은 종합특검 초기부터 곧바로 수사를 시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관련 사건에서는 기존 특검의 판단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는 얘기도 나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 의혹과 관련해 핵심 증언을 했던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등 핵심 관계자를 다시 수사할지 등을 두고 내부 이견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종합특검은 결국 홍 전 차장을 비롯해 조태용 전 국정원장, 황원진 전 2차장, 김남우 전 기획조정실장 등 당시 국정원 정무직 4명을 내란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반란죄 등 새로운 혐의 적용을 검토하면서 이미 기소됐거나 앞선 수사에서 처분을 받은 인물까지 다시 들여다본 것도 수사 부담을 키웠다. 종합특검에서 수사를 수행한 내부 관계자는 “이미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거나 앞선 수사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람들까지 다시 반란죄 등 새로운 혐의를 적용해 조사하다 보니 기존 특검 수사를 이어가는 게 아니라 새로 수사를 시작하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종합특검은 군과 경찰을 동원한 국회·선관위 점거 행위에 반란죄 적용을 검토했지만 기존 내란 혐의와 하나의 범죄로 평가할지, 별개의 범죄로 처벌할 수 있을지에 관한 ‘죄수 관계’ 등을 고려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했다.
이런 사정 속에 종합특검의 기소는 수사 막바지에 집중됐다. 특검 내부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막바지에 다수를 기소하면서 이른바 ‘헤비테일’ 구도로 마무리했다”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순탄하게 진행된 수사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은 김건희 특검에서 국수본으로 넘어간 뒤 종합특검이 다시 넘겨받았지만 결국 국수본에 재이첩된 대표적 사건이다. 종합특검은 약 5개월간 11차례 압수수색과 주요 피의자 9차례, 참고인 31차례 조사를 벌여 노선 변경과 사업 백지화 과정에 국토부 고위 관계자 등 ‘윗선’ 개입이 의심되는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그 ‘윗선’을 특정하지는 못했다.
종합특검팀 김지미 특검보는 양평고속도로 수사와 관련해 “결과적으로 기소하지 못했고 규명하지 못해서 드릴 말씀이 없다”며 김건희 특검 단계에서 수사정보 유출로 일부 증거가 인멸된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2023년 당시 통화기록은 이미 시간이 지나 확보하기 어려웠으며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의 보좌관 2명은 해외에 있어 조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노상원 수첩 사건은 종합특검이 상당한 혐의점을 확인했지만 핵심 피의자들의 진술 거부 등으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다시 국수본으로 넘어갔다. 종합특검은 노 전 사령관이 독극물을 이용한 암살 공작 사례를 알아본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과 사격·폭파에 능한 HID 요원을 물색한 정황, 인천 연평도와 강원도 화천군 오음리 탈북민 시설 등 감금시설 활용이 의심된 복수의 장소도 특정됐다. 다만 윤 전 대통령 내란 사건 1심에서 노상원 수첩 기재 내용만으로 관련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온 만큼 특검은 정보사와 국정원 등 관련 기관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봤고, 핵심 피의자들이 진술을 거부했다는 설명이다.
나머지 미처리 사건도 이첩 이유는 제각각이었다.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사 무마 의혹은 일부 참고인이 해외에 체류 중이거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대면조사 등 필요한 조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통일교 관계자들의 해외 원정도박에 대한 경찰 수사가 무마됐다는 의혹은 첩보 누설 경로까지 파악했지만 정치권·경찰 수뇌부 등 윗선 개입 여부는 결론 내리지 못했다.

특검의 수사 권한 자체가 막힌 사건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이 수원지검의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관련 기록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영장이 두 차례 모두 “특검법상 수사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기각됐다. 특검은 기소하더라도 공소가 기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한 뒤 관련 기록을 국수본으로 넘겼다.
권창영 특별검사는 남은 사건을 두고 “내란죄의 본질은 집단적·조직적·장기적이어서 장기간 수사가 필요하다”며 “6개월짜리 특검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수본 단독 수사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여러 수사기관이 참여하는 상설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제안했다.
법조계에서는 종합특검이 윤석열 정부 관저 이전 의혹 등 기존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일부 사건의 사실관계를 추가 규명한 것은 일부 성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역대 최장인 180일간 수사를 진행하고도 양평고속도로·노상원 수첩·통일교 해외 원정도박 수사 무마 의혹 등 주요 사건이 다시 국수본에 넘겨진 것은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특검에 참여한 변호사 A 씨는 “이번 종합특검은 시작부터 수사 영역 자체가 비대했고 3개 특검의 수사를 이어받은 만큼 수사를 할 영역과 수사를 하지 못할 영역을 우선 판단해야 했는데 이를 못한 것은 문제”라며 “모든 사실관계를 수사로 끝까지 밝힐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먼저 사건을 종결하는 판단을 했으면 다시 기존 수사기관으로 이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야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렸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특검은 종료됐지만 수사는 끝나지 않았다. 수원지검 수사 개입 의혹과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정치인 납치·살해 계획이 적힌 노상원 수첩까지 단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말고 밝혀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막대한 혈세를 쏟아부은 2차 종합특검이 결국 ‘막판 실적 쌓기용’ 무더기 기소라는 초라한 성적표만 남긴 채 졸렬하게 막을 내렸다”며 “법조계 안팎에서조차 ‘결국 빈손으로 끝난 반쪽짜리 수사’라는 냉정한 평가와 비판을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철준 기자 cj512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