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정 일방통행은 안 돼, 견제할 것 견제하고 협력할 것 협력” “30년 가까이 서울시정 지켜보니 결국 중요한 것은 시민의 삶”

“초선 때는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의욕이 앞섰다. 지금은 행정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안다. 하나의 정책을 바꾸려 해도 예산과 법규, 행정절차가 있고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렇다고 정치가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 오히려 경험이 쌓일수록 어디를 건드려야 문제가 풀리는지가 보인다. 5선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운 기록일 수 있지만 내게는 훈장보다 책임에 가깝다. 주민들이 다섯 번이나 기회를 줬다는 것은 그만큼 더 많은 결과를 내놓으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30년 가까이 지방정치를 경험했다. 그동안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시민들의 눈높이가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도로나 교통 같은 큰 기반시설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가 많았다면 이제는 환경·문화·안전·복지처럼 생활의 질에 대한 요구가 훨씬 세밀해졌다. 의원들도 단순히 예산 몇억 원을 확보했다는 식으로 평가받는 시대는 지났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정치인을 평가하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 정치인이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 결과로 보여줘야 하는 시대다.”
―최다선 의원으로서 오세훈 서울시정을 평가한다면.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를 이끌기 위해선 추진력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오세훈 시장의 도시개발이나 서울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지 자체는 평가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추진력과 독주는 다르다. 시장이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든 정책이 옳은 것은 아니다. 특히 시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은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의회가 존재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제12대 서울시의회는 민주당이 다수당이다. 시와 의회가 계속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견제한다고 무조건 반대해서는 안 된다. 그것 역시 시민에 피해로 돌아간다. 좋은 정책이라면 오세훈 시장의 정책이라도 협력해야 하고, 잘못된 정책이라면 야당이든 여당이든 분명히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기준은 간단하다. 민주당에 도움이 되느냐, 오세훈 시장에게 도움이 되느냐가 아니라 ‘서울시민에게 도움이 되느냐’다. 5선 의원으로서 그런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하고 싶다.”
―정치 인생 대부분을 마포에서 보냈다. 이번 임기 가장 매듭짓고 싶은 현안이 있다면.
“하나만 고르기 정말 어렵다. 대장홍대선과 상암DMC의 발전, 교통 인프라 개선 등 오랫동안 추진해 온 사업들이 있다. 이들 사업은 각각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다. 결국 마포와 서울 서북권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이냐는 하나의 문제로 연결돼 있다. 상암은 월드컵경기장과 DMC라는 자산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업무단지를 넘어 문화와 미디어, 관광이 결합된 서북권의 중심으로 도약해야 한다. 교통망이 뒷받침되고 문화·영상 콘텐츠와 생활 인프라가 함께 들어와야 한다. 나는 올해 5선 도전을 선언하면서 ‘서북권 중심의 명품도시 건설’을 주요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지역 발전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의 삶과 환경을 희생시키면서 발전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소각장 문제는 처음부터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행정이 ‘필요한 시설이니 받아들여 달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주민의 건강과 환경, 지역이 감당하게 될 부담까지 충분히 따져야 한다. 주민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행정을 그냥 밀어붙이는 데 대해서는 앞으로도 목소리를 낼 것이다.”
―시민들에게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거창한 것은 없다. ‘주민이 어려울 때 찾아가면 만날 수 있었던 사람’ ‘말만 하지 않고 결국 뭔가 해결했던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충분하다. 정치는 책상 위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 가보면 공무원이 미처 보지 못한 문제가 있고, 숫자나 보고서에는 나오지 않는 주민들의 어려움이 있다. 내가 오랫동안 정치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온 것도 현장이었다.”
―이번 임기가 끝나면 2030년이다. 이후 정치 행보가 있다면.
“지금 다음 자리를 이야기하는 것은 주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12대 의회가 이제 시작됐다. 우선 주민들에게 약속한 일을 제대로 마무리하는 것이 먼저다. 정치의 다음 길은 내가 정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주민들이 평가하고 필요로 한다면 역할이 생기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내려놓을 줄 아는 것도 정치인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5선 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에 집중하고 싶다.”
―김기덕에게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는 결국 사람의 삶을 바꾸는 일이다. 그리고 그 답은 언제나 현장에 있다. 경험을 성과로 증명하겠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