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에 AI 경쟁력 약화 우려, 목표가 줄하향·시장 불신 가중…분할안 주총 표 대결 ‘험로’ 예고

카카오는 지난 8월 21일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톡·AI 사업 부문인 신설 카카오AI와 존속 투자 법인 카카오X로의 인적분할을 결의했다. 분할 비율은 6월 말 순자산 장부가액 기준 카카오X 63.51%, 카카오AI 36.49%다. 카카오 측은 본사와 계열사 간 의사결정 체계를 분리해 경영 집중도를 높이고 AI 에이전트 시대를 맞아 카카오톡을 글로벌 AI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시장 반응은 차갑다. 공시 직후 주가는 두 자릿수 이상 급락했다. 금요일 장 마감 후 이뤄진 발표에 대해 24일 쏟아진 증권사 보고서들도 비판적인 시선을 감추지 않고 있다. 8월 24일 카카오 관련 보고서를 발간한 12개 증권사 목표주가는 상향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메리츠증권(5만 2000원→3만 7000원)과 삼성증권(4만 9000원→4만 원)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HOLD(중립)’로 전격 하향했고, 키움증권(11만 원→7만 원), 다올투자증권(6만 원→4만 5000원), 하나증권(5만 8000원→5만 원)을 포함해 총 5개 사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분할이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지기보다 사업 연계성 훼손과 지주사 할인 확대를 야기할 것이라는 관측 탓이다.
증권가가 카카오의 분할 명분에 등을 돌린 첫 번째 이유는 AI 경쟁력의 불확실성이다. 카카오는 2025년 초 국내 최초로 오픈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으나, 결과물은 시장이 기대하던 독점적 ‘강결합’이 아닌 단순 카카오톡 내 챗봇 채널링 수준에 그쳤다. 카카오 자체 개발 중인 경량 AI 모델 ‘카나나’ 역시 존재감이 크지 않다. 현재 카카오톡과 AI 결합은 대화 요약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지배구조를 쪼갠다고 해서 AI 기술력이 확보되겠느냐”며 “도리어 데이터·서비스 연계 한계로 그룹사 시너지가 사라질 뿐인데 이해할 수 없는 비전을 내세웠다”고 말했다.
법인 분할로 인해 AI 에이전트의 핵심인 ‘생태계 완결성’이 파괴된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그간 IT 업계는 카카오 에이전틱 AI의 본질이 메신저(카카오톡)를 중심으로 결제(카카오페이), 이동(카카오모빌리티), 콘텐츠(카카오엔터테인먼트·SM엔터테인먼트)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사용자경험(UX)에 있다고 봤다.
그러나 법인이 물리적으로 나뉘면서 앱 간 연동과 데이터 공유, 이해상충 조정 등 거래 비용이 늘어나게 됐다는 평가다. 카카오톡 트래픽 의존도가 절대적인 카카오페이 등 자회사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던 계열사들이 카카오X로 분리되는 데 따라 신설 카카오AI는 수익 모델이 국내에 갇힌 ‘내수용 메신저 플랫폼’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관측이 이어진다.
증권가는 AI 관련 중장기 실적 추정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키움증권은 2030년 카카오톡 기반 에이전트 유료 전환율(PUR)을 기존 10.9%에서 7.3%로, 월평균 구독료를 13만 5000원에서 6만 6000원으로 낮춰 잡았다. 에이전틱 광고의 일평균 매출 전망치 역시 40억 원에서 27억 원으로 32.5% 줄였다. 하나증권 역시 카카오톡과 버티컬 서비스 분리에 따라 기존 톡비즈에 부여했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을 반납해야 한다고 짚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적분할의 실질적 목적이 주주가치 제고가 아닌,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범수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와 이에 수반되는 금산분리 규제 압박을 피하기 위한 ‘방패막이용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의심도 나온다.
핵심 쟁점은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상 대주주 적격성 문제다. 현행법상 인터넷은행 지분을 10% 초과 보유한 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만약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법인 카카오나 대주주의 유죄가 확정될 시, 현재 카카오가 보유 중인 카카오뱅크 지분 27.2% 중 17.2%를 강제매각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분할로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계열사 지분을 카카오X에 몰아넣는다면 패소 시 악재를 그룹 핵심 캐시카우이자 플랫폼 본체인 카카오AI에서 격리할 수 있다.
카카오X가 순자산 63.5%를 가져간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카카오톡 영업이익이 빠져나간 카카오X는 순수 지주회사로 전환되면서 30~60% 수준의 순자산가치(NAV) 할인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X가 제시한 2조 3000억 원의 신사업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계열사 지분을 매각할 경우 자회사 주가에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부담도 불가피하다.

카카오X 대표로 내정된 김도영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계열사들의 이해관계를 조절하며 장기 성장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김 대표는 삼성증권 M&A팀장과 코오롱모빌리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친 정통 재무 전략 전문가다.
지배구조 설계와 자본 조달에는 전문성을 갖췄으나 IT 프로덕트 개발이나 플랫폼 서비스 운영 경험은 전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IT 업계 다른 관계자는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픽코마, 카카오모빌리티 등 실물 사업의 본원적 경쟁력 반등에 적격 인물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임시주총 강행에 주주들의 선택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지면서 분할 승인 안건의 임시주총 통과도 난항이 예상된다. 인적분할은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재 최대주주인 김범수 창업자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3.99%에 불과하다.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국민연금(5.40%)을 비롯해 외국인 투자자(29.01%)와 소액주주 동의가 필수다.
그러나 기업가치 훼손 우려로 시장 여론이 악화한 데다 카카오의 ‘쪼개기 상장’ 이력 탓에 주주 동의를 얻기 힘들다는 관측이 이어진다. 카카오 노동조합마저 “구성원과 상의 없는 일방적 분할”이라며 집단행동을 선언하고 있어 오는 12월 17일 임시주총까지 표 대결과 노사 갈등 등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문제는 시장이 카카오의 ‘약속’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지주사 할인과 사업 연계성 훼손 우려를 해소할 구체적 실행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추가 디스카운트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민영훈 언론인 journalist@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