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증시·당 내홍 악재에 전대 후 컨벤션 효과 없어…반등 못하면 원심력 커질 수도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정청래 전 대표 책임으로 돌린 것으로 읽혔다. 정 전 대표의 자기 정치가 이 대통령 국정 성과를 가렸다는 비판이었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당청 동조화’를 강조하며 친명 지지층을 잡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김민석 대표 체제가 출범한 다음에도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는 계속됐다. 전당대회에 따른 컨벤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에너지경제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8월 2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40.2%까지 하락했다. 부정 평가는 56.9%로 오차범위 밖에서 긍정 평가보다 우세했다. 6주 연속 하락이었다(무선 RDD 100% 자동응답 전화조사 방식 표본오차 범위 95% 신뢰 수준에 ±2.2%포인트·p).
스트레이트 뉴스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8월 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는 38.9%를 기록하며 40%선이 깨졌다. 부정 평가는 57.9%에 달했다(무선전화번호 RDD 방식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2.2%p, 각 여론조사 자세한 사항은 각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지율이 급락하자 청와대와 민주당은 무거운 반응을 내놨다. 8월 24일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삶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국정운영 전반을 좀 더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여론조사가 지금 좀 어떻게 보면 심각한 수준이 된 것”이라며 “그런 당의 공통 인식이 있어서 당대표 취임 이후 앞으로 해야 할 일과 방향 (관련) 기조 발제를 많이 했다. 상황 인식 공유를 충분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의원 텔레그램 대화방에 “비상한 시기라서 당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이 계속 나오면 선거에 준해 공개 경고하겠다”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심을 자극할 만한 발언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비거주 1주택자 종부세 기본공제를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고 종부세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200%로 높이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에 대한 보완 검토에 나섰다. 민주당이 세 부담 상한을 현행 150%로 유지하고, 불가피하게 실거주하지 못하는 1주택자의 거주 인정 범위를 폭넓게 적용할 것을 요구하면서다.
이 같은 여권의 대응 이면에는 국정 동력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지지율 40%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이 대통령 지지율에 직접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어떤 식으로든 손을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당청 사이에 형성된 상태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정치적 체감 차원에서 (40%가) 무너지면 그때부터 레임덕이 온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역대 정권에서도 있었다. 그런데 지지율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전당대회 이후 (하락세가) 완화되지 않겠느냐고 했는데 그런 전망이 빗나가고 있다. 생각보다 전대 과정의 갈등이 깊고, 대통령이 계파의 한 축으로 비치면서 부정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고, 유시민 같은 (외부) 사람이 나와서 막 재를 뿌렸다. 상당한 위기”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출구전략 마련이 쉬워 보이지 않다는 점이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악재가 한두 개가 아니다.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답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또 대외적 변수도 우리 힘으론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노릇”이라면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1야당인 국민의힘이 우리의 지지율 하락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다음 총선을 낙관하기 어렵다”고 했다.
임기 초반 이 대통령 지지율을 견인했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6월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넘은 뒤 6000선대까지 밀렸다. 민주당 아킬레스건인 수도권 부동산은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8월 24일 KB부동산이 발표한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사상 첫 16억 원대에 진입했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공직사회와 금융권 반발에 부딪힌 상황이다. 중앙행정기관 중에는 금융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성평등가족부 등이 공공기관에서는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등의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가능성이 나오는 기관 노동조합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오는 10~11월 이전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이재명 정부 주요 지지층인 노동계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경고음이 분출한다.
대미 외교도 이 대통령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 축소를 지시했고, 연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을 시사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북한이 한국을 배제한 채 직접 소통하는 ‘코리아 패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관련기사 아닌 밤중에 ‘트럼프 홍두깨’에 술렁이는 한반도…이재명 ‘패싱’ 위기?).
진보 진영에선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이 전통 지지층을 외면한 결과물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유시민 작가는 8월 24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에서 “윤석열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쫓아내는 등 자신의 집권 기반을 스스로 해체하는 걸 보며 비극적 결과를 낳을 것이라 예측했다”면서 “이 대통령도 자신의 집권 연합을 스스로 해체하고 있다. 지금 이미 반 넘게 해체했다. 굉장히 불안정한 국면으로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탄핵사태 직후 열린우리당 입당을 통해 지지 기반을 회복했지만, 지지율 반등에 실패했다. 결국 2007년 열린우리당에서 탈당했다. 두 정부 모두 지지율 하락과 여권 내 원심력이 맞물리면서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약화되는 레임덕 양상을 보였다.
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말까지 40%대 지지율 수성에 성공했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180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거뒀다. 조국 사태, 부동산 가격 상승, LH 비리 의혹 등 여러 악재에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임기를 마칠 때까지 안정적인 지지기반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권에서 40%를 국정 동력 유지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보는 이유다.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부터 여권은 계파 간 대립 양상을 보였다. 주류인 친명계와 친문·친노를 중심으로 하는 비주류가 조국혁신당 합당, 노선 정립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이를 두고 정가에선 ‘명청 대전’이라 칭했고, 전당대회에선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양측이 감정싸움을 벌였다. 전당대회가 끝났지만 여전히 불씨가 살아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질 경우 언제든 내홍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이 대통령은 8월 25일 지도부 만찬과 28일 의원 오찬을 통해 재정비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당·정·청은 운명공동체이고 한 몸이다. 민주당 없이 정권이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다른 점을 찾아내기 시작하면 원수의 길로 갈 것이고, 같은 점을 찾아내면 우애 있는 형제가 된다. 당정청도 그렇게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정책 성과가 가시화되면 지지율이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지지율이 하락세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지난 1년 동안 (대통령이) 많은 성과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당에서 서포트를 못했다. 이제 다시 재정비되고 있다. 당정일치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성과를 내는 데 속도를 내고, 성과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면 지지율 반등은 언제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