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제트 쟁의권 확보 계기로 본사 직접교섭 요구 본격화…인건비부터 사업 재편까지 경영 부담 ‘촉각’
[일요신문] 네이버 메타버스 플랫폼 자회사 네이버제트 교섭 결렬을 계기로 노동조합의 통합교섭 추진 움직임에 속도가 붙었다. 계열사별로 진행해온 임금과 복지 등 교섭에 네이버 본사가 직접 나서라는 게 노조 주장의 핵심이다. 통합교섭이 현실화하면 계열사 간 처우 상향평준화로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자회사 독립을 통해 빠른 사업 재편을 중시해온 네이버 경영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인공지능(AI) 플랫폼 등장으로 포털 사업 경쟁력이 약화된 가운데 노사 잡음 자체가 네이버에 부담 요인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본사가 직접 나와라” 계열사 처우 격차에 쌓인 불만
네이버 노조(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산하 네이버지회)는 8월 20일 통합교섭 킥오프(선포식) 행사를 열고 네이버에 통합교섭을 공식 요구할 계획이다. 네이버 노조는 2018년 계열사 통합노조 형태로 출범했다. 올해 8월 기준 28개 법인 6200명의 조합원이 모여 있다. 노조는 출범 당시부터 통합교섭을 요구해왔지만 계열사별로 개별교섭이 이어져왔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을 계기로 모회사 네이버에 사용자 책임을 다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네이버제트에서 불거진 노사 갈등이 통합교섭 요구가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운영사 네이버제트는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올해 임금교섭에서 연봉 동결안을 제시했다.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노사는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를 밟았으나 7월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8월 중 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찬성률 98%로 가결됐다.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한 셈이다.
네이버 노조는 출범 당시부터 통합교섭을 요구해왔지만 계열사별로 개별교섭이 이어져왔다. 8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IT업종 통합교섭구조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명선 기자노조는 네이버를 비롯해 16개 법인과 매년 개별적으로 임금교섭을 진행한다. 하지만 계열사의 보상 체계나 예산 등 주요 사안에 네이버 본사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탓에, 각 계열사와 개별적으로 교섭해도 협상을 진전시키기 어렵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8월 12일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장은 국회 토론회에서 “매년 임금교섭 때 네이버 본사 합의가 나오기 전까지 다른 법인들은 사측안도 제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주요 계열사 지분 대부분을 보유한 최상위 지배기업이다. 주요 계열사 이사 절반 이상이 네이버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네이버나 계열사를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 용역이 매출의 전부인 회사도 적지 않다. 대규모 조직 이동도 잦다. 올해도 페이스사인 결제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네이버클라우드에서 네이버파이낸셜로 대규모 인력이 이동했다. 법인은 다르지만 사실상 한 회사의 ‘부서’에 가깝다는 말이 직원들 사이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네이버 본사와 계열사 노동자들의 처우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계열사 직원 연봉은 네이버 본사 직원의 60% 수준에 그친다고 한다. 지난해 8월 그린웹서비스·스튜디오리코·엔아이티서비스·엔테크서비스·인컴즈·컴파트너스 등 네이버 6개 손자회사 노동자들은 네이버가 직접 교섭에 나서 본사와 계열사 간 처우 격차를 해소하라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2025년 8월 네이버노조(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조합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앞에서 6개 손자회사의 통합교섭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노동계 한 관계자는 “IT(정보기술) 기업은 전통적인 대기업보다 개별 노동자의 주도성과 기여도가 큰 편”이라며 “그만큼 계열사 노동자들의 의견이 경영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사 간 교섭을 보다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는 계열사 이동도 자유롭고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노동자 입장에선 본사가 뒷짐을 진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통합교섭 현실화하면 네이버 셈법 복잡
통합교섭이 현실화할 경우 네이버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통합교섭이 곧바로 본사와 계열사의 임금 수준을 동일하게 맞추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노조는 통합교섭을 통해 계열사 간 임금과 복지 등 처우를 점진적으로 상향평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건비 재원·복리후생·성과보상 기준 등이 공통 교섭 의제로 올라오면 상대적으로 처우가 낮은 계열사를 중심으로 보상 수준을 높여달라는 요구가 확대될 수 있다.
통합교섭 과정에서 법인별 성과를 어디까지 보상에 반영할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위정현 중앙대 가상융합대학 학장은 “사업부를 분사하는 것은 각 사업의 성과를 명확하게 측정하고 평가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며 “통합교섭이 이뤄지면 계열사 전체에 적용되는 일종의 ‘보상 패키지’가 교섭 테이블에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사업별 성과에 따라 보상 수준을 달리해온 기존 체계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통합교섭이 현실화할 경우 네이버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더욱이 네이버는 투자 확대 기조에 있다. 올해 2분기 네이버 연결 기준 매출은 3조 3888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16.2% 늘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203억 원으로 0.2% 줄었다.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삼은 AI 팩토리(AI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AI 사업의 수익화까지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이 겹칠 경우 투자 여력 확보에도 한층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플랫폼 특유의 빠른 사업 실험과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플랫폼 기업은 새로운 사업을 계속 실험하고, 서비스를 내놓은 뒤 이용자 요구에 맞춰 빠르게 수정하면서 사업모델을 찾아가는 특성이 있다”며 “네이버 역시 이런 방식으로 성장해온 만큼 통합교섭이 현실화하면 시장 변화에 맞춰 기민하게 사업을 운영하는 데 부담이 생기고 실험의 속도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포털 경쟁력이 흔들리는 가운데 발생한 노사 간 잡음 자체가 네이버에 리스크라는 시각도 있다. 7월 네이버는 국내 모바일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에서 처음으로 구글에 추월당했다. 구글이 AI를 검색에 빠르게 접목시킨 결과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AI 플랫폼 등장으로 기존 포털 경쟁력이 예전만큼 강력하지 않은 상황에서, 외부 경쟁과 플랫폼 규제에 대응하는 동시에 노조 문제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 네이버에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네이버는 노조가 제시할 공통 교섭안을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노사관계를 둘러싼 대외 활동에는 변화가 감지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가입 신청서를 내고 올해 정식 회원사가 됐다. 경총은 노동·산업정책과 노사관계 분야에서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사용자 단체다. 네이버는 AI를 통한 산업 간 연결과 융합이 빨라지는 상황에서 다양한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임협 타결 카카오, 핵심 쟁점 성과급 논의는 10월로
창사 이래 첫 파업으로까지 갈등이 번졌던 카카오 노사가 올해 임금협약을 최종 타결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이었던 성과급 내용은 이번 합의안에서 빠졌다. 관련 협의는 오는 10월에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 6월 부분 파업에 들어간 카카오 노조원들이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에서 유스페이스 광장까지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지난 8월 7일 카카오 노동조합(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산하 카카오지회)은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이 노조 조직원 찬반 투표를 통과해 최종 타결됐다고 밝혔다. 합의안에는 연봉총액 인상률을 6.3%로 하고 직원들에게 특별격려금 3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카카오 노사는 올해 초부터 성과급 보상 방식과 지급 규모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 주요 쟁점은 성과급 규모를 어떻게 책정할지였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3~14% 수준인 1인당 1000만 원 상당의 성과급 지급과 연봉 인상률 6.9%를 요구해왔다. 500만 원 규모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 범위에 포함할지를 두고도 노사 의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사측은 RSU를 성과급에 포함해 산정하자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노조는 총보상이 줄어들 수 있어 RSU는 별도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펼쳤다.
교섭에 진척이 없자 카카오 노조는 지난 6월 10일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창사 이래 카카오 본사 차원의 첫 파업이다. 이날 파업엔 카카오 본사뿐 아니라 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 등 주요 계열사 조합원도 참여했다. 같은 달 29일에는 조합원들이 연차를 사용해 하루 동안 업무에서 빠지는 ‘로그아웃 데이’도 진행됐다.
갈등이 고조된 지 두 달 만에 임금협상이 타결됐지만 성과급 내용은 이번 합의안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노사는 10월 말 성과급 논의를 재개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에서는 RSU와 특별격려금 등을 감안하면 전체 보상 규모가 작지는 않지만, 정작 핵심 쟁점이었던 성과급 논의가 미뤄져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예년처럼 회사가 일방적으로 직원들에게 성과급 액수를 통보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성과보상 체계와 관련한 사항은 노사 합의에 따라 경영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별도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