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펀드 배상·전산 오류·ELW 마케팅 논란 잇따라…‘순익 3배’ 목표에 성과 압박 해석도

증권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성장 추세와 별개로, 소비자 보호나 내부통제 관련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점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김성환 대표는 지난 1월 2일 시무식에서 “IMA(종합투자계좌) 사업에 있어 중요한 것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시장과 고객의 믿음을 깨지 않는 것”이라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운용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다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과거 상품 판매 과정의 적정성 논란이 벨기에 부동산 펀드 투자자 일괄 배상 결정으로 다시 부각된 데 이어 고위험 상품 마케팅과 전산 오류, 연금 서비스의 ‘업계 최초’ 홍보 논란까지 잇따르고 있다.
논란은 지난 1월 벨기에 부동산 펀드 투자자 전원에 대한 배상 결정으로 불거졌다. 한국투자금융그룹 계열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출시한 ‘한국투자 벨기에코어오피스 부동산투자신탁2호’는 910억 원 규모로, 이 중 한국투자증권이 약 590억 원을 판매했다. 현지 오피스 시장 침체와 선순위 대주의 자산 강제 매각으로 투자금 ‘전액 손실’ 사태가 발생하자 한국투자증권은 일부 판매 과정의 미흡을 확인했다며 투자자 약 1900명에게 손실액의 40~80%를 배상하고 판매 절차와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금 서비스 이용 오류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수익률 표시 오류도 전산 통제·검증 체계에 대한 의문을 키웠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3월 5일 퇴직연금 일부 서비스 이용 오류가 정상화됐다고 공지했다. 이어 6월 11일 매도 거래가 체결된 일부 고객 계좌에서 매입단가가 실제와 다르게 반영돼 수익률이 잘못 표시됐다고 안내한 뒤 같은 달 16일 정상화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원금 전액 손실 가능성이 있는 ELW 상품을 초보 투자자에게 친숙하게 홍보하면서 상품의 위험성보다 접근성과 레버리지 효과를 부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ELW는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 등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증권화한 상품으로, 적은 투자금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만기 때 가치가 0원이 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공식 유튜브와 카카오톡 채널에서 ‘주린이들 모여라’, ‘ELW와 함께라면 투자 늦어도 따라잡는다’, ‘제도권 레버리지 투자의 끝판왕 ELW’ 등의 문구를 사용했다. 상품을 소개하는 ‘TRUE ELW’ 홈페이지에서도 ‘한정된 투자위험’과 ‘높은 유동성’을 장점으로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주요 증권사들이 이미 유사한 기능을 제공해 온 상황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일부 세부 기능의 차이만 근거로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쓴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합산하고 ETF 매매에 따른 현금 잔고까지 실시간으로 반영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런데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5월 7일부터 퇴직연금계좌의 ETF·리츠·인프라 보유 현황을 실시간 체결 기준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새로고침을 통해 전체 연금자산 평가액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 삼성증권도 이달(8월) 초 연금계좌 잔고 표시 기준을 결제 기준에서 체결 기준으로 변경했다.
더욱이 한국투자증권의 상반기 민원 건수는 국내 금융투자회사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가 공시한 금융투자회사 민원 현황을 집계하면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민원은 73건, 2분기는 154건으로 상반기에만 227건이 접수됐다. 유형별로는 펀드, ELS(주가연계증권), DLS(파생결합증권) 등 금융투자회사가 취급하는 상품 판매 관련 민원이 156건으로 가장 많았고,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 MTS, 홈페이지 오류 등 전산장애 민원도 51건이 접수됐다.
일각에서는 김성환 대표가 고강도 성장 목표를 제시한 상황에서 회사 전반의 성과 압박이 배경에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을 직접 창출하지 않는 지원 부서까지 정량 지표를 만들어 평가할 정도로 한국투자증권은 실적 압박이 엄청 심한 회사로 알고 있다”며 “타 증권사에도 유사한 기능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업계 최초’를 내세울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김남구 회장이 회사의 전반적 경영 건전성이나 리스크(위험 요인) 관리, 최고경영진의 경영 수행을 충분히 관리·감독했는지 책임론이 거론된다. 김남구 회장은 지주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으면서 2020년부터 한국투자증권 회장직도 겸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잇단 논란에 대해 개선과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ELW 광고에는 원금 손실 가능성 등 필수 고지사항을 모두 포함했다”며 “민원과 관련해서는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조치했고, 전산 오류도 원인을 파악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적으로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비자 보호와 실적은 상충하는 관계라고 보지 않는다”며 “소비자 보호는 오히려 회사 성장에 필요한 중요한 요소인 만큼 관련 부분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