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대통합추진단’에 조국혁신당 발끈, 친명 진영에서도 부정적 기류 우세…조국혁신당은 ‘자강론’ 확산

김 대표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에 대한 질문을 받자 “합당으로 결론이 날지, 아니면 합당이 아닌 연대로 결론이 날지 전혀 알 수 없다”면서 “그 과정을 진정성 있게 정무적인 지혜를 가지고 풀어가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정청래 전 대표가 합당을 밀어붙이다 내부 반발에 부딪혔던 것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김 대표 발언에 조국혁신당은 발끈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대표는 8월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진짜 연대와 통합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연대와 통합 공세용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민주당이 대통합추진단 산하에 ‘조국혁신당 연대분과’를 설치한 것을 두고는 “언론을 통해 처음 들었다. 당황스러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는 지적이었다.
신 대표는 김 대표의 구상을 과거 일본 자민당 중심의 ‘55년 체제’에 빗대기도 했다. 신 대표는 “나머지 야당을 ‘0.5’로 보고 1.5당 체제를 만드는 ‘잡탕연합’을 생각한다면 결코 들어갈 생각이 없다”며 “주류 1당이 압도적 다수 정당이 된다면 한국 정치의 다양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대표가 물꼬를 텄지만 정가에선 양당의 합당 논의 테이블이 열리기까진 많은 난관을 넘어야 할 것으로 점친다.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 문제도 그중 하나다. 조국혁신당은 그동안 현행 20석인 요건을 10석으로 낮춰야 한다고 여러 차례 요구해왔다. 현재 조국혁신당 의석수는 12석이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여기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신장식 대표는 앞서의 라디오 방송에서 “(김민석 대표가) 비공개 대화에서 교섭단체 완화 요구는 합당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며 “(내가 정치개혁을) 이야기했더니 (김 대표가) 합당하려면 뭘 하자고 그래, 우리 흥정이나 합시다라는 말로 들었다. 불쾌했다”고 했다. 조국혁신당이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를 합당 지렛대로 삼으려했다는 취지로 김 대표가 말했다는 것이다.
진보 진영의 복잡한 계파 셈법도 합당의 걸림돌이다. 지난 1월 정청래 전 대표가 합당을 전격 제안했을 당시, 친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언주 의원 등 당시 친명계 최고위원들은 사전 교감 없는 ‘밀실 결정’이었다며 정 전 대표를 직격했다. 정가에선 이를 ‘명청 대전’의 발화점으로 봤고, 전당대회 기간 김 대표와 정 전 대표는 이를 둘러싼 공방을 벌였다.
한 친명계 초선 의원은 “합당을 해서 민주당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무엇인가. 2030에서 외면 받고 있는 조국혁신당이랑 합치면 과연 총선에 도움이 될까”라면서 “친문계 등이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줄기차게 외치는 것은 세력을 넓혀 당 지형을 흔들고자 하는 정치적 노림수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조국혁신당 내부 기류도 복잡한 상황이다. 김민석 대표의 통합 제안과는 별개로 합당 자체를 놓고 이견이 곳곳에서 나온다. 이대로라면 자칫 민주당에 흡수통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핵심이다. 총선 전까지 체질을 바꾸고 외연을 넓힌 후에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는, 이른바 ‘자강론’이다.
조국혁신당 한 관계자는 “김민석 대표의 합당 관련 발언은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소수 정당을 무시하는 거대 여당의 횡포다. 최소한 원내교섭단체 요건 구성 완화부터 얘기를 했어야 한다”면서 “우리도 민주당 2중대라는 이미지를 벗고, 견제를 통해 3지대 개혁정당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우리 당 몇몇 의원들은 차기 총선 때문에 합당을 주장하지만, 독자적 생존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처럼 정청래 전 대표발 합당 추진 무산에 대한 학습효과, 민주당-조국혁신당 내부 사정 등의 이유로 당분간 양당은 합당을 둘러싼 소모적인 탐색전에 들어갈 전망이다. 정가 일각에선 민주당 내 ‘합당파’들이 조국혁신당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이는 현실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