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이전에도 누적 이력·현장 확인은 사각지대…경기도 “정상적이지 않아”, 산림청 “집중 점검할 것”

‘일요신문i’는 앞서 한빛이 2024년 2월 창원에서 이천으로, 백송과 서원이 올해 3월 각각 포항과 창원에서 이천으로 본점을 옮긴 뒤 올해 상반기 이천시와 모두 17건, 5억 9241만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관련 기사 [단독] 타지 업체 전입 뒤 잇단 수주…이천 ‘지역 제한 입찰’ 허점 논란). 세 업체는 당시 이천의 한 건물 같은 층을 나눠 사용하고 있었다. 부재중 연락처까지 같은 번호를 사용한 사실도 확인돼 각 법인이 실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나무병원은 산림보호법에 따라 일정한 사무실과 전문 기술인력을 갖춰야 하는 등록업종이다. 소재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 새로운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도에 변경등록을 해야 한다. 새로운 관할 시·도는 종전 시·도에 기존 등록서류의 이송을 요청하도록 돼 있다. 반복적인 본점 이전 이력을 확인할 제도적 장치는 있었다는 뜻이다.
경기도는 실제로 세 업체가 다른 지역에서 경기도로 들어올 당시 과거 등록자료를 모두 넘겨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적된 본점 이전 횟수나 이동 내역까지 살펴보지는 않았다.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소재지 변경 때 이전 내역까지 모두 보지 않고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했는지만 본다”고 했다. 기술인력이 여러 차례 바뀌어도 변경 횟수 자체는 별도로 점검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복적인 본점 이전에 대해서는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소재지를 그렇게 많이 옮겨 다녔다면 의심이 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장 확인에도 한계가 있었다. 현재 경기도에 등록된 나무병원은 약 358곳이다. 관련 업무는 담당자 한 명이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소재지 변경등록 때 담당자가 직접 현장을 방문하기 힘들다고 도는 밝혔다. 사무실 등 시설에 대한 법적 요건은 사진과 서류로 확인한다. 기술인력 확인 역시 마찬가지다.
산림보호법상 1종 나무병원은 원칙적으로 1억 원 이상의 자본금과 적법한 사무실을 갖춰야 한다. 기술인력은 상시 근무하는 나무의사 2명 이상 또는 나무의사 1명과 수목치료기술자 1명 이상을 둬야 한다. 나무의사나 수목치료기술자는 동시에 2곳 이상의 나무병원에 취업할 수 없다. 따라서 업체가 본점을 반복해서 옮겼다면 이전할 때마다 해당 지역에 실제로 사무실을 확보했는지, 등록된 기술인력이 상시 근무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산림청도 현행 관리 방식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산림병해충방제과 관계자는 “산림청이나 지자체 모두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이런 부분을 놓친 것 같다”며 “앞으로 현장조사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역시 나무병원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나무병원 관계자는 “사업 수주를 위해 전국을 떠도는 ‘메뚜기 업체’들 때문에 정상적인 나무병원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역 제한 사업의 경우 1년 이상 해당 지역에 본점을 둔 업체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점을 여러 차례 옮겼다는 사실만으로 법 위반을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동 과정에서 실제 사무실과 상시 기술인력 등 등록요건을 계속 갖췄는지는 별개 문제다. 55차례 본점 이전 과정에서 이들 요건이 제대로 유지됐는지는 경기도와 산림청이 확인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한편 ‘일요신문i’의 취재가 시작된 뒤 백송나무병원은 8월 19일 이천시 설성면으로, 서원나무종합병원은 8월 24일 이천시 대월면으로 각각 본점을 다시 옮겼다.
정원평 경인본부 기자 jwp0111@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