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씨 등 실종자 2명 사건 잇달아 허위 종결…모두 숨진 채 발견, 동기 미궁 속 사망 경위·보고 체계도 의문
정작 그가 왜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했는지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100일 넘게 실종됐다 백골 상태로 발견된 실종자의 정확한 사망 경위도 규명되지 않았다. '일요신문i'는 제주를 찾아 이번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들을 추적해봤다.

그 뒤에도 장 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가족과 남자친구는 전단지를 만들어 직접 장 씨를 찾아 나섰다. 종결됐던 사안의 심각성을 뒤늦게 파악한 제주서부경찰서와 제주경찰청은 다시 수색에 나섰고, 약 석 달 만인 8월 24일 장 씨 주거지에서 약 1km 떨어진 한림읍 수원리 야자수 농장에서 그의 백골 시신이 발견됐다. 감식 결과 장 씨 시신이 발견된 나무에서 장 씨가 평소 갖고 있던 끈이 발견됐으며, 경찰은 장 씨의 사망 시간을 5월 12일에서 13일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부 경장의 주장과 달리 그의 휴대전화와 경찰서 유선전화에는 장 씨와 통화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부 경장은 현재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부 경장의 실종 사건 허위 종결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실종 신고가 접수된 60대 남성 A 씨에 대해서도 장 씨 사건과 비슷한 수법을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6월 28일 자취를 감췄고 나흘 뒤인 7월 2일 가족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가족은 A 씨가 사업 실패와 부채 문제를 언급한 뒤 사라졌다고 경찰에 알렸다. 그러나 부 경장은 신고 접수 약 5시간 30분 만에 “A 씨와 연락이 닿았는데 위치를 알리기 싫어한다”는 취지로 가족에게 거짓말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실종자 프로파일링시스템에는 ‘소재 발견’ 코드를 입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8월 22일 구좌읍 송당리 모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40여 일 간격으로 두 차례나 유사한 방식의 허위 종결이 이뤄졌지만 뚜렷한 동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경찰은 부 경장이 실종 사건 처리 시스템에 허위 내용을 입력하고 내부 매뉴얼도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가출인이 자신의 소재를 보호자에게 알리는 것을 거부할 경우에는 그 의사도 존중해야 한다. 부 경장이 신고자들에게 했던 설명은 이러한 정상적인 실종 해제 절차를 가장한 셈이다. 게다가 경찰 매뉴얼상 실종 사건 종결 처리 전 ‘대면 확인’을 하고 시스템에서 해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부 경장이 허위로 실종 사건을 종결한 혐의와 관련해 지역 경찰들도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제주 지역 한 경찰관은 “(부 경장이) 형사과에서도 성실한 편이었다고 들었는데,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실체가 드러날수록 점점 더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허위 종결을 해서) 얻을 것이 없다. 통화가 안 된다고 (시스템에) 기록해도 업무가 늘어나거나 실적에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부 경장은 6년 차 경찰관으로 지구대를 거쳐 제주서부경찰서에서 근무해왔다. 2024년 2월까지 형사과 주취폭력전담팀에서 근무했고 이후 형사팀과 실종수사팀 등을 거쳤다. 경찰로서 능력을 인정받은 이력도 있다. 지난 6월 실종된 치매 노인을 발견한 공로로 경찰청장 표창을 받았다. 장 씨 사건을 허위 종결한 혐의를 받는 시점으로부터 불과 한 달여 뒤다. 이 밖에도 10건의 수상 기록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월 2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적목적다중이용장소침입) 위반 혐의로 부 경장을 조사 중인 제주경찰청은 여자화장실 용변 칸 위쪽 벽면에서 부 경장의 DNA를 검출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부 경장은 3년 전 가정폭력 가해자로 신고를 받아 ‘불문경고’ 징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러한 의혹과 실종 사건 허위 종결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장 씨의 사망 경위도 의문이다. 기자가 직접 찾은 장 씨의 시신 발견 장소는 울창한 야자수 농장으로, 이 안에는 높이 3~4m의 야자수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주변에 이렇다 할 조명도 없었고 야자수 사이로 들어가자 외부에서는 내부를 살피기 쉽지 않았다. 장 씨 부친에 따르면 생전에 장 씨도 이곳을 ‘무서운 곳’, ‘가기 싫은 곳’으로 묘사했다고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에서 뚜렷한 외상 등 타살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부검 결과와 현장 상황 등을 토대로 장 씨가 스스로 목을 매 숨졌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정확한 사망 경위와 함께 경찰이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가 있다. 경찰관 한 명이 잇달아 사건을 허위 종결한 것으로 의심되는 동안 내부 보고 체계가 왜 작동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여성 실종 등 범죄 피해 가능성이 있는 주요 실종 사건은 제주경찰청까지 보고되지만 장 씨 사건은 당시 제주경찰청장에게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부 경장이 상부에 보고하는 야간 상황보고서(당직일지)를 부실하게 작성했을 가능성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8월 25일 경찰청은 제주서부경찰서 전 서장과 현 서장, 형사과장, 실종팀장 등 지휘 라인 4명을 대기발령하고 지휘·감독 책임에 대한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제주서부경찰서는 장 씨 사건이 접수된 이후인 6월에 정기인사로 서장이 교체됐다. 전 서장은 현재 제주경찰청 경비교통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울러 경찰청은 실종 사건 해제요청을 관리자가 최종 승인하는 ‘이중 장치’를 도입할 예정이다.

제주경찰 수장은 부 경장에 대한 정식 수사가 시작된 지 약 2주 만에 머리 숙여 사과했다. 8월 27일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제주경찰청 지휘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유가족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고 청장은 제주 지역 모든 실종 사건에 대한 전면 재조사 방침을 알리면서 실종 사건 처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제주=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