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매물 출회 기대 커지지만 대출·재건축 규제 등 변수…전월세 매물 감소 가능성도 제기

토허구역에서는 주택을 산 사람이 원칙적으로 직접 거주해야 한다. 세입자가 살고 있어 곧바로 입주할 수 없는 집은 이 요건 때문에 거래가 어려웠다. 정부는 지난 5월 이런 주택을 무주택자가 살 경우 임대차 계약이 끝날 때까지 실거주를 미룰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당초 올해 말까지만 이 예외를 신청할 수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신청기한을 2027년 말까지 늘리고, 세입자가 계약을 갱신해도 한 차례에 한해 실거주 유예를 인정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2027년에 매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세제개편안이 시행되면 2028년부터 고가주택의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액에 한도가 생기고,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세율도 2027년보다 높아진다.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적은 2027년에 비거주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 임대사업자의 매도가 몰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토지거래허가제로 세 낀 매물 매수가 제한되면 원활한 매도가 어려워 매물 공급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며 “이번 유예 조치로 세제 개편을 앞두고 나오는 매물이 거래되면 매매 매물이 부족한 시장에 숨통을 틔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세입자가 있는 집을 새로 산 뒤 임대차 계약이 끝나면 새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수도권·규제지역에서는 보증금 반환에 쓰는 임차보증금 반환 목적 주택담보대출이 원칙적으로 1주택자는 최대 1억 원, 2주택 이상은 금지된다. 보증금이 그보다 많다면 나머지는 매수자가 다른 자금으로 마련해야 한다.
재건축 아파트도 거래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설립인가가 난 재건축 아파트를 사면 법에서 정한 예외를 제외하고 새 집주인이 조합원 지위를 넘겨받지 못한다. 재건축 뒤 새 아파트를 받을 권리를 확보하기 어려워 매수자가 줄어들 수 있다. 실거주 유예만으로 매물이 한꺼번에 늘기 어려운 이유다.
매물 확대 여부와 별개로 정책 일관성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국토부는 지난 5월 실거주 유예 대상을 넓히면서 올해 말까지만 신청받겠다고 했지만 넉 달 만에 기한을 다시 연장했다. 규제의 적용 시점과 범위가 짧은 기간에 바뀌면 시장에서 향후 정책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정책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공약에서부터 정책 일관성이 계속 깨지고 있다”며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다주택자 부담 완화를 이야기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대출과 세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시장이 장단을 맞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치가 기대대로 매매 매물을 늘리면 전월세 시장에서는 반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가 세입자가 사는 집을 팔고 새 집주인이 실거주하면 그 집은 전세·월세 시장에서 빠진다. 현재 서울은 전세 매물 부족으로 일부 수요가 경기·인천으로 이동하고, 새 계약 대신 기존 집에서 계약을 갱신하는 세입자도 늘고 있다. 당장은 전세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더라도 갱신계약이 끝나 수요가 다시 시장에 나올 때 전세 매물까지 줄어 있으면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남혁우 연구원은 “임대사업자와 비거주 주택 보유자, 다주택자의 매도 물량이 집중되면 전월세 매물도 동반 감소해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전세 수요가 소멸한 것이 아니라 갱신 만료 물량이 다시 시장에 나오는 시점에는 상승 압력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