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무단 조회·유출 징계 44명 중 54% 경징계…경찰청 전국 특별감사, 전문가 “접근 통제·감찰 강화해야”

다만 경찰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제3의 피해자’는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쿠팡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과는 다른 종류의 사안”이라면서 “본인이 본인의 정보를 알고 싶어서 문의한 경우 개인정보 유출의 피해자는 없다”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그렇다면 외부인이 A 경사에게 자신의 정보를 요청한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답변드리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현직 경찰관이 내부망으로 취득한 개인정보가 사설탐정에게 흘러들어간 정황도 나왔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 6월에도 파주 지역 소속 B 경사를 부정처사후수뢰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B 경사는 타인 명의를 도용해 탐정사무소를 운영했으며, 사설탐정 C 씨에게 사기 혐의 수배자 정보를 제공하고 7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심지어 B 경사는 ‘차적 조회 15만 원’, ‘범죄수사경력조회 80만 원’ 등 단가표를 만들어 텔레그램으로 홍보까지 했다. 수원지검은 B 경사와 C 씨를 기소했으며, 경찰은 B 경사를 직위해제했다.
타 지역 경찰관의 개인정보 유출 행위도 적발됐다. 경기북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8월 31일 경남 창원시 마산동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D 경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D 경사는 경찰 내부 전산망에서 취득한 타인의 개인정보를 경기 지역의 한 사설탐정 업체에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D 경사가 개인정보를 제공한 기간과 횟수, 구체적인 사건 경위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대가로 금품을 받았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경찰관의 개인정보 무단 조회와 유출을 막기 위해 주기적인 교육과 관리·감독 강화 지시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개인정보 관련) 교육도 하고 있고, 이를 유의하라고 재차 강조도 하고 있다”면서 “A 경사 사건 등은 개인의 일탈로 볼 수도 있지만,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달라는 공문도 각 서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관련 대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개인정보 무단 조회·유출 비위로 징계받은 경찰관 절반 이상이 경징계에 그쳤다. 경찰청이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8월까지 개인정보를 무단 조회하거나 외부에 유출해 징계를 받은 경찰관은 4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4%(24명)는 견책이나 감봉 등 경징계를 받았다. 나머지 중징계를 받은 20명의 경찰관 중 파면, 해임은 14명, 정직은 5명, 강등은 1명이었다.

배상훈 프로파일러 역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으니 브로커 등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전·현직 경찰관들의 개인정보 유출 비위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사한 사건이 반복된다는 지적에 경찰청은 최근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9월 2일 경찰청은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한 사람이 일정 건수 이상 정보를 조회하면 ‘경고’ 문구를 띄우고, 다량 조회가 발생하면 감독자에게 메신저로 알림을 보내는 기능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보 조회 목적을 선택하는 화면 상단에는 ‘사적 조회 금지’ 문구도 넣기로 했다.
뒤늦게 실태 파악에도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9월 14일부터 10월 16일까지 약 한 달간 전국의 경찰관서를 대상으로 개인정보 사적 조회, 유출 등 부정 사용 실태를 파악하는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점검 대상에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경찰과학수사플랫폼(SCAS), 폴조회(경찰 내부망 조회 서비스), 폴리폰(현장용 스마트폰), 교통경찰업무관리시스템(TCS) 등 경찰 전산시스템 전반이 포함된다.
하지만 감시 시스템의 부재가 문제의 원인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금도 한 경찰관이 다수의 개인정보를 조회하면 상급자에게 자동으로 통보돼 추가 확인이 이뤄진다. 한 경기 지역 경찰관(경정)은 기자에게 “경찰 내부망에서 신원을 조회하려면 사유를 10자 이상으로 정확히 적어야 하며, 30건 이상의 신원을 조회하면 상급자에게 통보된다”면서 “다만 업무상 필요한 개인정보 조회라고 주장하면 이를 사전에 일률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배 프로파일러는 “사실 경찰 내부망을 이용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면서 “최근 ‘제주 부 아무개 경장 사건’에서도 실종자 처리 결과를 팀장 등 결재라인이 모두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경찰 내부에는 각종 매뉴얼과 통제 절차가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 윗선부터 이런 행위에 대해 자정작용을 하고, 감찰·징계를 담당하는 기관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등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손우현 기자 woohyeon199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