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장·공소청장·경찰청장 공석, 법무장관 인선도 난항…사건 적체·치안 공백 ‘국민 피해 시간문제’ 우려

공소청은 경찰·중수청이 송치한 사건의 기소·불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기소 후 증거 제출·증인신문·구형 등 공소유지 업무를 수행한다. 검찰의 기소·공소유지·영장 심사 및 법원 청구권·형 집행 지휘·감독 등의 권한을 승계한다. 공소청엔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보완수사 요구권’이 주어진다. 다만 직접 수사나 직접 보완 수사를 하는 ‘보완수사권’은 없다.
문제는 중수청, 공소청, 경찰청 등 각 부처 수장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사법 시스템 개편이 개문발차 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 인사청문 절차는 지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9월 7일(현지시각) 김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범여권 내부 반발에 부딪혔다. 조국혁신당은 김 후보자가 친윤(친윤석열계) 검찰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 강경파 의원들도 김 후보자를 비토했다.
이 대통령은 9월 30일 X(옛 트위터)에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검사장 승진, 윤석열 검찰총장 때 윤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 모해위증교사 무혐의 사건 재기수사 명령,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좌천 등을 근거로 김 후보자가 친윤 검사 출신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청와대는 10월 1일 김 후보자 인사청문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약 3주 동안의 검증 결과를 토대로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 임명 강행을 결정한 셈이다. 혁신당과 민주당 강경파의 반대를 돌파하고, 국정 운영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 후보자를 둘러싼 여권 집안싸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유시민발 범여권 내홍’을 격화시키는 소재가 되는 양상이다. 지지율 하락 추세를 반등시키지 못하고 있는 이 대통령으로선 부담스러운 지점이다.

공소청 수장인 검찰총장 자리는 2025년 7월 2일 심우정 전 검찰총장 사퇴 이후 약 1년 2개월째 공석이다. 현재 이정현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검찰 해체 부담을 떠안을 인물 부재, 검사들에게 구심점을 만들지 않겠다는 정부 판단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관련기사 ‘개혁 메스’ 대려면 공석이 낫다고? 검찰총장 안 뽑나 못 뽑나).
사법시스템 개편 한 축을 담당해야 하는 법무부 장관을 구하는 일도 난항이다. 김승원 낙마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승원 의원은 코로나19 신약 로비 의혹, 후보자 가족이 연관된 사회적협동조합 특혜 의혹, 음주 운전, 보좌진 폭언, 성추행 의혹 등 각종 구설에 휩싸였고 결국 자진 사퇴했다(관련기사 ‘전직 보좌관들 탄원서 내용이…’ 김승원 사퇴 결정타 됐나).
법무부 장관 인선은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리스크로 지속 작용할 전망이다. 누가 되더라도 이 대통령 공소취소 건과 맞물려 잡음에 휩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김승원 후보자에 대해서도 ‘공소취소 돌격대’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날 선 비판을 했다. 정가 일각에선 정성호 전 장관 역시 공소취소를 둘러싼 일련의 과정들에 불만을 갖고 사의를 표명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누가 법무부 장관을 하겠다고 나서겠느냐. 인사청문회 통과는 차치하고 자칫 공소취소를 추진했다가 나중에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독배인 셈”이라면서 “이 대통령 핵심 측근인 정성호 전 장관조차 물러났다. 후임자를 찾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엔 공격 소재로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장 공백 사태는 659일째 계속되고 있다. 조지호 전 청장은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 12·3 비상계엄 여파로 직무 정지됐고, 2025년 12월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이 나왔다. 그 후 여러 차례 후임자 인선이 논의됐지만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비상계엄 연루 여부 점검 등을 이유로 지연됐다고 한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8월 3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치안정감 중에서 치안총감(경찰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며 “그동안 내란에 가담했던 치안정감들이 퇴직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원활하게 승진 인사를 하지 못해서 현재 치안정감 중에 임기 2년을 채울 수 있는 분들이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노인, 여성, 아동 대상 범죄는 전건 송치해야 한다. (중수청이 없는) 제주 경찰은 광주 중수청으로 전건 송치하게 된다. 그러면 피해자는 제주에서 광주까지 가야 한다. 이런 것들만 보더라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오 교수는 “부처 수장이 공백으로 있는 것 자체가 상징적으로 치안 공백이 있다는 것”이라며 “(사법 시스템을) 새로 시행하는 입장이면 경찰청장부터 빨리 임명을 해야 됐다”고 했다.
치안 공백으로 인한 심각한 사고가 발생, 국민들이 피해를 겪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가 쏟아지는 배경이다. 이 경우 부작용 발생 등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검찰청 폐지를 밀어붙였던 정부·여당은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맡았던 사건을 가져오면서 지금 경찰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일선 경찰들이 일을 서둘러서 하는 상황도 아닌 것 같다. 수장이 비어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면서 “사건은 쌓이고 있다. 최근 경찰에 사건을 접수를 해본 국민들은 아마 현실적으로 벌써 체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가벼운 사건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강력 사건이라도 벌어지면 경찰이 제대로 대응할지 의문이다. 제주 실종 사건 등이 계속 반복될 수 있다. 이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의 오류”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여당이 사법시스템을 망가뜨렸다면서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0월 2일 “대한민국의 범죄 수사 시스템은 이제 사망했다”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본인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의 치안을 막다른 골목에 내몬 역사적 중대 범죄”라고 꼬집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곽규택 의원도 “오늘로 사라지는 것은 거악의 권력형 비리를 끝에서 찾아내던 실체적 진실이자 국가의 수사 역량 그 자체”라고 말했다. 곽 의원은 “권력 수사 무력화를 위해 사법 질서를 난도질한 대가는 고스란히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을 향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치안 공백은 없다고 반박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가 망하기라도 바라는 것 같다”며 “범죄자 천국이 될 리 없고, 치안 지옥, 치안 공백 시대도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수사권과 공소권을 한 손에 쥐고 흔들던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이 사라지는 것이지, 국가의 수사 기능은 멀쩡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정성호 의원은 “한편으로 이런 대전환에 대해 여전히 많은 국민과 범죄 피해자들께서 의구심과 불안감을 가지고 계신 것도 사실이다. ‘선명하고 강한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일부 정치검찰의 잘못된 행태와는 무관한 사회적 약자 보호와 범죄 대응에 필요하다고 평가받는 제도까지 도려내졌다는 뼈아픈 지적이 있다”고 SNS에 적었다.
정 의원은 “새 제도를 면밀히 점검하고, 드러나는 빈틈과 부작용은 신속하고 과감하게 메우고 보완해야 한다. 특히 새 형사사법 체제의 집행과 관리 책임이 정부에 있는 만큼, 지금까지 국회가 입법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정부가 시정과 보완을 적극 주도해 나가야 한다”며 “다수 국민들이 개혁의 성과를 일상에서 체감하고 압도적인 지지를 보낼 때에만 궁극적으로 성공한 개혁이 되고 되돌릴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