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장기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낮춰야 한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유엔사마저 해당 사건을 북한군 지뢰에 의한 사건으로 판단하고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대통령이 부상 군인에 대한 위로를 언급하면서도 ‘북한’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않은 채 긴장 완화를 역설하고 있으니, 상당수 국민들이 정부의 대응에서 ‘무력감’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아직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에 대한 공세적 입장을 밝히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전개하는데, 이런 논리에도 쉽게 동의할 수는 없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유엔사가 이미 북한군 지뢰에 의한 사건으로 판단했고 우리 군도 더 이상 현장 조사는 없다는 입장인데,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더 기다리는지 국민들은 궁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의 공개를 둘러싼 우리 정부와 우크라이나 정부 사이의 갈등에는 매우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서도 우리 군인이 중상을 입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왜 이처럼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발 빠른 대응이 잘못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사안은 정부에 대한 신뢰와 관련된 문제이기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에 의한 지뢰 사건에 대한 대응 또한 정부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이다. 여기서 현 정부는 국민들이 2015년 목함 지뢰 사건을 잘 기억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당시에는 사건 발생 6일 뒤에 북한군이 매설한 목함 지뢰에 의한 사건이라는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같은 날 오후 5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이런 대응을 기억하고 있는 국민이라면, 현 정부의 대응 방식과 2015년 당시의 대응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 만일 이런 비교를 통해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사건 발생 이후 지금까지 이재명 대통령의 언행을 보더라도 정부의 대응이 국민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기는 어렵다고 판단한다.
사건 발생 당일인 9월 21일, 대통령은 부상 장병들의 빠른 쾌유를 빈다는 메시지를 신속하게 발표했는데, 여기까지는 적절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대통령은 지뢰 사건을 전혀 언급하지 않다가 지난 9월 29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야 비로소 부상 장병을 거론했지만 여기에서 ‘북한’이라는 두 글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긴장 완화’를 주장하고 나서니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은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정부가 평화를 추구하는 것도 국가정보원이 성사 가능성 50%라고 밝힌 미북 정상회담에서 우리의 역할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군이 국가를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던질 수 있는 이유는, 국가가 끝까지 자신들을 저버리지 않는다는 믿음에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미군이 작전 과정에서 전사자가 발생했을 때 그 몇 배의 보복을 가하고, 또 다른 작전을 펼쳐서라도 시신을 가지고 나오는 이유는, 국가가 군인들을 절대 버리지 않는다는 믿음을 주기 위해서다.
지금 이재명 정부가 우리 군에 과연 어느 수준의 믿음을 주고 있는지 되짚어 볼 시기다. 강한 군대만이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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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 journali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