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금리 부담에 강남 약세…전세난·삼성전자 대출 기대에 서울 외곽·경기 남부 강세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고가주택 밀집 지역과 중저가 지역의 가격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8일 발표한 10월 첫째 주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강남(-0.34%)·서초(-0.27%)·송파(-0.19%)는 일제히 하락한 반면 강북·관악·금천은 모두 0.3%대 상승했다. 서울 전역에 적용되는 대출규제 속에서도 주택가격과 지역별 수급 여건에 따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강남 3구는 올해 2월에도 동반 하락했다가 봄에 반등했지만 여름 들어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강남·서초는 8월 10일, 송파는 9월 7일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강북·관악·금천 등 외곽 지역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강남권 조정에는 세제개편안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8월 3일 고가주택의 양도소득세 공제 축소 등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4주간 강남과 서초 아파트값은 각각 0.59%, 0.40% 하락했다. 송파도 상승폭이 둔화된 반면 강북·관악은 상승폭을 키웠고 금천은 1.3%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여기에 금리 인상 부담도 겹쳤다. 한국은행은 7월과 8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정부는 9월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9억 원으로 축소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세 부담 상한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집을 오래 보유할수록 양도세를 감면해 주던 혜택을 거주기간 중심으로 바꾸고 공제액에 상한을 두는 방안은 유지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현재는 세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장기 보유자들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면서 가격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 매물을 구하기 어려워진 세입자들이 매수로 돌아서는 가운데 대출 부담으로 비싼 아파트를 사기 어려운 실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성북·동대문 등 서울 중위가격 지역의 집값이 오르면서 인접한 외곽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가격상승이 더디고 가격 접근성이 양호한 9억 원 이하 아파트가 밀집해있는 지역으로 실수요자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남부에서는 삼성전자 임직원의 주택 구입 여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집값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0월 첫째 주 수원 영통구와 성남 분당구의 아파트값은 각각 0.62%, 0.56% 올랐다. 올해 2월 초부터 누적 상승률은 영통 14.38%, 분당 12.72%, 용인 기흥 11.75%, 화성 병점 7.12%에 달한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사내 주택대출과 특별경영성과급 도입에 합의했고 9월부터 대출 신청을 받았다. 무주택 임직원은 최대 5억 원을 연 1.5%의 직원 부담 금리로 빌릴 수 있다.
경기 남부의 집값 상승세는 대출 시행 이전부터 가팔랐다. 분당은 5월 노사 합의 이전인 4월 말부터 상승폭이 확대됐고 병점·기흥·영통도 합의 이후 차례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대출 도입에 대한 기대가 매수 심리를 자극한 가운데 수원 집값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병점·오산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반면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는 분당 등 선호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특별경영성과급은 내년 3월 말~4월 초 지급될 예정이어서 추가적인 주택 구입 여력 확대도 예상된다.
#강남 조정 끝나면 다시 상급지로?
강남권의 가격 하락은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매물이 소진되면서 점차 진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재는 장기 보유자들이 세제개편에 대비해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이러한 매도가 계속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우병탁 전문위원은 “강남 지역을 포함한 초고가 지역에서 하락세가 지속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일정 수준 이후에는 하락세가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이라며 “2027~2028년경에는 가격 하락폭이 줄어드는 대신 거래가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 중저가 지역과 경기 남부에서는 매수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구입 여력을 갖춘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과 거래 증가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남혁우 연구원은 “현재 수도권 주택시장을 움직이는 두 가지 요인은 희소한 전세 매물과 경기 남부발 유동성 효과”라며 서울 외곽의 전세난과 삼성전자 임직원의 주택 구입 여력 확대가 각각 매수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남부의 상승세가 이어지면 매수 수요가 서울 동남권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당이나 송파 등 서울 동남권까지 가격 격차가 줄어들면 ‘인서울’을 노리는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혁우 연구원도 “광교의 신축 대장 아파트와 송파구 문정동 아파트의 가격이 비슷하다면 서울과 강남 3구를 선호하는 반도체 산업 종사자는 통근버스로 출퇴근할 수 있는 문정동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 남부와 서울 외곽의 상승세가 점차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학환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외곽과 경기 남부의 가격 부담이 빠르게 커졌기 때문에 일정 부분 조정이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 3구도 조정됐던 가격이 일부 회복될 수 있지만 그 자체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 남부의 매수세가 서울 전체로 확산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삼성전자 관련 자금이 수원·분당·용인·하남과 서울 일부 인접 지역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강북 등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서울 강남권과 한강변 아파트값은 경기 남부와 구별되는 수급 여건에 따라 움직인다는 설명이다.
함영진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내년 서울의 입주 물량 부족과 임대차시장 불안이 매매가격을 떠받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가파른 금리 인상이 동반되지 않는 한 큰 폭의 하락을 예상하기 어렵고 서울 외곽과 한강변 일부에서는 상승 움직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