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곳 중 18곳 청약·환불 기간에 휴일 포함…‘의도적 일정’ 의문 제기 속 일부 증권사 이자 지급 결정, 금투협 가이드라인 논의

일반 투자자는 청약 불이행에 대비해 증권사에 증거금을 납부하지만 예치 이자는 받지 못한다. 증권사는 투자자 자금의 보관·관리를 맡는 한국증권금융에 청약증거금을 예치해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이자 산정 기간에는 주말과 공휴일도 포함된다.
만약 엘리스그룹의 청약증거금 약 10조 2600억 원 전액에 한국증권금융의 청약증거금 예치 이자율인 연 1.75%(2025년 8월 27일 기준)를 적용한다고 가정하면,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 얻는 예치 이자는 이틀간 약 9억 8000만 원, 닷새간 약 24억 6000만 원으로 추산된다. 휴일 사흘 동안 발생하는 추가 예치 이자는 약 14억 8000만 원이다.
주말이나 공휴일로 청약증거금 환불이 늦어지면 투자자는 해당 자금을 다른 곳에 운용할 기회를 잃을 수 있으며, 대출로 청약자금을 마련했다면 추가 이자 비용도 부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1억 원을 연 3%의 예금에 닷새간 예치하면 세전 약 4만 1000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같은 금액을 연 6%로 빌려 공모주 청약에 사용한다면 닷새간 약 8만 2000원의 대출 이자가 발생한다.
올해 공모주 일반청약을 마친 기업의 절반은 청약 시작일부터 증거금 환불일까지 기간에 주말이나 공휴일이 포함됐다. ‘일요신문i’가 이달(10월) 8일까지 일반청약을 마친 집계 대상 37개 기업의 청약 일정을 분석한 결과 청약 시작일부터 증거금 환불일 사이에 주말이나 공휴일이 포함되는 사례는 18건(48.6%)으로 확인됐다.
증권사별로는 대표주관 기준 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이 각 4건으로 가장 많았다. 각사의 전체 대표주관 건수 대비 비중은 삼성증권 80.0%(5건 중 4건), KB증권 66.7%(6건 중 4건), 한국투자증권 50.0%(8건 중 4건)였다.
집계 대상 기업 가운데 공모금액 상위 10개 기업을 살펴보면, 케이뱅크·엘리스그룹·스트라드비젼·인제니아테라퓨틱스·아이엠바이오로직스 등 5개 기업(50%)의 공모주 청약이 청약 시작일부터 증거금 환불일 사이에 주말 또는 공휴일이 포함됐다.

증권업계에서는 대신증권이 먼저 청약증거금 이자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새 이자 지급 기준은 9월 21일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기업의 공모주 청약부터 적용된다. 증거금 100만 원 이하에는 연 1%, 100만 원 초과분에는 연 0.6%의 금리가 적용된다.
증권사·자산운용사를 회원사로 둔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증권사들과 실무회의를 열고 청약증거금 이자 지급 관련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했다. 업계에서는 금융투자협회가 이르면 올해 안에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금융투자협회의 가이드라인을 확인한 뒤 이자 지급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청약증거금 이자 관련해 금융투자협회 차원에서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해당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그에 따라 일반 투자자들에게 청약증거금 이자 지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