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이차전지 등 미래산업 육성…사업 우선순위 재조정, 영일만대교 해상노선 추진 의지
박용선 포항시장이 지난 13일 포항시청에서 가진 민선 9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말이다. 박 시장은 "정주인구 50만 명을 지키는 데 머무르지 않고 기업과 근로자가 찾아오고 관광객이 머물며 소비하는 '100만 생활권 거점도시'로 도약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박 시장은 AI·로봇·이차전지 등 미래산업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고, 지역 소비와 일자리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으로, 산업·민생·도시의 3대 대전환을 중심으로 9대 핵심과제와 75개 공약을 제시했다.
재정난 속에서 사업의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영일만대교 해상 노선 추진과 지역 축제의 부실 운영 개선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취임 100일을 맞았다. 포항 시정의 가장 큰 변화와 향후 방향은.
"지난 100일 동안 철강산업지원TF를 가동하고, 2조 원 규모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착공과 로봇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으로 미래 성장 기반을 넓혔다. 기업 투자도 3700억 원 규모의 실제 투자로 이어지도록 했다. 앞으로는 투자협약을 얼마나 많이 체결했느냐보다 실제 투자가 이뤄지고 일자리가 얼마나 만들어졌느냐를 중요하게 보겠다. 포항은 철강산업 침체와 내수 부진, 인구 감소, 청년 유출이라는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존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AI·로봇·이차전지·그래핀·반도체 등 미래산업을 육성해 산업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
―민생경제 회복을 강조했다.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은.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불편함을 느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이 일상에서 느끼는 불편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게 됐다. 주차 단속을 유예했다. 노점상(오거리) 단속 시작 시간도 오전 8시 30분에서 9시로 조정했다. 지역에서 생산한 제품을 우선 구매하고 지역업체와의 소통도 강화했다. 희망동행 특례보증과 이차보전 지원도 확대하고, 500억 원 규모 포항 소비쿠폰 발행과 통합 배달플랫폼 구축 등으로 지역 소비를 촉진하겠다. 지역업체 수주율도 80% 이상을 목표로 공공사업에서 지역업체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겠다. 경제구조 구축은 지역에서 생산하고, 소비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산업 유치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 문제는 없나.
"포항은 경주와 울진에서 전력이 공급되는 구조로 보면 된다. 이런 측면에서 전력 공급 안정성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한전과도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단계별 투자계획에 맞춰 전력 공급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산업단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력 여건도 살펴보고 있다. 철강산업 침체로 기존 산업시설의 가동이 줄어드는 상황도 새로운 산업의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재정 여건이 어려운데 75개 공약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사업을 추진할 때는 건립비뿐 아니라 이후 발생하는 운영비까지 고려해야 한다. 공모사업을 비롯해 각종 사업을 검토한 결과 필요성이 낮거나 재정 부담이 큰 사업도 확인했다.

―'100만 생활권 거점도시'는 어떤 도시를 의미하나.
"중요한 것은 '포항에 기업과 근로자가 찾아오고, 관광객이 방문해 오래 머물며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출생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주인구 50만 명만으로 도시의 성장과 활력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관광도 방문객 숫자만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숙박과 해양레저, MICE 산업을 연계해 체류시간과 소비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영일대·송도 일대를 해양관광 거점으로 육성하고, 축제와 해양스포츠, 문화·미식 콘텐츠를 결합해 연간 1000만 명이 찾는 글로벌 해양관광도시를 만들겠다. 주거와 상업, 일자리와 생활서비스가 가까운 도시구조를 만들고, 지역 대학과 기업의 연계를 강화해 청년들이 포항에서 배우고 일하며 정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원도심 재생과 광역교통망 확충도 중요하다."
―영일만대교 해상 노선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해상 노선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포항시의 입장이다. 왜냐하면 내륙 우회노선의 경우 이동거리와 접근성 측면에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사업 검토 과정에서 해상 노선이 반영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있다. 다만 KDI의 검토 방향과 정부의 사업 추진 절차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포항의 교통 여건과 지역 발전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되도록 계속 힘을 쏟겠다. 국비 확보 역시 사업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정부를 설득하는 데 집중하겠다."
―지역 축제의 부실 운영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행정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
"시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이런 행사 운영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구룡포 국수축제) 축제 현장에서 준비와 운영이 미흡한 점을 확인했고, 시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4억 원을 들인 행사가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용납하기 어렵다. 행사를 위한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공직사회 역시 수동적인 업무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기획 단계부터 현장 운영과 결과 평가까지 철저히 살피겠다. 지역의 특성을 잘 아는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축제가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바꾸겠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행사는 과감히 개선해 나가겠다."
―전임 시장이 추진한 정책과 사업은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전임과 현임을 구분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전임 시장) 좋은 정책 사업이라면 확실하게 계승할 생각이다. 모든 정책과 사업은 시민을 위한 것이다.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겠다. 행정조직도 변화하는 산업과 정책 수요에 맞춰 정비할 것이다. 철강도시의 특성을 살린 조직을 강화하고 공공건축 업무를 통합해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겠다. 지역 대학과 기업을 연결하는 정책 기능도 강화해 대학의 역량이 산업과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 교육 분야의 경우 원도심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특색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시범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으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도 마련하겠다."
박용선 시장은 "100일 동안 준비한 정책을 앞으로 4년간의 변화로 이어가고, 현장에서 뛰며 실질적인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김은주 대구/경북 기자 kej29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