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미수 등 흉기 범죄 전력 3차례에 소지 신고 잇따라…범행 당일 보호관찰관 면담·식사까지

피의자는 59세 남성 최 아무개 씨였다. 경찰 조사 결과 최 씨는 건물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식당가로 올라간 뒤 오후 1시 48분께부터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양손에 흉기를 테이프로 고정한 상태였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식당 이용객은 “대형마트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음식을 주문하고 카드를 내밀었는데 범인이 갑자기 달려들어 마구 찔렀다”고 말했다.
최 씨는 2층 식당가에서 공격을 이어가다 에스컬레이터를 거슬러 3층으로 올라가 또 다른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후 4층 영화관 쪽으로 향하려다 의자 등을 들고 맞선 시민들에게 제압된 뒤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는 10명으로, 이 가운데 8명이 다쳤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19세 여성은 응급수술 후 심장박동이 돌아왔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가 메고 있던 배낭에서는 범행에 사용한 것 외에도 흉기와 둔기, 다량의 약물이 발견됐다. 최 씨는 약물을 복용한 상태로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범행 과정에서는 배낭에서 돈다발이 떨어져 현장 상인이 발견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최 씨는 현금 680만 원가량을 소지하고 있었다. 그는 가지고 있던 금을 팔아 마련한 돈이라고 주장했다.
최 씨가 경찰에 밝힌 범행 동기는 자신이 진료받은 한 병원에 대한 불만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최 씨는 “뉴스거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병원을 향한 자신의 불만을 사회적으로 알리기 위해 뉴스거리를 만들려고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 씨는 지난 8월부터 인천 계양구의 한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왔다.
#두 달간 병원 앞 시위, 흉기 소지 신고에도 현장 종결
최 씨는 8월 19일부터 10월 초까지 인천 계양구의 한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일요신문i'가 만난 인근 상인과 주민들에 따르면 최 씨는 피켓을 병원 앞 인도에 세워 놓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변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고 한다. 시위 장소 바로 옆 분식집 사장은 “아침마다 와서 앞쪽 계단에 앉아 피켓을 만들었다”며 “평소에는 조용히 있다가 지나가는 어린아이나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행인에게 말을 걸며 병원 치료에 대한 불만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갈등은 7월 최 씨가 이 병원에서 피부질환으로 약을 처방받은 뒤 시작됐다. 그는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며 8월 다시 병원을 찾아 항의했고, 보상 명목으로 100만 원을 요구했다. 병원 측은 진료와 처방에 문제가 없다며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 과정에서는 경찰 신고가 반복됐다. 병원 측은 허위사실 유포, 업무방해 등으로 최 씨를 4차례 신고했으며, 9월 9일에는 최 씨가 흉기를 소지하고 있다고 2차례 신고했다. 실제로 평소 이 길을 지나다녔다는 한 행인은 “지난 9월에는 피켓에 부엌칼을 꽂아 놓은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흉기 소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최 씨는 집에 커터칼이 없어 시위 피켓에 구멍을 뚫는 데 쓰려고 식칼을 가져왔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흉기를 회수한 뒤 현장에서 사건을 종결했다.
같은 날 병원 측이 안전신문고에 제기한 민원이 전달되면서 경찰은 공공장소 흉기 소지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병원 관계자 조사 등을 거쳐 10월 6일 최 씨를 소환했는데, 최 씨는 식칼 소지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해칠 목적은 아니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경찰은 CCTV에서 최 씨가 피켓에 구멍을 뚫어 줄을 연결하는 모습만 확인됐으며, 흉기로 시민을 위협하거나 거리를 배회하는 장면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최 씨를 불구속 상태로 수사하면서 흉기만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했다.

최 씨는 과거에도 흉기를 이용한 범죄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 판결문 등에 따르면 그는 2004년과 2007년, 2015년 세 차례 흉기 범죄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졌다.
2004년 9월에는 자신의 전세 계약을 중개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직원을 흉기로 공격했다.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되자 양말 속에 과도를 숨겨 직원을 찾아간 것이다.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최 씨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이 참작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형됐다.
2007년에는 동거하던 여성 A 씨와 술을 마시다 다툼이 벌어져 흉기를 휘둘렀다. 당시 A 씨도 최 씨를 공격해 함께 기소됐다. 법원은 서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이듬해 최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후 A 씨와 혼인신고를 했다가 이혼한 최 씨는 2015년 재결합을 거부당하자 부엌칼로 A 씨의 팔과 손, 심장 부위를 수차례 찔렀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삼단봉으로 팔을 내리쳤음에도 최 씨는 칼을 놓지 않고 피해자를 계속 찌르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최 씨에게 살인미수죄로 징역 4년을 선고하고, 출소 후 10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하도록 명령했다. 당시 재범 위험성 평가 점수는 14점으로 ‘높음’ 수준이었다. 최 씨는 정신과적 문제와 범행 당시 음주 등을 이유로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그는 2019년 출소한 뒤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보호관찰을 받아왔는데, 부착 기간은 2029년 2월 23일까지였다.
최 씨는 지인에게 억울함과 불만을 자주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와 30년 동안 알고 지낸 전 직장 동료 B 씨는 MBC와 인터뷰에서 “당시 최 씨가 사기 친 부동산 업자를 죽인다고 말했다”며 “그 사건 이후 폭력적 성향이 시작된 것 같다”고 전했다. 전처를 상대로 한 범행에 대해서도 B 씨는 “최 씨가 억울해했다”며 “최 씨는 함께 술 마시던 전처가 자해하려는 걸 막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병원 앞 흉기 소지 사건을 수사하면서 최 씨의 살인미수 전력과 전자발찌 부착 사실을 확인하고 법무부에 조사 사실을 통보했다. 그러나 별도의 위험성 평가는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민을 위협한 것이 아니라 피켓에 구멍을 뚫는 데 칼을 사용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이유에서다.
보호관찰 당국도 관련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 인천보호관찰소 서부지소는 10월 6일 경찰로부터 최 씨의 공공장소 흉기 소지 혐의 입건 사실을 통보받았지만, 흉기 소지를 금지하기 위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범행 당일에도 대면 지도·감독이 이뤄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 씨는 오전 외부 전문가와 중독 상담을 한 뒤 보호관찰관 면담과 치료약 복약검사를 받았다. 이날 최 씨는 보호관찰관과 함께 점심식사까지 했다. 이후 방송통신대에 들러 휴학계를 제출한 최 씨는 바로 범행 장소로 이동했다. 최 씨가 복합상가에서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한 시점은 보호관찰관과 헤어진 지 약 1시간 20분 뒤였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건 당일에도 지도·감독을 진행했으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전자장치 훼손이나 훼손 시도, 준수사항 위반 등은 없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전자발찌 부착과 현행 보호관찰만으로는 재범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학과 명예교수는 “보호관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자발찌 부착과 보호관찰만으로는 재범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재범 위험도에 따라 보호감호 등 더 강도 높은 관리 체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험 징후가 나타나면 신속하게 위험성을 재평가하고 감독 수준을 높이는 절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승구 기자 win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