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의 다이어트 결심 ‘군살’들 긴장
▲ 박근혜 당선인이 정부의 각종 위원회를 대대적으로 손볼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하 위원회가 많은 경제부처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준선 기자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직속뿐 아니라 정부부처 산하에 있는 각종 위원회를 손볼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 부처 관계자들이 손익 계산에 들어갔다. 특히 산하 위원회가 많거나, 대통령 직속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 위원회로 파견을 많이 가던 경제부처는 이번 위원회 정리 작업에 직접적 피해자(?)가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정부 위원회 현황 조사자료(매년 6월 말 기준)’에 따르면 2012년 6월 말 현재 정부 위원회 수는 총 505개로 노무현 정부 말이었던 2008년(579개) 이후 처음으로 500개를 다시 넘어선 상태다.
‘위원회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위원회 설치에 앞장섰던 노무현 정부에서는 정부 위원회 수가 정권 초였던 2003년 368개였으나 정권 말인 2008년에는 579개로 200개 가까이 늘어났다. 당초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 때 참여정부 당시 579개인 위원회를 273개로 통폐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공약(空約)’이 됐다. 2009년 위원회 수를 461개, 2010년 431개로 줄이는 듯했으나 2011년 499개, 2012년 505개로 다시 늘린 것이다.
위원회가 문제인 까닭은 눈에 띄는 일은 별로 하는 것이 없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정권 창출 공신’들이나 공직자를 위한 자리 만들기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2011년 기준으로 499개 위원회 중 156개 위원회가 단 한 번도 회의를 열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러한 위원회에 들어가는 연간 예산은 3000억 원에 달한다. 또 위원회에 속한 위원수가 적은 곳은 10명 안팎이지만 많은 곳은 50∼60명이나 돼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부터 손을 본 뒤 국무총리실, 부처 소속 위원회 순으로 구조조정을 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는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국가브랜드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등 현재 20개 중 지역발전위원회만 살아남게 된다. 여기에 국민대통합위원회와 청년위원회가 신설되면서 총 3개로 정리된다.
이처럼 위원회 구조조정 안이 구체화되면서 가장 떨고 있는 것은 산하위원회가 다른 부처에 비해 많은 경제부처들이다. 국토해양부는 산하 위원회가 58개에 달해 전 부처 중 1위다. 국무총리실(55개)보다 더 많다. 지식경제부는 위원회가 34개, 농림수산식품부는 31개, 기획재정부는 19개로 경제부처들이 상위권에 이름을 줄줄이 올리고 있다.
대통령 직속이나 총리실 산하, 각 부처 산하 위원회는 공신들뿐 아니라 부처 공무원들이 인사적체로 승진 자리를 찾지 못할 경우 나가있는 자리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위원회 자리가 없어지면 공무원들은 자칫 승진 적체나 옷을 벗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특히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줄곧 차지하던 기획재정부는 사색이다. 가뜩이나 산하기관이나 위원회가 다른 경제부처에 비해 적은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 위원회마저 없어지면 고위 공무원이 갈 자리가 마땅찮은 탓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폐지가 확정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는 변상구 단장, 녹색성장위원회에는 유복환 단장, 미래기획위원회에는 황문연 단장 등 재정부 1급들이 나가있다.
하지만 위원회가 폐지되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대통령 직속뿐 아니라 정부부처 산하 위원회가 모두 관련법에 의해 설치된 탓에 폐지하려면 법률을 모두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폐지키로 한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국가우주위원회는 우주개발진흥법,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지식재산기본법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대통령 직속 위원회 중 실효성 있는 위원회는 국무총리실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밝힌 것도 위원회들이 모두 법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국회 법률안 개정 과정에서 각 부처의 로비가 치열하게 벌어질 경우 대통령 직속을 제외한 상당수 부처 산하 위원회는 살아남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이름을 들어보면 왜 있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위원회가 상당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자리 만들기용인 이러한 위원회에 대해서는 정리를 하는 것이 옳다”면서도 “그러나 위원회라는 것이 국가 정책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장소라는 일부 긍정적인 면도 있다. 위원회가 없어질 경우 대통령이나 부처 장관, 공무원들이 여러 정책에 대한 시민사회나 학계의 아이디어를 들을 수 없게 된다. 대통령직 인수위 과정에서 가뜩이나 불통논란이 불거지고 있는데 위원회의 실효성을 면밀히 따지지 않고 무작정 폐지할 경우 논란이 더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겸 언론인
조직개편 부처 약칭 고민 미창부? 산통부? 참 거시기허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조직개편안을 내놓은 뒤 부처 약칭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정부 관료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대적인 정부개편과 함께 이뤄진 부처 약칭 혼란을 기억하고 있는 탓이다. 관가에서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것은 미래창조과학부다. ‘미창과부’로 줄이기도 그렇고 ‘미창부’, ‘미과부’라는 이름 모두 영 부르기 껄끄럽기 때문이다.
한 정부 부처 고위 관계자는 “미창과부라고 하면 아름다운 노래 잘하는 과부라는 의미로 들리지 않느냐. 미과부도 과부라는 단어 때문에 이상하고, 미창부는 창부라는 말이 들어가 부처 이름으로 적합하지 않다”면서 혀를 찼다. ‘미래부’나 ‘창조부’라는 약칭에 대해서도 공무원들은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치는 분위기다. 부처에 미래라는 이름도 이상하고, 창조라는 단어를 쓰면 외국인이 종교 관련 단체로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과학부’라는 이름이 가장 그럴듯하지만 이럴 경우 부처를 신설한 이유가 없어져버린다. 외신들도 곤혹스러운지 미래창조과학부를 ‘과학기술부(Ministry of Science and Technology)’로 쓰고 있다.
산업통산자원부 역시 ‘산통부’나 ‘산통자부’ 등 약어가 어색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산자부’로 쓰자니 15년 만에 통상업무를 가져온 것이 드러나지 않는 문제가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안전행정부로 이름을 변경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다. 그저 앞뒤 단어순서만 바꿔 큰 의미도 없는 데다 ‘행안부’라는 이상한 약칭이 ‘안행부’로 더 우스꽝스러워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이 같은 혼란이 있었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가 합쳐진 기획재정부는 ‘기재부’와 ‘재정부’를 놓고 고민하다 ‘재정부’로 정리했지만 ‘기재부’로 부르거나 쓰는 이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여성가족부는 ‘여성부’라는 약칭을 내놓았지만 할 일 없이 노는 ‘여가부’라는 또 다른 약칭으로 놀림을 받았고, 보건복지부는 ‘복지부’를 사용하고 있지만 ‘보복부’라는 무시무시한 약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준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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