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0억 원 투입한 에이본 76억 원에 처분, 더크렘샵 대규모 손상차손…해태htb 매각 일정도 불투명

이선주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2025년) 11월 LG생활건강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 대표는 과거 로레알코리아 재직 당시 로레알의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입생로랑’과 ‘키엘’ 국내 마케팅을 총괄했으며, 특히 ‘키엘’의 한국 매출을 미국에 이은 세계 2위로 성장시킨 이력이 있다. 2013년 로레알USA 본사로 자리를 옮겨 키엘 국제사업개발 수석부사장을 역임한 뒤 2016년 로레알코리아 부사장에 임명됐다.
이 대표는 LG생활건강 대표 취임 후 중국 시장과 면세점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시장 공략과 사업 구조조정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전략 변화 속에 올해 2분기 매출 실적은 6개 분기 만에 상승으로 전환했다.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1조 6574억 원(영업이익 1028억 원)으로, 이는 전년 동기(매출 1조 6049억 원, 영업이익 548억 원) 대비 각각 3.3%, 87.5% 증가한 규모다.
다만 상반기 전체 규모로 보면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 줄어든 3조 2340억 원에 머물렀다. 영업이익은 2106억 원으로 6.8% 늘었지만 외형 성장이 동반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실을 메우기 위한 추가 자금 지원도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 초기 인수대금 약 1450억 원에 더해 대여금 출자전환 2863억 원, 현금 출자 861억 원 등 약 5200억 원의 자금이 들어갔다. 그러나 회생에 실패하면서 지난 9월 에이본 지분을 약 76억 5000만 원에 처분했다. 이에 따른 회계상 손실도 부담이다. 박종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 에이본 처분손실 등 3006억 원이 반영돼 순이익 적자가 지속될 전망”으로 내다봤다. 이에 에이본 관련 인수 및 추가 투자 판단의 적절성 전반을 되짚어볼 필요성이 제기된다.
LG생활건강이 2022년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인수한 ‘더크렘샵’ 역시 실적 급락을 면치 못했다. 2023년 매출 1365억 원, 순이익 312억 원을 기록한 뒤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7.0% 감소한 657억 원, 순손실 156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른 영업권 손상차손 741억 원이 장부에 반영됐다. 영업권 손상차손은 기업 인수 당시 지급한 경영권 프리미엄인 영업권의 장부상 가치가 실적 악화 등으로 회수가능액보다 낮아졌을 때, 그 차액을 손실로 확정해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회계 처리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LG생활건강이 북미 시장의 소비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북미 등 해외 화장품 시장은 SNS를 기반으로 파급력을 얻고, 소비자의 구체적인 피부 고민을 정밀하게 겨냥한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확실한 효능에 가격대까지 합리적인 제품이 선택을 받는 구조”라며 “반면 LG생활건강 화장품은 대체로 가격대가 비싸다는 인식이 자리 잡은 데다, 현지 소비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이나 정체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으로 진단된다”고 말했다.
한편 LG생활건강은 해외 사업 재편과 함께 추진 중인 음료부문 자회사 해태htb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해태htb 매각을 위한 적격인수후보로 메가커피 운영사인 ‘엠지씨글로벌’과 사모펀드운용사 ‘고도파트너스’를 선정했으나, 당초 9월로 거론됐던 본입찰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 희망가는 3000억 원 안팎이다. 통상 인수 후보들은 실사 과정에서 드러난 잠재 리스크와 사업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계산해 최종 입찰 가격을 제시한다.
다만 해태htb의 최근 실적 악화와 높은 내부거래 의존도가 가격 산정의 변수로 꼽힌다. 해태htb는 지난해 영업손실 101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뿐만 아니라 전체 매출(3741억 원) 중 LG생활건강의 또 다른 자회사인 ‘코카콜라음료’와의 거래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45.9%(1719억 원)에 달하는 구조다. 코카콜라음료는 이번 매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기존 거래 관계의 지속 여부가 인수후보들의 기업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생활건강은 현재 정상적인 사업 재편 과정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해태htb 매각은 시장 내 자생적 성장 가능성을 감안해 내린 결정이며, 현재까지 매각 과정에서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에이본 정리와 관련해서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차원”이라며 “에이본을 통해 북미 저변에 브랜드를 알리는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