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임원 배임 혐의 고소 후 8개월간 공시 의무 미이행…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에 ‘기업 신뢰도 훼손’ 책임론
일반 주주 등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장기간 공개하지 않은 경위를 둘러싸고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와 정철동 LG디스플레이 대표의 관리·감독 책임 및 내부 공시관리 체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거래소가 높은 수준의 벌점을 부과할 경우 양사는 시장 신뢰도 하락과 후속 제재 부담에 직면하면서 두 대표의 경영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당 임원은 재직 당시 LG그룹 계열사들의 중국 현지 사업 인허가 등을 위해 자신의 가족과 연관된 현지 컨설팅업체에 거액의 자문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그룹 전체 피해 규모는 최대 1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고소에는 LG화학과 LG경영연구원까지 4개 계열사가 참여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피소된 해당 임원을 상대로 자택과 사무실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를 진행 중이다. 피소된 전직 임원 측은 정당한 자문 계약이었으며 실제 사업 인허가 성과가 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임 혐의의 실체를 둘러싼 법적 공방과 별개로, 시장의 시선은 두 회사의 ‘공시 시점’으로 쏠리고 있다. 두 회사가 해당 임원에 대한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한 시점은 지난 2월 10일이지만, 실제 공시는 8개월이 지난 10월 14일에야 이뤄졌다.
현행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상장사 임원의 횡령·배임 혐의는 금액 규모와 무관하게 고소·고발 시 당일 시장에 알리는 것이 의무다. 한국거래소는 양사가 공시 의무를 제때 이행하지 않은 점을 들어 공시불이행에 따른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기업의 대외 신뢰도 하락, 내부통제 원칙 훼손을 초래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시 지연은 주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공시 판단 과정과 내부통제 체계가 적절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오는 27일까지 양사의 이의신청을 접수한 뒤 상장공시위원회를 열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와 부과 벌점을 확정할 방침이다. 거래소의 최종 제재 수위 결정은 이번 공시 지연의 고의성과 사안의 중대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강도 높은 제재가 결정될 경우 김동명·정철동, 두 대표의 경영 리더십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공시 시점이 장기간 미뤄진 이유 등을 물은 ‘일요신문i’ 질의에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답변이 어렵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