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력 비슷하면 둘 다 ‘박살’난다
▲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선행마는 레이스를 주도하는 말이기 때문에 경주의 빠르기를 결정한다. 예전에 비해 선행마의 입상률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이 선행마를 베팅의 축으로 세울 때와 선행마를 꺾어야 할 때를 잘 판단하면 적중할 확률도 그만큼 더 높아진다. 그렇다면 어떤 때 선행마를 꺾고 어떤 때 선행마를 노려야 할 것인가.
흔히들 선행마가 많은 편성에선 선입마나 추입마를 놓고 베팅하라고 한다. 선행마들끼리 선두경쟁을 하면서 초중반에 힘을 소진할 위험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뜻이다. 뒤에서 편안히 따라가는 추입마들이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행마가 많은 경주라고 해서 반드시 선행마 모두에게 불리하지는 않다. 같은 선행마라고 해도 초반 출발에서 차이가 나거나 중간 가속력이 다른 경우는 다른 각도로 접근해야 한다.
우선 선두력이 비슷한 경주마가 포진한 실전의 예를 찾아보자. 이런 경주는 앞선에서 선행마끼리 버티면서 입상하는 그림은 흔치 않다.
지난달 26일 제12경주. 거리는 서울 경마장에서 가장 힘들다는 1400미터였다. 인기도는 11번 푸른미소가 1위였고 2위는 12번 동반자의기적이었다. 두 마리가 압도적인 인기몰이를 했지만 일부 경마전문가들은 동반입상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기도 했다. 둘 중 하나가 부러지거나 최악의 경우 둘 다 입상에 실패하는 그림도 가능하다고 본 것.
실전에서도 푸른미소와 동반자의기적은 모두 입상하지 못했다. 왜 이런 추리가 가능했고 그것이 적중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선행마가 많은 편성이었기 때문이다. 푸른미소와 동반자의기적은 모두 선행으로만 입상을 해온 말인데 공교롭게도 같은 경주에서 만났고, 선두력도 비슷했다. 둘 중 하나가 일부러 느슨하게 말몰이를 해주지 않는 한 경합은 필연적이었다. 더군다나 인코스엔 2번 노피어맨, 6번 백두아침, 10번 뉴테라칸 같은 발빠른 말이 포진해 있었다. 세 마리 모두 최근 장거리에 출전하면서부터 선입형으로 주행습성을 바꿨지만 과거 단거리에선 선행으로 뛰었을 만큼 순발력은 발군인 말들이었다.
이런 최악의 편성에서 푸른미소와 동반자의기적이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두 마리 모두 경주경험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힘든 경주거리라는 1400미터에서 상극끼리 만난 셈이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경마팬들은 둘 중 하나만 살아남는다고 보고 자신이 보는 추입마를 놓고 이 두 마리에 힘을 실어 베팅하는 모습도 보였다. 필자는 인코스의 다른 발빠른 말들 때문에 인기마 두 마리가 모두 입상에 실패할 가능성도 열어두고 단거리 전공 추입마 5번 섀넌메모리즈를 축으로 선입마인 7번 노시크릿모어까지 세 마필에 분산 베팅했다. 필자로선 속 편한 베팅이었는데, 많은 분들이 마필의 능력을 배제한 베팅이라는 평가를 했지만 결과는 5번과 7번의 동반입상.
다음으로 선행마의 능력이 다른 경주에서 특정 선행마를 축으로 베팅할 수 있는 경우를 살펴보자. 지난달 27일 마지막 경주가 바로 이런 경우였다.
1200미터로 치러진 이날 경주. 선행마가 무척 많았다. 3번 여의골드, 5번 블루차밍, 7번 짝꿍, 8번 풀문파티(경주취소), 11번 샤프컨셉 등이 선행마였고, 이외에도 어지간한 선행마는 한달음에 제껴버릴 수 있는 발빠른 선입마 9번 북대풍도 있었다. 이렇게 본다면 선행마를 놓고 베팅하는 것이 다소 무모할 수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선행마라고 해서 다 같은 선행마가 아닌 것’처럼 선행마 중에서도 3번 여의골드의 능력이 단연 돋보였다. 다른 마필들은 선행 일변도로 뛰는 말이 아니지만 여의골드는 매번 선행을 시도해왔고, 또 그런 작전으로 좋은 성적을 내왔다.
뿐만 아니라 여의골드는 이 경주 직전에 벌어진 경주에선 1400미터에서 초중반을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아주 빠르게 뛰고도 끝까지 걸음이 무뎌지지 않고 여유승을 거둔 적이 있었다. 거리까지 줄어들고 선두력까지 우세한 편성을 만났던 것이다. 이 경주는 선행마가 많고 적음은 변수가 아니었던 셈이다. 여의골드만 선행마고 나머지는 선입마나 마찬가지인 편성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주는 초반이 빠르게 전개되긴 하겠지만 경합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추리도 가능했다. 그럴 경우 선입으로도 뛰어주는 선행마가 2위나 3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당일 최고 인기마는 아이러니하게도 추입마인 4번 스피더스였다. 대상경주 우승마였으니 그럴 만도 했지만 필자의 눈에는 스피더스에겐 몇 가지 불리해진 조건이 보였다. 우선 거리가 1200미터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추입마가 아차하면 따라잡을 타이밍을 놓치는 경주거리가 1200미터다. 또한 경주로가 수분함수율 16%의 포화상태였다. 추입마한테 유리한 겨울주로라 해도 포화상태의 주로는 상당한 핸디캡이 아닐 수 없었다. 세 번째는 57㎏으로 늘어난 부담중량이었다. 스피더스는 암말이다. 대상경주에서 우승할 때의 부담중량은 55㎏이었고, 직전의 경주에선 53㎏이었다. +2~4㎏의 부중은 수말에겐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암말에겐 경주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실전에서 스피더스는 출발을 늦게 하는 바람에 경주력을 검증받지 못했지만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출발을 제대로 했더라도 우승까지는 쉽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이 경주의 2위는 7번 짝꿍이었고 3위는 11번 샤프컨셉이었다. 선행마가 많은 경주였지만 줄을 서서 서로 견제하지 않고 달렸기 때문에 2선의 선행마들이 앞에 말을 빠르게 따라가면서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해버린 것이었다.
선행마들이 줄을 서서 뛰고 그대로 입상하는 경우는 흔치 않치만 단거리에선 벌어지는 일이다. 경마팬들은 이런 경우를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비난하지만 선행마들의 능력에서 차이가 나는 바람에 벌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김시용 프리랜서
단독선행마 고르는 법 느린 전개서 입상했다면 ‘콕’
바로 과거 전적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 경우 기록 분석은 의미가 없고 딱 두 가지만 체크해보자. 하나는 선행으로 뛴 적이 있는 경우. 느리게 전개하고도 입상에 실패했다면 버리고, 입상에 성공한 적이 있다면 베팅에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27일 부산경남 경마장 4경주의 빅우퍼가 그런 예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선행으로 뛰어본 적이 없는 경우다. 이 경우는 ‘모 아니면 도’의 경우로 성공확률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하지만 배당이 워낙 좋기 때문에 베팅메리트는 충분히 있다. 27일 서울 5경주 5번 로얄킹이 이런 예에 속한다
김시용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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