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해진 ‘빅초이’ 큰 일 낸다
미국 애리조나주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최희섭이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최희섭의 별명은 빅 초이(Big choi)다. 미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서 뛸 때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지어줬다. 당시 베이커 감독은 미국 선수를 압도하는 최희섭의 큰 체구를 보고 ‘빅 초이’란 별명을 떠올렸고, 한국 취재진을 볼 때마다 최희섭을 ‘빅 초이’로 소개했다. 선수 자신도 별명을 마음에 들어 하면서 어느덧 ‘빅 초이’는 최희섭보다 더 유명한 이름이 됐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최희섭은 ‘빅 초이’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되레 영락없는 ‘감성이 풍부하고 상처받기 쉬운 소녀’에 가깝다. 좋은 예가 있다.
지난해 KIA 선동열 감독은 감독실을 들어갔다가 깜짝 놀랐다. 최희섭이 형광등을 끈 채로 말없이 감독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묵묵부답인 채로 서 있는 최희섭이 답답했던 선 감독은 “내가 도움이 되길 바라면 네 마음부터 열라”고 조언했고, 결국 최희섭은 고심 끝에 입을 열었다.
최희섭은 우울한 표정으로 “동료와 후배들이 날 보고 ‘빅 초이’하고 부르며 놀린다”며 “더는 선수들이 내 별명을 부르며 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선 감독에게 전달했다. 선 감독은 최희섭이 별명 때문에 감독을 찾아왔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 이름보다 친숙한 별명을 친구들이 부른다고 발끈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편으론 최희섭의 여린 감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키 196㎝, 몸무게 120㎏의 건장한 체구와는 어울리지 않게 최희섭은 상당히 여리다. 누군가 무심코 내뱉은 말에 자주 상처받고,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될 땐 한 달이고 산속으로 들어간다.
그래서인지 최희섭이 부진했던 시즌을 보면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던 시절이 많았다. 지난해도 최희섭은 가정사로 야구에 집중하지 못했다.
하지만, 반대로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면 최희섭의 가치와 능력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른다. 2009년이 그랬다. 그 해 스프링캠프에서 최희섭은 야구에만 집중했다. 코칭스태프가 “부상당할 수 있으니 쉬라”고 훈련을 제지할 정도였다. 그 해 야구에만 집중한 최희섭은 13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8리, 33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며 KIA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2월 1일 미국 애리조나주 KIA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최희섭은 ‘생각의 족쇄’에서 벗어난 느낌이었다. 2009년 스프링캠프 때처럼 미친 듯이 그라운드를 뛰었고, 휴식을 생략한 채 배팅연습에 몰두했다.
선 감독이 “지난해 저렇게 열심히 훈련했으면 타율 3할, 80타점, 20홈런 이상을 기록했을 것”이라며 흐뭇한 표정을 짓는 것도 과장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현실적으로 최희섭의 부활 없이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불가능에 가깝다. 가뜩이나 동료 중심타자 이범호는 햄스트링 부상 후유증, 김상현은 잔부상에 시달리며 중심타선의 힘이 예전만 못하다. 그나마 최희섭이 정상 컨디션을 유지하는 게 불행 중 다행이다.
선 감독은 “최희섭이 살아나지 않으면 올 시즌 타선 운용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올 시즌엔 누가 뭐래도 최희섭을 믿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희섭 역시 “내 머리에는 오직 야구만 있다. 의도적으로 다른 생각은 일체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2009년의 영광을 반드시 되살리겠다”고 다짐했다. 덧붙여 최희섭은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다시 한 번 거머쥐기 전까지 다른 팀 이적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KIA에서 뼈를 묻고 싶은 게 솔직한 바람”이라고 밝혔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WBC 저주’ 이용규도 불참? KBO는 고심 끝에 이용찬의 대체 선수로 송승준(롯데)를 발표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이용찬까지 포함해 벌써 7명의 대표팀 선수들이 하차했다”며 “대표팀 투수진 위력이 과거 WBC 대회보다 현격하게 떨어진 느낌”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전력 약화가 투수진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에서 전지훈련을 진행 중인 KIA는 외야수 이용규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걱정이다. 선동열 KIA 감독은 “이용규의 왼쪽 어깨가 좋지 않아 외야 송구 훈련을 못하고 있다”며 “현재 타격훈련만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용규 역시 침울한 목소리로 “어깨가 좋지 않은 게 맞다. 조금씩 나아지기만을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일단 KIA는 이용규의 몸 상태를 주의깊게 살펴볼 예정이다. 모 코치는 “만약 이용규의 어깨부상이 심각하다면 WBC 불참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 시즌 한국시리즈에 도전하는 팀 사정상 이용규를 무리시켜선 안 된다는 게 팀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