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도 장거리도 선입마가 ‘선전’
우선 선행은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1위권에 가세해 뛴 경우를 모두 포함시켰다. 선입은 선행마 바로 뒤에서 따라가는 2선의 말과 3선의 말까지만 포함시켰다.
‘중간’은 말 그대로 모든 말들의 중간그룹에서 뛰고 입상한 경우다. 중간그룹에 포함시키기도, 맨 꼴찌그룹에 포함시키기도 애매한 경우는 후미로 분류했고, 4코너를 돌 때까지도 맨 꼴찌그룹에 있다가 입상한 경우는 ‘바닥’으로 분류했다. 마지막으로 무빙은 후미나 꼴찌그룹에 있다가 경주 중반에 강력하게 대시하면서 선두그룹에 가세해 입상한 경우다. 참고로 이 데이터는 선행마의 입상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입상유형 가운데 경주전개에 따른 입상유형의 점유율임을 밝혀둔다.
우선 1000미터를 살펴보자. 1000미터는 최단거리 경주다. 일반적으로 선행이 무조건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석결과도 앞선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나왔다(표 참조). 입상마 1950두 중 선행(35%)과 선입(42%) 스타일로 뛴 경우가 77%였다. 그런데 일반인의 예상과 달리 선행보다는 선입으로 입상한 경우가 더 많았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경마 전문가 신성훈 씨는 “선행마는 보통 한 마리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고, 그러다 보니 선두경쟁이 치열해 선행마들이 심심찮게 자멸해 선입마들이 어부지리를 얻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경우는 1200미터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이 거리에서도 선입마군의 입상점유율(40%)이 가장 높았다. 거리가 늘어난 만큼 선행그룹(28)과의 점유율 격차가 좀더 벌어졌다.
1300미터에선 처음으로 중간그룹의 부상이 눈에 띈다(표 참고), 선입마군의 입상 점유율이 여전히 가장 높지만 중간그룹(25%)이 선행그룹(24%)을 근소하게 넘어서 두 번째로 높은 점유율을 보인 것이다. 예상대로 선행마들이 동반입상하는 경우도 현저히 떨어졌다.
1400미터에서는 후미그룹의 입상 점유율이 처음으로 10%대에 진입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흔히들 1400미터 경주는 단거리에 속하지만 선행도 통하고 추입도 통하는 거리로 알려져 있다. 그런 특징이 드러난 셈이지만 생각만큼 점유율이 높지 않은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1500, 1600미터는 부경에서만 시행하는 경주다. 1400미터와 비교해볼 때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다만 1600미터에서는 무빙으로 입상한 말이 23두(3.6%)나 돼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출발 이후 첫코너까지의 거리가 가장 긴 경주인 만큼 출발이 조금 느려도 중반 가속력이 좋은 말들은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은 것이다.
1700미터는 서울에서만 시행하는 경주다. 출발 후 첫코너(1코너)까지 거리가 200미터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선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결과는 그러한 상식과는 상당히 달랐다. 선행그룹이 17%인데 반해 선입마군은 36%였고, 중간그룹도 거의 30%에 육박했다. 무빙도 약 5%나 됐는데 이는 추입형 능력마들이 서둘러 앞선을 따라잡은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1800미터에선 선행그룹의 점유율은 1700미터와 큰 차이가 없었고, 선입그룹(36%)과 중간그룹(29%)의 입상률이 높았다.
1900미터에선 중간그룹 점유율(30%)이 선입마군(32%)과 비슷해졌고, 2000미터에선 오히려 앞선(선행과 선입)에서 뛰다 입상하는 경우보다 중간 이후(중간, 후미, 바닥, 무빙)에서 뛰다 입상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지구력이 좋은 말에게 유리한 장거리 경주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상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몇 가지 베팅 포인트를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단독선행마는 거리를 불문하고 메리트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힘을 안배하고 달릴 수 있는 경주진행이 예상되면 주저없이 베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전체적인 통계에서는 선입마군의 입상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이다. 2000미터의 경우만 중간그룹에 뒤졌을 뿐 나머지 경주에선 모두 1위였다. 이 데이터는 선입마를 베팅의 축으로 삼고 베팅할 때 가장 성공률이 높을 수 있음을 입증해준다. 물론 선입마가 몰려서 나오는 경주도 적지 않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선입마가 두세 마리 이내일 땐 상당한 메리트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셋째 거리가 늘어날수록 추입마가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많아야 14%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후미나 꼴찌그룹에서 뛰면서 4코너 이후에 앞선을 모조리 따라잡기는 정말 쉽지 않다는 반증이다.
이 같은 결론에 대해 경마 전문가 이병주 씨는 “한국 경주마들도 스피드가 좋아졌기 때문에 뒤에서 참고 있다가 올라오는 말보다는 선입그룹과 중간그룹에서 뛰는 말들이 유리하다. 이들에겐 선행마들의 페이스를 살피면서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시용 프리랜서
이변의 주인공 유미라 기수 부진마 타고 부진 벗어나 먼저 이날 4경주(1800미터) 대성지존은 당일 인기도가 14두 중 12위였다. 유 기수는 출발부터 대성지존을 다부지게 몰고나와 상당히 빠른 페이스로 선두권에 가세한 뒤 3, 4번마 옆에서 시종 외곽을 돌았고 결승선에서 4번 룩시가이(기수 오경환)와 맞짱을 떴다. 대성지존은 끝까지 버티면서 2착을 차지했다. 6경주에선 인기 7위의 산호세를 타고 이변을 일으켰다. 유 기수는 초반에 스타트를 잘 받아 선행을 시도했으나 인코스의 4번 서미트윈과 외곽의 11번 북두신권이 나란히 나오자 한 발 뒤로 빠지면서 멀찌감치 따라가는 선입작전을 폈다. 경합이 예상되자 곧바로 작전을 변경하는 임기응변이 좋아 입상한 경주였다. 11경주에선 우공이산(인기 8위)을 타고 기습선행으로 이변을 터트렸다. 선행마가 즐비한 상황에서 머리를 먼저 내밀었고 이후 경합이 붙으면서 막판까지 끈기있게 몰아붙이면서 2위를 지켜냈다. 김시용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