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지사와 후보자 주택 ‘주소’ 일치
사무실로 출근하는 김종훈 내정자. 연합뉴스
증권가 주변에선 김 후보자의 장관 발탁이 주가 상승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와 회사 측은 장관 발탁과 주가 상승은 무관하고, 더욱이 김 후보자와 회사는 전혀 상관이 없는 관계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요신문> 취재 결과 김 후보자와 키스톤글로벌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깜짝’ 장관 발탁 이후 갖가지 소문과 구설이 끊이질 않아 가시밭길 청문회가 예상되고 있는 김 후보자와 키스톤글로벌의 수상한 관계를 추적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키스톤글로벌은 자원개발을 비롯해 전자, 유통 등 70여 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인 정 회장은 주식의 2.8%인 76만 주를 보유하고 있고, 최대주주는 13.42%(366만여 주)를 소유한 미국인 톰 숄이다. 정 회장은 주가 급등으로 나흘 만에 10억대의 평가 이익을 올렸다. 키스톤글로벌은 지난해 12월 4일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신주 1224만 주를 오는 2월 28일 최대주주인 톰 숄에게 주당 1817원(총 223억 원)에 배정키로 결정한 바 있다. 신주 발행 공고는 김 후보자 인선 발표 직전인 지난 2월 12일에 냈다. 톰 숄 씨가 신주를 인수할 경우 113억 원의 추가 차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식시장 일각에선 20일 발표된 일본 JFE쇼지트레이드코퍼레이션과 총 68억8000만 원 규모의 석탄 판매계약 체결 공시가 키스톤글로벌의 주가 상승에 호재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또한 이 회사 주가의 이상 급등 배경엔 김 후보자의 영향력이 직간접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알카텔 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으로 미국에서 성공한 벤처인으로 명성을 날린 김 후보자의 후광 효과가 작용했을 것이란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정 회장은 김 후보자가 있던 루슨트 테크놀로지의 아태지역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키스톤글로벌은 지난해 7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등 주식시장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던 비인기 회사였다는 점에서 주가 급등 배경에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통상적으로 신주발행은 주가를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하는데 실적부진을 겪던 이 회사의 주식은 오히려 폭등하고 있다는 점도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키스톤글로벌 등기부등본에 적시된 미국지사 설치 기록(위)과 김종훈 소유 자택 등기부등본. 두 주소지가 일치했다. 자료 제공=시크릿 오브 코리아
따라서 김 후보자의 가족이나 가까운 친인척은 그의 장관 지명 사실을 8일을 전후해 인지했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 회장이 대표로 있는 키스톤글로벌 측이 김 후보자의 장관 내정 사실을 활용하기 위해 신주발행 공고일을 12일로 잡았을 것이란 추측도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의혹들에 대해 김 후보자와 키스톤글로벌 측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19일 서울 광화문빌딩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회사(키스톤글로벌)가 신주를 발행한 사실을 몰랐다”며 “(장관 지명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장관 내정 발표까지 과정이 급하게 진행돼 이야기를 할 시간도 없었고, 신주 발행 일정도 장관 인선 시기와 맞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키스톤글로벌 측도 이번 유상증자는 지난해 말 이사회에서 정한 것이며, 김 후보자 내정 사실을 알고 일정을 조율한 것은 결코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김 후보자와 키스톤글로벌 측이 일련의 의혹들을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양측이 깊숙한 관계라는 사실이 <일요신문> 취재 결과 드러나 또 다른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일요신문>이 키스톤글로벌의 법인 등기부등본과 김 후보자의 미국 주택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이 회사의 미국지사 주소지는 다름 아닌 김 후보자 소유의 주택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키스톤글로벌은 지난 2010년 7월 6일자로 미국지사를 설립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2010년 6월 22일 미국 워싱턴지사 설립을 가결한 뒤 지사를 설립한 것이다. 등기부동본상 이 회사 미국 지사 주소지는 미합중국 메릴랜드주 포토맥 레플리 프리저브 서클 85××번지다.
문제는 이 주소지의 단독주택은 김 후보자가 소유한 주택 중 한 채라는 사실이다. 김 후보자는 1999년 4월 26일 부인 신시아 H 김 씨(한국명 정현주)와 함께 85×× RAPLEY PRESERVE CIRCLE, POTOMAC, MD 20854 소재 부동산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 부동산의 매입 단가는 39만 5000달러였고, 방 5개에 건평은 6276평방피트(약 583㎡, 176평) 규모의 주택이었다. 김 후보자 부부는 이 부동산을 매입한 뒤 지난 2001년 12월 17일 이 부동산의 지분 2.5%를 장인인 정인용 씨와 정말주 씨에게 양도한 뒤 몽고메리카운티 등기소에 등기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김 후보자의 장인인 정인용 씨가 키스톤글로벌의 최대주주 톰 숄 씨가 운영하는 또 다른 법인 키스톤 콜 컴퍼니의 부사장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돼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재미 블로거 안치용 씨는 최근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시크릿 오브 코리아’ 블로그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폭로했다. 블로그에 따르면 지난 2012년 2월 27일 플로리다주 국무부에 제출된 이 회사의 연례보고서에 정인용 씨는 부사장으로 등재돼 있었다.
이처럼 키스톤글로벌의 미국지사가 김 후보자 소유의 주택이었다는 사실과 김 후보자의 장인이 관계 회사 부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점에 미뤄 김 후보자와 키스톤글로벌은 밀접한 관계였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또한 김 후보자가 이 회사의 신주발행 사실을 몰랐다고 한 해명에도 자연스레 의문이 일고 있다. 특히 키스톤글로벌의 주가 폭등 배경과 맞물린 김 후보자의 막후 영향력 행사 의혹을 넘어 ‘거짓말’ 논란까지 확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청문회 과정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