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오물풍선’ 도발 대비 논의 직후 707특임단 비상대기 돌입…계엄 플랜 사전 인지 여부 주목
윤석열 대통령 계엄 선포에 대한 대대적인 진상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계엄사령부를 비롯한 계엄군 투입에 동조한 주요 사령관급들이 계엄 플랜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도 핵심 쟁점 중 하나다. 특전사령관이 계엄 9시간 전 소집한 예하부대 지휘관 화상회의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취재에 따르면 화상회의 시간은 12월 3일 오후 1시 30분이었다. 전국 각지에 흩어진 특전사령부 예하 부대는 여느 때처럼 부대 계획에 따라 일과를 진행하고 있었다. 화상회의 이후 오후 2시경부터 707특임단을 비롯한 일부 특전사 예하부대에선 예정된 훈련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비상대기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특전사 내부 문자 공지 내용에 따르면 북한 관련 상황이 심각해 당장 출동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다. (특전)사령관이 (707특임)단장에게 정확히 말을 하지 않았지만 심각하다는 설명을 했다는 언급도 있다. 지휘부에선 헬기를 통한 실작전 투입 가능성이 거론됐고, 당장 출동할 수 있게 준비하라는 지침도 하달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상황 발생 시 다른 여단을 신경쓰지 않고 707특임단을 부른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707특임단 일선에선 비상대기 이유를 북한 관련 상황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전사령관이 707특임단장에게 상황이 심각하다고 언질한 것이 계엄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인지는 추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화상회의에서는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된 내용은 직접 논의되진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전사령부 차원에서 2025년도 훈련을 어떻게 진행할지 논의하는 것이 주요 의제였다고 한다. 북한 ‘오물풍선’ 도발 대비태세 관련 논의도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군 화상회의에서 사령관과 인근부대 지휘관은 현장에 배석한다. 사령부로부터 거리가 먼 부대 지휘관의 경우 화상으로 참석한다. 화상회의가 종료되면 현장 배석 지휘관들과 오프라인 회의를 추가로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군 안팎에선 특전사령부 산하 일부 예하부대 비상대기 타임라인 출발점이 이날 화상회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 진입 선봉에 선 부대는 707특임단이었다. 707특임단은 특전사령부 인근에 주둔지가 있다. 화상회의 이후 특전사령관과 707특임단 단장(대령급) 사이에 비상대기 및 향후 일정과 관련한 교감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전사령관과 707특임단장이 따로 독대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곽종근 특전사령관은 12월 6일 김병주, 박선원 민주당 의원과 인터뷰를 통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원들을 빼내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곽 사령관은 “제가 판단했을 때 국회의원을 끌어내는 것은 명백히 위법사항이기 때문에 항명이 될 줄 알았지만, 그 임무를 지키지 않았다”면서 “출동했을 때 정당하지 않은 모습이 있어 우선적으로 절대 개인 인원들에게 실탄을 주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곽 사령관은 “707(특임단)이 이동할 때 어디쯤 이동하고 있는지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화폰으로 전화를 한 번 받았던 기억이 있다”면서 “이동 상황만 물어봤었다”고 밝혔다.
곽 사령관은 야당 의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양심고백’이라는 해석과 ‘책임 회피’라는 비판론이 공존한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 여론이 악화하자, 특전사령관이 계엄군 투입 과정서 자발적으로 동조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전직 군 관계자는 “군내 사령관급 인사라면 진상조사에 협조하고 법적 책임을 지면 될 일”이라면서 “계엄 책임론에서 발을 빼기 위해 정치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군에겐 항상 상명하복 원칙이라는 딜레마가 있다”면서 “그렇기에 더욱 계엄사태 동조자를 명백히 가려내 일선 군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뉴스를 보고 계엄선포 사실을 알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12월 6일 국방부는 곽종근 특전사령관을 비롯해 이진우 수방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에 직무해제 조치를 내렸다.
군 일각에선 이번에 직무해제 대상이 된 군내 사령관급 인사들이 참모총장을 패싱하고 비상계엄을 알았을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앞서의 전직 군 관계자는 “계엄선포 계획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던 고위관계자들을 추려내면, 계엄선포 이후 군 지휘체계가 어떤 구조로 짜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실마리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요신문은 국방부 측에 전화와 이메일로 비상계엄 선포 당일 오후 소집된 특전사령부 예하부대 화상회의와 관련한 질의를 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