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선수는 왜 대표팀에? 아리송”
언론이 대표팀 선수단 구성에 문제를 제기한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표팀 선수 선발 때부터 작은 잡음들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투수 A, B와 타자 C였다.
언론이 대표팀 선수단 구성에 문제를 제기한 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대표팀 선수 선발 때부터 작은 잡음들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선수가 투수 A, B와 타자 C였다.
A는 지난해 모 팀에서 발군의 실력을 자랑한 불펜투수다. 대표팀 후보로 이름을 올렸을 때 야구관계자들로부터 “선발투수 출신인 데다 젊고 힘이 좋아 불펜에서 4이닝까지 책임질 수 있다”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정작 그가 대표팀에 선발되자 여기저기서 군소리가 들렸다. “A의 아버지가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과 친분이 두터워 다른 선수보다 실력이 부족한데도 A가 대표팀에 뽑혔다”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졌다. 물론 당사자들은 펄펄 뛰며 부인했다.
KBO 기술위원회에서도 “대꾸할 일고의 가치도 없는 소리”라며 “A의 지난 시즌 성적과 패전처리 롱릴리프로도 쓸 수 있는 장점 등을 고려해 국가대표로 발탁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투수 B와 타자 C는 공교롭게 대표팀 감독의 소속팀 선수라는 게 문제였다. B는 불펜 강화 차원에서, C는 수비력과 주루 강화 차원에서 대표팀에 승선했다. 하지만, 일부 야구인사는 “B의 지난 시즌 성적이 몹시 좋지 않았다”며 “그런 B가 왜 대표팀에 뽑혔는지 의문”이라고 고개를 갸웃했다. C 역시 “같은 포지션에 두 명의 선수를 선발했는데, 굳이 C까지 선발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사실 A, B, C 세 명의 선수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들이 내년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경기대회에 무임승차할까봐서다. 2009년 KBO는 WBC에 출전한 병역 미필 선수들을 다음해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에 우선 선발했다. KBO는 이번에도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야구 대표팀 선발 시 2013년 WBC 출전 병역 미필 선수들을 우선 선발하겠다”고 공표했다.
만약 그렇다면 A, B, C는 WBC 성적과 관계없이 내년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에 뽑힐 게 확실하다.
2일 네덜란드 전에서 2루 베이스로 슬라이딩하는 최정. 연합뉴스
덧붙여 “이번 WBC에 참가했다고 무조건 아시아경기대회 대표팀 멤버로 선발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올 시즌과 내년 시즌 초반 성적이 부진하면 대표팀에 뽑히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의 한 코치는 “야구계 전체가 목표를 너무 높게 잡는 통에 가장 눈여겨봤어야 하는 상대에 대해선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가 말한 ‘눈여겨봤어야 하는 상대’는 바로 네덜란드였다.
대표팀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줬다.
“전력분석팀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조사한 팀은 같은 1라운드 B조 팀인 타이완, 네덜란드, 호주가 아니라 A조의 일본이었다. 우리 스스로 2라운드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타이완은 원체 상대를 많이 했기에 어느 정도 자료가 준비된 상태였다. 하지만, 네덜란드와 호주는 자료가 빈약했다. 특히나 네덜란드 투수들과 관련해선 자료가 없다시피했다. 그럼에도 1라운드가 시작하기 직전까지 우리 대표팀은 일본 전력분석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대표팀의 분위기는 좋았다. 선수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규율을 지켰다. 덕분에 타이완 합숙훈련 당시 그 흔한 음주사건 한 번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과 기자들 사이엔 냉랭한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D 선수가 대표적이었다.
D는 대표팀 소집훈련 이전부터 기자들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국외에서 개인훈련을 진행할 당시 사진 촬영문제로 모 신문사 기자와 멱살잡이를 한 게 발단이었다. 타이완 대표팀 합숙훈련 때도 D는 재차 모 기자와 말다툼을 벌이며 얼굴을 붉혔다.
그 영향 때문인지 D는 시종일관 무표정하게 훈련했고, 다른 선수들도 슬금슬금 D와 기자들 눈치를 살폈다. 선수들과 기자들이 하나가 됐던 여타 국제대회와는 분위기가 달라도 한참이나 달랐다.
대표팀은 뜬금없는 ‘상왕 논란’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니까 류중일 대표팀 감독 위에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이 버티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 야구인은 “타이완에서 류 감독은 말을 아끼는데, 김 위원장이 마치 상왕이라도 된 것처럼 대표팀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며 “김 위원장이 대표팀 운영을 진두지휘했다는 오해를 받을 만했다”고 볼멘소릴 냈다.
물론 이는 오해였다. 김 위원장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WBC 이야기를 한 건 언론의 시선이 류 감독에게 쏠려 자칫 훈련에 지장을 줄까 염려해서였다. 한마디로 류 감독 대신 총대를 메고 언론과 상대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선수 기용과 작전 등 감독의 고유권한과 관련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역시 류 감독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까 경계한 까닭이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