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지력·내구성으로 ‘정상’ 밟는다
▲ 등산인구가 급증하면서 등산화 매출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 ||
현재 국내 등산화 시장은 트렉스타와 K2코리아가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고 그 뒤를 FNC코오롱이 뒤쫓고 있다. 누가 정상에 올라 ‘야호’를 외칠 수 있을까. 밟고 밟히는 등산화 업체들의 ‘정상 정복기’를 취재했다.
‘길을 밝혀주는 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트렉스타는 국내는 물론 아시아 등산화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다. 트렉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등산화 시장 점유율은 45%가량이라고 한다.
트렉스타가 처음 출시된 것은 지난 1993년. 신발 전문업체인 성호실업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브랜드였다. 트렉스타는 출시 2년 만에 국내 등산화 시장을 석권했다. 당시에 유통되던 등산화가 대부분 무거웠던 것에 비해 트렉스타는 가벼웠기 때문. 트렉스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성호실업은 1997년 회사명을 아예 트렉스타로 바꿨다.
등산화 시장의 ‘지존’ 트렉스타의 입지는 2005년경부터 다소 흔들리기 시작했다. K2코리아 FNC코오롱 등이 신제품을 출시하고 파격적인 이벤트를 선보이며 경쟁에 적극 가세했기 때문. 경쟁업체에서는 트렉스타의 등산화가 “기능은 우수해도 디자인에서는 다소 떨어진다”고 공격한다. 등산은 최근 디자인에 민감한 젊은 층과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많기 때문에 트렉스타로선 아픈 지적이다.
트렉스타에서도 이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그동안 기술적인 부분에만 치중하다 보니 디자인에는 다소 소홀했다는 것. 이를 만회하기 위해 트렉스타는 다양한 색상과 세련된 디자인의 등산화를 곧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해 트렉스타는 ‘코브라’라는 제품을 출시했다. 코브라는 일반 등산화와는 달리 끈이 없는 것이 특징. 대신 버튼을 장착해 끈을 묶고 푸는 번거로움을 없앴다고 한다. 이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 2월에는 ‘킹덤’이라는 신제품을 선보였다. 킹덤은 세계 최초로 발목 부분에 버튼을 달아 산행시 끈 풀림 현상을 원천봉쇄한 제품이다. 트렉스타 관계자는 “킹덤 출시로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현재 트렉스타는 ‘16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16만 원 이상의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신청서를 낸 후 미리 선정된 16개의 봉우리를 모두 등반하면 45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다. 16좌 이벤트는 트렉스타의 홍보이사이기도 한 산악인 엄홍길 씨도 참여한다고 한다.
K2코리아는 1972년에 국내 최초의 토종 등산화 ‘로바’를 생산했지만 수입 제품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2000년 들어서면서부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더니 지금은 트렉스타를 위협할 만한 위치에까지 올라섰다. K2코리아는 “트렉스타가 다소 저렴하기 때문에 판매량은 우리보다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매출액으로만 봤을 때는 우리가 1위”라고 했다.
등산용품 업계에서는 K2코리아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지난 2003년 등산화 브랜드로는 최초로 단독 브랜드 매장을 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 이후 매출은 큰 폭으로 상승했고 현재 전국에 130여 개의 매장이 있다. K2코리아 측은 “전문 등산화로서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2코리아에게도 약점은 있다. 바로 수출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것. 그 이유는 미국 스포츠용품 회사인 K2와 이름이 겹치기 때문이다. 등산용품 업계에서 K2코리아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K2코리아는 해외 유수 브랜드와 합작하는 방식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K2코리아에서는 지난해 ‘에테르’가 제일 많이 팔렸다. 에테르는 화강암이 많은 한국 산악지형에 맞도록 설계해 접지력이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뒤쪽에 스펀지를 장착해 충격을 완화했고 땀 배출능력도 탁월하다고 한다. 올해 4월에는 무게가 370g인 초경량 등산화 ‘러쉬’와 ‘윈드’를 출시했다. K2코리아는 “등산뿐 아니라 러닝도 가능할 만큼 가벼운 제품”이라고 자랑했다.
현재 K2코리아는 주말마다 산행객에게 등산화와 주요 등산 장비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K2 산행 안전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기한은 6월 1일까지다. 회사 관계자는 “K2코리아의 제품도 알리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도 높이기 위한 행사”라고 밝혔다.
FNC코오롱은 지난 1973년부터 등산화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주력은 등산의류와 장비부문이었다. 지금도 등산화의 시장 점유율은 10%대 후반으로 트렉스타와 K2코리아에 맞서기는 힘겨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등산화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등산화 쪽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FNC코오롱은 그동안 등산의 저변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1985년 등산학교를 연 것. 등산용품 업계에서도 FNC코오롱이 등산을 대중화하는 데 큰 공이 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정작 등산화 판매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했다. 이에 대해 FNC코오롱 측은 “등산화를 제외한 부문에서는 우리도 선두권”이라며 “기존 노하우를 적용해 등산화에서도 곧 정상권에 올라설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FNC코오롱에서는 ‘클러스터’가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의 특징은 밑창이 ‘비브람창’으로 돼 있다는 것. 비브람창이란 천연고무에 첨가물을 섞어 만든 것으로 가볍고 내구성은 좋지만 접지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흠이다. 따라서 미끄러운 지형에서는 조심을 요하기도 한다. 대신 마모가 덜하기 때문에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FNC코리아 관계자는 “한국인 체형에 맞도록 설계했기 때문에 그 어떤 제품보다 편안하게 신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FNC코오롱은 지난해부터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히말라야 원정대’를 구성했다. 올해 4월에도 장애인 연예인 공무원 등으로 이뤄진 원정대를 만들어 히말라야를 다녀왔다. 회사 관계자는 이 행사에 대해 “등산을 통해 희망을 주려는 회사 이미지와 부합된다”고 설명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