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교전규칙이 북한의 대남 도발을 촉발시킨 측면이 있다. 기습공격을 해놓고 숨어버리면 남측으로부터 보복공격을 받더라도 피해를 덜 받는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피폭, 서해 교전 등에서 우리의 피해가 컸던 것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군은 번번이 원점 타격마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평도 피폭사건 이후 이명박 정부는 원점 타격 외에 지휘부 타격 개념을 도입했다. 도발원점뿐 아니라 도발을 지휘한 상급부대까지를 공격대상으로 한다는 개념이다. 북의 육군이 자행한 도발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보복은 육해공군의 입체 작전으로 하도록 했다. 그래서 10배 이상의 보복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개념의 군사적 대응방침을 중국을 통해 북한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미 키 리졸브 합동훈련을 기화로 북측은 연일 남한에 대해 공격위협을 가하고 있다. 핵무기 선제공격 위협은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이다. 어느 핵보유국도 핵무기를 선제공격용으로 쓴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상대로부터 공격을 당했을 때 보복의 수단으로 핵무기를 쓰겠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서 2개가 사용된 이후 68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쓰인 적이 없는 무기다. 보유해 보았자 쓸 수 없는 무기여서 ‘화석화된 무기’로 평가된다. 그런 무기를 북한이 입만 열면 ‘민족은 하나’라고 하는 남한의 동족을 향해 쏘겠다고 한다. 그들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세계의 공분을 일으켜 미국의 핵보복을 정당화시킬 것이다. 그것은 김정은 정권의 소멸로 이어지겠지만 동시에 한반도를 사람이 살 수 없는 불모지로 만드는 민족적 재앙이 된다.
북측이 핵무기를 단 한 개라도 우리 영토 안에 쏜다면, 더욱이 서울이 재래식 무기이던 핵무기로 공격을 받는다면 그것은 전면전이다. 서울이 공격받는 것에 상응하는 우리의 보복은 휴전선 일대의 군 지휘부를 넘어 당연히 평양의 총지휘부에 대한 공격이 돼야 한다.
따라서 북측도 섣불리 도발하지는 못 할 것이다. 그래도 가장 강력한 전쟁 억지력은 보복능력이라는 점을 새겨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철부지에게 총이 들려진 상황과 같다. 더욱이 김정은은 6·25 전쟁의 참상을 겪지 않은 세대다.
‘겁 많은 개가 짖는다’는 말도 있긴 하다. 북의 발악적 언사는 협상 요청 신호인지도 모른다. 군사적 대비와 아울러 외교적 대비에도 나서야 한다.
한남대 교수 임종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