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전군에 골프 자제 명령 ‘그날’도 연습장엔 군간부 30명 북적
군부대 인근의 한 골프연습장. ‘골프금지령’으로 ‘필드’는 한산해진 대신 ‘연습장’엔 여전히 군간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군장성들의 주말 골프 논란이 벌어지고 이틀 후인 지난 3월 13일. 논란의 중심지 태릉골프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온한 분위기였다. 평일 오후였지만 주차장은 만차가 될 정도로 이용자는 많았다. 혹시 이 속에서 관용차가 있을지, 차량 번호판을 일일이 확인하는 기자를 태릉골프장 관계자가 막아섰다.
관계자는 “이미 상황은 종료됐다고 봐야 한다. 논란이 터진 마당에 그것도 평일에 현역 간부들이 절대 이곳에 올 리가 없다. 현재 이용자는 예비역과 일반인들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는 주말 새벽쯤에는 현역 간부들이 올 가능성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기자가 수도권의 군전용 골프장 3곳을 직접 다녀본 결과 주차장에 주차된 관용차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 관계자는 “평일 일과 시간에 골프장을 이용하는 군 간부는 없을 것”이라며 “5시 30분에 일과가 끝나도 골프장 티오프 시간이 5시 30분에서 6시쯤이기 때문에 골프장을 이용하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간부들이 야외 골프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주말밖에 없는 셈이다. 하지만 그것이 ‘골프 연습장’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골프 연습장은 오후 9시까지 운영하기에 평일 일과를 마친 간부들이 연습으로나마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인근의 한 골프연습장 관계자는 “평일에 보통 30명, 주말에는 50명 정도의 현역 간부들이 골프연습장을 찾는다. 야외 필드보다는 골프연습장이 아무래도 눈치가 덜 보이는 부분이 있어서 현재 같은 상황에서도 많이 이용하는 편”이라며 “연평도 포격 때나 북한에서 도발 움직임을 보일 때도 상관없이 꾸준히 온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기자가 확인한 3월 11일자 이용자 기록에는 부사관, 소령, 대령 등 현역 간부들의 계급과 이름이 30명 정도 적혀 있었다. 주말 골프 논란이 터져 시끌벅적했던 바로 그날에도 골프연습장이긴 하지만 군 간부들이 골프를 즐긴 셈이다. 사실 지난 3월 11일은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각급 부대에 음주 회식과 골프 자제 등을 포함한 근무기강 확립 강조 지시를 하달한 날이기도 하다. 사실상 전 군에 ‘골프금지령’이 내려진 셈이다. 하지만 골프연습장은 11일 이후에도 현역 간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앞서의 연습장 관계자는 “이번 주는 발길이 뜸하긴 해도 하루 보통 20명 정도의 현역 간부 이용자가 있었다. 어제(3월 14일)만 해도 12명의 간부들이 이곳을 찾은 기록이 있다. 아무래도 논란이 있다 보니 찾아와서 ‘골프 쳐도 괜찮겠느냐’라고 물어보는 간부도 종종 있었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인근의 골프연습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군부대 내에 있는 한 골프연습장 관계자는 “하루에 평균 이용자가 200여 명인데 평일에 현역 비율은 30% 정도, 주말에는 60% 정도로 높아진다”라며 “오늘(13일) 저녁에도 현역 간부들이 찾아올 것”이라고 전했다. 이곳 역시 군 골프 논란이 한창이던 14일에 60명 정도의 현역 간부들이 골프연습장을 찾았던 것이다. 그는 “군 장성들도 가끔씩 온다. 관용차를 끌고 오는지의 여부는 잘 모르겠다”라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군과 골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음에도 군인들이 이렇게 골프연습장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체력단련장(골프장)을 총괄하는 군의 한 담당자는 이에 대해 “골프 금지령이 내려지면 야외골프장은 금지되지만 골프연습장은 금지되지 않는다. 통상적으로 예전부터 쭉 그렇게 해왔다”라고 전했다.
골프연습장이 금지되지 않는 이유는 필드가 아닌 연습장에서 하기 때문에 “멀리 나가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상부의 지시사항이 구체적이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앞서의 담당자는 “상부에서의 지시는 ‘골프금지’로 떨어질 뿐 구체적이지는 않다. 골프연습장 사용은 담당부서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골프연습장이 골프금지 명령에서 사각지대인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연습이라도 골프를 치는 것은 ‘기강 확립’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것. 한 예비역 간부는 “골프금지령은 훈련이나 비상 상황에서 항상 떨어지기 때문에 대비 태세 확립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포함한다. 이 상황에서는 간부들이 알아서 눈치껏 골프를 안치도록 해야지 연습이라도 골프를 치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재 전국의 군 골프장은 육해공군을 포함해 29개에 이른다. 골프장에 골프연습장이 하나씩 딸려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골프 금지령’이 떨어졌음에도 골프를 즐기는 군인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정의실천연합 통일협회 홍명근 간사는 “체력단련용으로 평소 골프를 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지금 같은 훈련 시기와 안보 위기 상황, 그리고 무엇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골프 자제를 얘기할 정도로 논란이 되는 마당에 버젓이 골프를 즐긴다는 것은 군의 심각한 기강해이와 안보 불감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골프를 치는 곳이 필드건 연습장이건 상부의 골프금지령을 어겼다는 점에서 똑같다”라고 꼬집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군간부 골프논란 이런 일도… 군의관들 평일 라운딩 근무지 이탈 21명 구속 지난 2009년에는 현역 군인들이 가장 많이 적발된 ‘평일 골프’ 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국방부와 군 검찰은 평일 근무시간에 군 골프장을 찾은 군의관 21명을 군 형법상 무단이탈죄를 적용해 구속했다. 군의관 구속을 계기로 군 당국은 지난 3년 동안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해 평일에 골프를 친 군인들을 조사했는데, 장교와 준사관, 부사관 등 현역 군인 184명이 추가로 적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중 3년간 10회 이상 무단 골프를 친 군인이 무려 26명에 달하기도 했다. 2012년 연평도 비상사태 당시에는 군 지휘관이 ‘내기 골프’를 쳐 논란이 됐다. ‘장병 근무기강 확립’의 지시가 떨어졌을 당시 육군 부대장 A 씨는 부하들과 함께 무단으로 위수지역을 벗어나 골프장이나 스크린 골프장 등지에서 내기 골프를 쳤다. A 씨는 복종의무와 품위유지 위반 등의 이유로 징계 처분을 받았다. 한편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골프 논란’을 비켜가지는 못했다.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이 입수한 ‘체력단련장(군 골프장) 이용 현황’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천안함 사건 발생 후 한 달 간 모두 5차례,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전후로 2차례 골프장을 다녀온 바 있다. 당시 김 후보자는 민간인 신분이었지만 군 고위직을 지낸 인사가 애도기간으로 정한 시기에 골프장을 출입한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주통합당 논평을 통해 “안보불감증이 김병관 후보자에 의해 군 전체에 전염된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라고 비판한 바 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
골프병 있다? 없다? “세미급 돼야 장성들 레슨” “계룡대 안에 장군골프연습장이란 곳이 있다. 장성들만 오는 곳이라 각 군 원스타부터 참모총장까지 레슨을 해줬다. 낮에는 사모님들을 (레슨했다)” 골프병 출신이라는 한 네티즌은 자신의 블로그에 ‘골프병 전역 후기’를 남겼다. 이렇듯 인터넷에서는 골프병과 관련한 여러 가지 뒷이야기가 넘쳐나고 있다. 골프병은 군 골프장을 관리하는 하나의 보직으로 알려져 있다. 골프병 출신이라는 또 다른 네티즌은 골프병과 관련한 정보를 더욱 자세하게 적었다. 그는 “육군훈련소에 입소해서 골프 티칭프로 라이선스 사본을 제출하니까 면접을 보고 골프병으로 갈 수 있었다”며 “계룡대 골프장에 가면 골프장관리병, 캐디병, 골프강의병으로 나눠져 있다. 골프강의병은 세미수준이 돼야 할 수 있고 장성부터 부사관까지 레슨을 해준다. 전역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연락하는 간부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골프병은 실제로 존재할까. 한 예비역 소령은 골프병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공식적인 보직인지는 잘 알지 못하지만 레슨을 하고 골프장을 관리하는 병사가 따로 있다는 것. 그는 “예전에는 현역 간부가 골프병에게 레슨을 무리하게 시키는 게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후로 골프병에게 20만 원 정도의 레슨비를 주게끔 했는데 간부들의 예약이 넘쳐나 한두 달 만에 취소된 일이 있다. 당시 예약에서 뒤로 밀리거나 탈락한 간부들의 불만이 상당히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골프병의 존재 여부에 대해 군은 손사래를 치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체력단련장을 담당하는 군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군 골프장은 군무원을 채용해서 운영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병사들이 있을 수가 없다. 예전에도 골프병이라는 보직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