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가격이 폭락하면서 대출로 집을 구입한 시민들이 결국 대출금을 갚지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모기지 업체에 넘기는 사태가 빈발하면서 미국 사회 내부적으로도 큰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신규 매장을 집중 오픈했던 커피 체인 스타벅스가 이 지역 주택 시장 붕괴와 경기침체의 여파로 600개 매장을 폐쇄키로 최근 발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겉으로 드러난 후유증보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어린이들의 동심이 크게 멍들고 있다는 점. 대출금을 갚지 못한 부모들이 집을 내주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면서 자녀들도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루아침에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한 부모가 연일 극심한 부부싸움을 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것은 물론,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낯선 학교로 전학을 가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심할 경우 부모와 함께 사회복지시설에서 ‘홈리스’ 신세로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는 아동들도 늘고 있다. 지난 4월 1일 현재 클리블랜드 지역에서만 2100명의 홈리스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만 명의 아이들이 모기지 사태의 여파로 부모와 함께 집을 잃는 아픔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이들은 또한 부모들이 사실상 파산상태로 내몰리면서 의료보험 혜택도 상실할 위기에 처하고 있어 사회적 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인들이 ‘또 하나의 가족’으로 여기고 있는 애완동물들도 수난의 시대를 맞고 있다. 넉넉한 거실에서 개와 함께 뒹굴던 미국인들이 집을 헐값에 팔고 좁은 아파트 또는 친척집에 얹혀살게 되면서 기르고 있던 애완견들과 눈물의 이별을 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애완견을 구호시설에 맡기러 오는 시민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애리조나 지역 동물보호단체들에 따르면 올 들어 1000마리의 개들이 주인의 손을 떠나 구호시설에 위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집주인들은 이사를 가면서 개를 놓고 출발, 개들이 주인의 차를 맹렬히 뒤쫓아 가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가슴 아픈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는 외신들의 전언이다.
이준 언론인
온라인 기사 ( 2024.12.12 09: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