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적고 탈 적은 그곳서 인재 쏙쏙
▲ (아래 왼쪽부터) 이윤호, 정병철, 김쌍수. | ||
현재 이명박 정부에서 각광받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LG는 노무현 정부와도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정권에서 4대 재벌 중 삼성 현대차 SK가 모두 곤욕을 치른 반면 LG만은 몇몇 의혹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칼날을 피했던 것.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월에 LG에서 20년 넘게 근무했던 이윤호 전 LG경제연구원장을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임명하자 ‘의외의 인사’라는 말도 나왔다. 이 대통령이 전문경영인 출신을 선호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바이지만 LG 출신 인사가 우선 고려대상이 될 것이란 예상은 높지 않았다. LG에 대한 차별까지는 몰라도 지난 정권과 돈독하다는 세간의 시선이 현 정부에 그리 곱게 보이지만은 않을 것으로 관측돼 온 까닭에서다.
오히려 검찰청사가 위치한 서초동 주변에서는 사정당국이 LG와 관련해서 무엇인가 캐내려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돌았었다. 실제로 사정당국 정보라인에선 LG와 관련해서 자료를 모았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에 많은 기업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검찰의 칼날은 LG를 비켜가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병철 LG CNS 고문이 전경련 상근부회장에 취임했을 때 MB 정부의 ‘LG 수혜론’은 확산되기 시작했다. 전경련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 회장이 맡고 있어서 정 부회장 임명은 어떤 식으로든 정부와 교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당초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이 자리를 한 번도 맡지 못했던 현대·기아차그룹의 몫이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정 고문을 강력하게 추천해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한창 진행되고 있는 공기업 기관장 공모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LG맨’들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공기업의 경우 신청서를 낸 지원자 중 절반이 LG 출신이라는 소문이 들려온다. 특히 이윤호 장관의 지식경제부 산하 기관에 LG 출신들이 몰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여기에 김쌍수 고문이 한국전력의 유력한 사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금병주 전 LG상사 사장도 세 명으로 압축된 석유공사 사장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이 더해지자 현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영순위에 LG가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로 확산된 것이다.
이처럼 대기업 중 LG 출신들이 관가에서 상한가를 치는 것에 대해 재계 일각에선 다른 재벌들이 처한 상황에서 그 배경을 찾기도 한다. 인재풀로 여겨지는 삼성 출신들의 경우 비자금·차명계좌 구설수가 아직 걷히지 않은 터라 정부 입장에서 꺼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역시 정몽구 회장 재판이 마무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한나라당 중진으로 자리 잡은 현대가 5남 정몽준 최고위원과 엮여 자칫 오해를 살까 조심스러울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관가에서 LG 출신들이 누리는 인기가 구본무 LG그룹 회장에게 어찌 비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이윤호 장관이나 김쌍수 고문이 LG 출신이기는 하지만 그룹 내 요직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구 회장과 앙금을 남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윤호 장관은 LG경제연구원장에서 물러나 고문 직함을 달고 있던 지난해 9월 전경련 상근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LG와 전경련의 불편한 관계에도 이 장관이 선뜻 전경련 합류를 택한 것에 구 회장이 불편한 감정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초 김쌍수 고문이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를 남용 부회장에게 넘기고 ㈜LG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실적부진에 따른 인사’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달리 보자면 구 회장에 대해 감정이 복잡할 듯한 인사들이 정부의 중용과 신뢰를 받은 셈이다.
이윤호 장관에 이은 정병철 고문의 전경련 상근 부회장직 입성을 두고 재계 인사들 사이에선 구 회장이 전경련에 모습을 다시 드러낼 것이란 기대감이 퍼지기도 했다. 지난 3월 14일 구 회장이 전경련 회관에 정병철 부회장 취임 축하 대형 난 화분을 보낸 것에 ‘혹시나’라며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7월 9일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회장단회의’에 구 회장이 불참하자 ‘역시나’란 탄식이 흘러나왔다는 전언이다.
이렇다 보니 현 정부의 ‘LG맨 사랑’에 무엇인가 배경이 있다고 단정 짓기도 어렵다는 이야기도 뒤를 따르고 있어 좀더 지켜봐야 그 내막을 확인할 수 있을 듯 하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