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네티즌 운명적 사랑 대방출
결혼 일주일 전 두 사람은 각자의 가족 사진첩을 꺼내서 보고 있었다.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도나가 다섯 살 때 디즈니랜드에 놀러가 캐릭터 인형과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을 유심히 보던 알렉스가 깜짝 놀랐다. 도나가 캐릭터 인형과 찍은 자리 뒤편에 자신의 아버지와 닮은 사람이 눈에 띄었다. 유모차를 끌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하니 아버지일 리가 없었다. 알렉스는 어렸을 적에 캐나다에서 살았다. 그래도 너무 아버지와 닮았다.
알렉스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알렉스가 세 살 때 캐나다에 살고 있었지만 미국 디즈니랜드로 놀러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에 찍은 아버지의 다른 사진을 비교해보니 아버지가 분명했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나기 18년 전인 1980년에 사진에 함께 찍혔던 것이다. 이런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는 얼마 전 부부가 페이스북에 사연을 올리면서 알려졌고, <허핑턴포스트>가 발굴해 보도했다.
이 운명 같은 사랑의 사연에 네티즌은 갖가지 사연을 올렸다. 포털사이트마다 수백 개의 댓글을 남겼다.
신기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ji***는 “사진 속의 소녀는 훗날 결혼할 남편이 뒤에 유모차에 타고 있다는 걸 꿈에도 몰랐겠지. 참 인연이라는 게”라고 적었다.
re***는 “스쳐지나가는 순간에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는 건 정말 신기하다”라며 놀라워했다. wa***는 역사가 에드워드 카의 말을 인용해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라고 적었다.
비슷한 사연을 올린 네티즌이 많았다. kk***는 “우리 아빠 중매 맞선 보러 나간 날 약속한 카페에서 우리 엄마는 알바하고 있었음. 이야기 듣고도 참 사람 인연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라고 적었다. yo***는 “28살 때 지금의 부인을 처음 알게 되었다. 알고 보니 같은 동네 교회 수련회에 가서 같이 찍은 사진이 있었다”라고 깜짝 놀랐던 당시를 회고했다. sw***는 “고향에서 서울로 올라와 한 남자를 만나 연애했다. 고향이 같아서 호감이 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같은 중학교에 다녔다는 걸 알게 됐다. 난 3년이나 개근하면서 꼬박 다녔는데 이런 애가 있었다는 걸 전혀 몰랐다. 나는 범생이였고, 그는 오토바이 타고, 주유소에서 알바를 하는 애였다. 여러분들도 짝이 방금 스쳐갔을 수도 있어요”라고 적었다. su***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짝꿍을 너무나 좋아했다. 그런데 2학년에 그 친구가 전학을 갔다. 어린 마음에 상처가 컸다. 1년 뒤 아버지가 회사를 옮기셔서 대구로 갔는데 그 짝꿍이 그 학교에 다녔다. 심지어 아파트도 같은 라인. 그녀는 3층, 나는 16층. 너무 부끄러워 말 한마디 못 걸어본 게 후회된다. 보고 싶다”라고 적었다.
반면 네티즌 es***는 어긋난 운명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5년 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집으로 인사를 왔다. 내 어릴 적 사진첩을 보더니 어? 이거 난데? 이러면서 내 독사진 옆에 지나치던 꼬맹이가 자기라고 하더니, 자기에게도 똑같은 장소에서 사진 찍은 것 있다면서 며칠 뒤에 사진을 보여줬음. 그 때 우리 두 사람은 진짜 천생연분이라며, 나랑 그 사람, 우리 부모님, 그 사람 부모님 모두 신기해 했다. 하지만 결국 결혼식 준비하다가 파혼했다”라고 적었다.
미래의 배우자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네티즌도 많았다. se***는 “내 마누라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냐. 대체!!!”라며 궁금해 했고, kh***는 “(궁금하면) 앨범을 꺼내 보세요”라고 대꾸했다.
비슷한 사연의 영화나 드라마를 떠올리는 네티즌도 많았다. bi***는 “2006년 MBC 드라마 <소울메이트>가 생각나네. 이수경이랑 신동욱이랑 인연되기 전까지 계속 같은 공간에서 서로 지나쳤었는데 자기들은 서로 못 알아봤지만”이라고 적었다. mi***는 “영화 첨밀밀 같다”라고 썼다.
재미있는 댓글도 달렸다. kr***은 “회사에 33년째 모태솔로인 여자 대리님이 꿈꾸는 게 저런 운명적인 만남이다. 대리님, 이제 현실을 좀 아셔야 할 텐데”라고 적었고, bo***는 “가만있자, 서울랜드랑 롯데월드랑 에버랜드랑, 찍은 사진이 어디 있을 텐데”라고 썼다. be***는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져”라며 언론사, 은행의 해킹 원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성급히 북한의 범죄로 추정했던 정부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