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못한 연습생 ‘접대부 몰바’ 많다”
유흥업소 여성들은 동료나 손님으로 여자 연예인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고 밝혔다.
# 걔네가 연예인이었어?
몇 년 전 정재계 고위층 인사들이 여자 연예인으로부터 술자리 접대를 받았다고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해당 술집은 청담동에서 매우 유명한 룸살롱이었다. 그렇다면 연예인과 정재계 고위층 인사들은 룸살롱에서 어떤 술자리를 가진 것일까.
어렵게 만난 한 접대여성은 동료 접대여성에게 전해들은 당시 해당 룸살롱에서의 일을 기자에게 들려줬다. 이 접대 여성은 “거기는 이 바닥에서 유명한 마담이 하는 가게라 유명한 곳이에요. 마담 언니 인맥이 탄탄해 높은 분들도 많이 오죠”라며 “얼마 전까지 같이 일하던 동생이 그때 거기서 일했다는 데 거기서 여자 연예인이 술 접대를 했다는 기사를 보고 자기네들도 깜짝 놀랐었데요”라고 말했다.
특이 이들 접대여성들이 깜짝 놀란 까닭은 당시 그 룸에 들어갔던 접대 여성 두 명이 연예인이었기 때문이다. 이 접대여성은 “걔네가 연예인이라는 걸 아무도 몰랐다네요”라며 “아니 그쪽 일을 조금 했다고는 들었다는 데 방송 쪽에 조금 기웃거렸다고 다 연예인은 아니잖아요. 그냥 연예인하려다 잘 안 풀려 돈 벌로 온 얘들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얼마 후 언론에서 연예인이 술 접대를 했다고 대서특필해 다들 어이없어 했다네요”라고 전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대목은 바로 이 점이다. 과연 어디까지를 연예인으로 봐야 하는지 여부다.
# 룸살롱 찾는 여자 연예인
신인이나 무명 연예인일지라도 소속사나 연예관계자의 강요로 그런 술자리에 동석했다면 분명 연예인 술 접대 강요로 봐야 한다. 오히려 신인이나 무명 연예인들에게 그런 요구가 더 빈번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분명 뜨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논리의 희생양이다.
실제로 룸살롱에 그런 까닭으로 오는 여자 연예인들은 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접대 여성들 가운에 다수가 ‘룸살롱에 여자 연예인이 온 경우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물론 접대 여성이 아닌 손님 자격이다.
앞서 정재계 인사 연예인 술 접대 관련 얘길 들려준 접대 여성은 “연예인 자격이 아닌 접대여성으로 룸살롱에서 일하는 얘들은 우리와 같은 입장일 뿐”이라며 “그렇지만 손님 자격으로 술자리에 오는 연예인들은 조금 다르죠”라고 말했다.
이런 경우가 다소 애매하다. 단순한 미팅인지, 아니면 술자리 접대인지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해당 신인 연예인 역시 손님으로 동석해 미팅을 겸한 술자리를 가졌고, 자연스럽게 술도 한두 잔 따른 것을 술자리 접대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대다수 연예관계자들은 그런 자리는 술자리 접대가 맞다고 설명한다. 그런 자리의 대부분은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이 비즈니스 파트너인 투자자나 방송 영화 관계자, 내지는 정관계 고위층을 만나는 자리다. 여기에 소속 신인 여배우를 동석시키는 것 자체가 술자리 접대라는 것이다.
#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접대 여성들 역시 룸살롱 등 유흥업소에 연예관계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이들을 통해 다양한 연예 정보가 접대여성들에게 흘러 들어온다. 심지어 연예기획사 관계자와 영화사 관계자가 룸살롱을 찾아 술을 마시며 “여기서 접대여성으로 일하던 A를 발탁해 데뷔시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걔는 스타가 됐다”고 얘기하는 걸 들은 접대 여성도 적지 않다고 한다.
당연히 연예인들의 술 접대와 성상납 관련 정보도 많이 나돌고 있다. 뻔한 이야기다. 어느 여배우가 성상납으로 배역을 따내 스타가 됐다느니, 어느 여배우는 소속사 대표 애첩으로 지내며 술자리마다 따라와 고위층 인사들에게 술을 따르며 톱스타가 됐다는 등의 이야기다.
다만 접대 여성들은 이처럼 연예관계자들이 술자리에서 하는 발언들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말한다. 한 접대 여성은 “자기가 누구누구를 띄웠다는 수준에서 말이 끝나는 경우는 드물다”며 “결국은 너도 나한테 잘 하면 연예인이 될 수 있다는 식인데 그 얘길 어떻게 믿겠느냐? 2차비 안 내고 애들 데리고 나가려는 수작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 ‘뜨려고’냐 ‘살려고’냐
현직에서 일하는 접대 여성들은 최근 몇 년 새 연예인 지망생 내지는 신인이나 무명 연예인이 룸살롱에서 일하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말한다. 특히 10대 시절부터 연예기획사에서 연습생으로 오랜 세월을 보냈지만 결국 연예인으로 데뷔하지 못한 연습생들이 접대 여성으로 몰래 알바를 뛰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강남 역삼동 소재의 룸살롱에서 일하는 한 접대 여성은 “요즘엔 연습생들이 이쪽에 정말 많아졌다”면서 “유명한 연예기획사에서 연습생으로 있는 애들도 있고 지금 데뷔해 잘 나가는 걸그룹 가수와 연습생 생활을 함께 해 매우 친하다는 얘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사실 지금까지 신인이나 무명 연예인들이 룸살롱 등에서 술 접대를 하는 것은 연예인으로 데뷔해서 뜨기 위한 목적이 대부분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흥업계에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 오랜 기간 연습생으로 지내다 보니 생활고를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하며 지내는 연습생들은 더욱 그렇다.
이처럼 생활고 때문에 몰래바이트로 유흥업소에서 접대부 일을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보니 ‘뜨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서’ 그 일을 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