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대통령 방미 수행 “저요, 저요”
왼쪽부터 윤창중 대변인, 김행 대변인
최근 사석에서 만난 청와대 관계자는 뜬금없이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공동 대변인들을 입에 올렸다. 같은 기자 출신으로 지나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던 두 사람처럼 박근혜 정부 초대 청와대 대변인을 맡은 윤창중·김행 대변인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였다.
청와대에서는 5월 5일부터 10일까지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방미 때 두 대변인 중 누가 수행할 것인지가 관심사로 떠오른 바 있다. 윤·김 두 대변인 모두 자신들이 가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일각에선 두 대변인 모두 방미 일정에 동행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더니 결국 그렇게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증 장애인 시설 방문 때 벌어진 ‘대변인 공백 사태’도 이와 관련이 있다. 박 대통령이 경기 파주시의 중증 장애인 시설을 방문했는데, 당시 청와대 대변인 중 누구도 이를 수행하지 않은 것. 이날 방문은 박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장애인 시설을 찾은 것으로, 보건복지부에서는 관련 보도자료까지 만들어 미리 배포하는 등 홍보에 열을 올렸다. 정작 박 대통령의 민생행보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청와대가 뒷짐을 지고 있었던 셈이다. 원래 김행 대변인이 수행하기로 돼 있었는데, 그는 그 시각 대통령의 방미 관련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대변인 간의 미묘한 기류는 진작부터 여기저기서 노출돼 왔다. 특히 두 대변인의 스타일은 상극에 가깝다. 정치부장과 정치 담당 논설위원 출신의 윤 대변인은 ‘청와대 대변인의 입은 무거워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가급적 브리핑은 짧게 하고, 기자들에게도 가급적 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반면 김 대변인은 ‘언론은 국정의 동반자’라는 입장이다. 기자들에게 가급적이면 정확하고 풍부한 설명을 해줘야 대통령의 뜻이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 대변인이 수석비서관들을 기자실로 이끌고 와 브리핑하도록 했던 것은 이 같은 인식을 반영한다.
이렇게 두 사람의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상대방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윤 대변인에겐 김 대변인이 ‘너무 말을 많이 해서 화를 자초하는 사람’으로 비치는 반면 김 대변인에겐 윤 대변인이 ‘불통의 주역’으로 비친다. 두 대변인의 관계가 계속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