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를 도발한 김일성이 그랬다. 북한의 월등히 우세한 군사력과 남한 내 공산세력의 호응으로 남침의 방아쇠만 당기면 3일 안에 적화통일을 이룰 것으로 믿었다. 승리를 더 확실히 하기 위해 그는 소련의 스탈린과 중국의 모택동을 뻔질나게 찾아가 지원 다짐을 받아냈다.
김일성이 벌인 전쟁의 결과가 무엇인가. 남북의 민간인과 군인, 참전 16개국의 유엔군, 중공군을 포함한 최소 100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그것의 배가 넘을 부상자, 1000만 명의 남북 이산가족, 산하의 폐허화와 민간 및 공공 재산의 파괴, 그리고 아직까지 극복 못한 남북분단이 아닌가.
우리 민족의 신음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잿더미가 된 일본에겐 전쟁 특수(特需)의 환호였다. 어디 그뿐인가. 전후 발호하기 시작한 공산세력을 척결해서 일본을 우익의 나라로 만드는 계기가 됐다. 한국전쟁을 발판으로 일본은 경제대국이 된 것이다. 김일성은 한반도를 초토화시켜 남 좋은 일을 시킨 꼴이다.
그 점에서 보면 북한의 대일 청구권자금의 청구 권리는 차고 넘치지만 협상은 시작도 되지 않았다. 남침을 자백하는 꼴이 되므로 전쟁 특수의 대가는 입 밖에 낼 수도 없다. 이런 참담한 결과들로 인해 생전의 김일성도 전쟁 도발에 회한이 컸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마당에 북한의 김정은이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극단적인 전쟁 위협을 일삼고 있다. 남한에 대해 핵무기로 불바다를 만들겠다고 하더니, 미국 워싱턴과 백악관을 겨냥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협박한다. 개성공단 철수에 이어 평양주재 외국공관에 철수를 요구하고, 서울주재 외국인에게도 철수하라고 위협해 전쟁 임박 분위기를 조성한다.
6·25 도발 당시 38세였던 할아버지 김일성보다 나이도 10세쯤이나 어린 그다. 당시 김일성에게 있었던 혁명가의 카리스마, 경제력과 군사력에서의 우세, 소련과 중국의 지원 가운데 김정은이 갖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남한에 종북 세력이 있다고 하나 질적으로나 수적으로 해방공간의 좌익세력만큼은 아니고,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의 대북 핵실험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도발 때 북한을 응징하러 서해로 진입하려던 미국의 핵잠수함은 중국의 항의에 방향을 동해로 틀어야 했지만 최근 한미 키리졸브 합동훈련 때 미군의 B-52 장거리 폭격기와 B-2 스텔스 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을 유유히 비행해도 중국은 침묵하고 있다.
6·25 때 미군의 참전은 보름 정도 걸렸으나, B-52 장거리 폭격기는 24시간 이내 보복 개시를 의미한다. 김정은이 핵무기 몇 개를 갖고 전쟁을 벌인다면 핵폭탄을 안고 자폭하겠다는 의미 밖에 안 된다. 따라서 김정은이 결코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유의할 것이 하나 있다. 북한의 위협에도 잘 버텨주던 한국의 증시가 요즘 들어 휘청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일본 증시는 ‘전쟁’ 소리만 들리면 오른다. 동족을 희생시켜 외세를 좋게 하는 일은 6·25로 족하다.
한남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