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블로거들 ‘국민 죽이는 정부’ 전파중
9·11 테러 등에 이어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도 미국 정부가 꾸민 일이라는 음모론이 돌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이와 달리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늘 그렇듯 색다른 주장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름이 아니라 음모론자들의 주장이 바로 그렇다. 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몇몇 블로거들은 이번 테러가 알카에다를 비롯한 무슬림 무장단체들, 혹은 미국 내 극우 단체들의 소행이 아니라 바로 미국 정부의 자작극이라는 충격적인 주장을 제기했다. 다시 말해 미 정부가 계획하고 각색한 ‘폴스 플래그(False Flag)’ 공격, 즉 ‘위장술책’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과연 무엇일까.
‘폴스 플래그’ 공격이란 본래 해군 전술 가운데 하나로, 상대편을 속이기 위해 선상의 국기를 바꿔서 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상시에는 자국의 국기를 달고 있지만 전시에는 적국을 속이기 위해서 일부러 자국기 대신 적국 혹은 적국과 우호적인 나라의 국기를 걸고 항해를 하는 것이다. 이는 목표물에 용이하게 접근하기 위해서, 또는 용이하게 도주하기 위해서 행하는 위장 전술의 일종이다.
음모론자들은 이런 해상 전술은 특히 국가가 여론을 정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고자 할 때 혹은 정책의 변화를 꾀하고자 할 때 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지금까지 가장 유명했던 ‘폴스 플래그’ 작전으로는 ‘통킹만 사건’이 있다. 이는 1964년 베트남 통킹만에서 일어난 북베트남 경비정과 미 구축함의 해상 전투 사건으로,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은 미국의 매독스호가 북베트남 어뢰정으로부터 선제공격을 받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결국 ‘통킹만 사건’은 미국이 공개적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게 되는 주요 계기가 됐다.
9·11 테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음모론자들은 부시 정부가 석유 이권을 둘러싼 이라크와의 갈등 때문에 일부러 테러를 일으켰고, 이를 핑계 삼아 이라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가까운 예로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사건이 있다. 스무 명의 초등학생들과 여섯 명의 교사가 사망한 이 사건으로 미국에서는 현재 총기규제법안의 강화를 두고 찬반양론이 거센 상태다. 오바마 정부는 총기 구매 시 신분조회 확대, 전과 조회 확대, 불법 총기 거래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보다 강화된 총기규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의회와 씨름을 벌이고 있다.
9·11 테러 당시 장면과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모습. AP연합뉴스
그렇다면 이번에 발생한 보스턴 마라톤 폭발사건은 어떨까. 사건이 발생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우파 성향의 웹사이트인 ‘인포워스닷컴(InfoWars.com)’의 운영자이자 9·11 테러가 미 정부가 꾸민 자작극이라고 믿는 단체인 ‘9/11 트루서(truther)’의 일원인 알렉스 존스는 트위터에 “이번 사건에서는 지독한 냄새가 난다”는 글을 올렸다. 이번 사건의 배후에는 미 정부가 있으며, 미연방수사국(FBI)이 모든 사건을 지휘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연의 일치일지 몰라도 미군은 이번에 발생한 폭발사고와 거의 비슷한 폭발사건 대응 군사훈련을 비슷한 시기에 실시했으며, 이것은 FBI가 폭발 사건의 배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자작극을 꾸민 이유에 대해서는 시민들 사이에 불안감과 공포감을 조성해 정부의 통제하에 두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지난 몇 년 동안 추락했던 국토안보국과 교통안전국의 위상을 높이고 권력의 팽창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인포워스’의 라디오쇼 진행자인 댄 바이돈디 역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라디오쇼에 출연한 매사추세츠 주지사인 데벌 패트릭에게 “왜 폭탄이 터지기 직전 스피커에서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안내방송을 내보냈는가?”라고 물으면서 “혹시 시민들의 자유를 박탈하고, 국토안보부의 건재함을 홍보하기 위해서 벌인 또 다른 폴스 플래그는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패트릭 주지사는 “아닙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고 “다음 질문 하시죠”라고 넘겨 버렸다. 허무맹랑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폴스 플래그’와 관련된 음모론은 현재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상태. 누리꾼들은 증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있으며, 명확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겠다며 벼르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모든 ‘폴스 플래그’ 음모론이 그랬듯이 이번 역시 의혹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인기 애니메이션 테러 암시 의혹 “끔찍한 짜깁기일 뿐” 하지만 이 동영상은 지난달 17일 방영된 에피소드인 ‘터번 카우보이’ 장면들의 순서를 뒤바꿔 짜깁기한 영상이었다. 유튜브에서 수많은 의혹을 불러 일으켰던 이 편집본 동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 폭스 방송 역시 다시보기 서비스에서 해당 에피소드를 삭제했으며, 제작자인 세스 맥팔레인은 “끔찍한 편집본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며 <패밀리 가이>와 폭발 사건이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