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몬스터’ 송곳 직구 보여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무대에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선두타자와의 승부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시즌 초반 류현진에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탈삼진 능력과 득점권에서의 위기관리 능력이다. 류현진은 3경기 18.2이닝 동안 20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9이닝당 탈삼진 9.6개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한국무대에서의 통산 9이닝 당 탈삼진율 8.8개를 뛰어넘는 수치며, 팀 내 에이스인 클레이튼 커쇼의 그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숫자다.
위기관리능력 역시 발군이다. 세 경기에서 류현진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0.083(12타수 1안타)에 불과하다. 첫 등판이었던 샌프란시스코전 4회 호아퀸 아리아스에게 적시타를 내준 이후에는 득점권에서 8타수 무피안타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류현진의 슬라이더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류현진의 4가지 구종 가운데 가장 위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던 슬라이더가 좌타자를 상대로 효율적인 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애리조나 전까지 류현진의 좌타자 피안타율은 제로다. 14명의 타자를 상대해 볼넷만 하나 내줬을 뿐 13타수 무안타로 철저히 틀어막고 있다.
상대 타선이 우타자 중심의 라인업을 들고 나와 아직까지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슬라이더를 거의 던지지 않았던 시범경기에서 좌타자 피안타율이 .250이었음을 감안하면 류현진의 슬라이더는 분명 그의 성공적인 연착륙에 도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류현진이 잡아낸 20개의 삼진 가운데 가장 많은 8개를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삼았을 때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슬라이더-8개, 직구-6개, 체인지업-5개, 커브-1개).
투구패턴의 변화도 인상적이다. 첫 등판이었던 샌프란시스코전에서 류현진은 직구 위주의 투구를 했다. 하지만 데뷔전이라는 긴장감 탓인지 직구의 구위가 완전치 못하며 6.1이닝 동안 무려 10개의 피안타를 허용했다. 직구의 구위가 온전치 못하자 체인지업의 위력이 반감되는 것은 당연했으며, 샌프란시스코 타선은 만만해 보이는 류현진의 공을 적극적인 타격으로 걷어내고 있었다.
첫 경기에서 류현진은 10개의 피안타 가운데 8개를 직구와 체인지업 승부에서 내준 것이었다. 당일 류현진은 직구 53%, 체인지업 30%의 구사율을 보였으며, 커브와 슬라이더는 각각 8.8%와 7.5%에 그쳤다. 하지만 이후 두 경기에서는 직구의 구사비율을 줄이는 대신 커브와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여 나갔다.
체인지업의 구사율은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첫 경기 53%의 직구 구사비율은 피츠버그전 48%에 이어 애리조나 전에서는 47.7%로 조금 더 떨어뜨렸다. 대신 커브와 슬라이더의 비율은 첫 경기 도합 16.3%에서 이후 두 경기는 각각 24%와 24.4%로 끌어올렸다. 브레이킹볼의 비율을 높이면서 더욱 효과적인 투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직구 최고 구속은 93.2마일(150km)로, 한국 무대에서의 95마일(153km)에 비해 낮게 나오고 있다. 물론 시즌이 계속될수록 직구 최고구속은 점점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여러모로 한국 무대에서와 같은 상대 타자를 윽박지르는 투구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구 패턴의 변화는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류현진이 이 시점에서 더욱 고민해야하는 부분은 향후 투구에서 커브와 슬라이더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끌고 가야할지 결정하는 일이다. 슬라이더와 커브의 비율을 계속해서 늘려갈 수는 없는 일이며, 결국 투수가 효율적인 투구를 위해서는 직구의 위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고등학교 시절 토미 존 수술을 받은 경험이 있는 점도, 팔꿈치에 무리가 가는 슬라이더의 비중을 마냥 늘릴 수는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류현진은 세 경기에서 단 3개의 볼넷만을 허용하며 빼어난 제구력도 과시하고 있다. 또한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따라 공 반 개 내지 한 개 사이를 넣고 빼는 정교함은 메이저리그에 갓 데뷔한 신인 신분임을 무색케 하고 있다.
류현진의 빼어난 제구력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가 있다. 류현진은 세 경기에서 먼저 볼 3개를 던지며 불리한 볼 카운트에 몰린 게 다섯 차례였다. 하지만 3-0의 볼 카운트 이후 승부에서 류현진은 볼넷 한 개만 내줬을 뿐 4타수 무피안타로 막아내고 있으며, 불리한 볼 카운트를 딛고 삼진도 두 차례나 잡아내고 있다. 또한 12차례 맞이했던 풀 카운트 승부에서도 상대 타선을 10타수 무피안타 2볼넷 6탈삼진으로 틀어막고 있다. 코너에 몰릴수록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와 관련해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먼저 류현진은 유리한 볼 카운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류현진은 초구에서 승부가 난 10명의 타자를 제외한,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졌을 때의 피안타율이 .343에 달하고 있다. 투수에게 절대 유리하다는 0-2의 카운트 이후 승부에서도 그의 피안타율은 .286을 기록하고 있다. 올 시즌 류현진의 피안타율 .183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류현진의 첫 세 경기에서의 성적이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관점과 다르게 다가오는 부분이 이 지점이다. 류현진은 오히려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타자와의 승부를 시작했을 때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초구에 볼을 던졌을 때 피안타율은 .192이며, 앞서 언급했던 스리 볼 이후 승부뿐만 아니라 투 볼 이후의 승부에서도 상대를 10타수 무안타로 꽁꽁 묶어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가능한 것은 류현진이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의 핀 포인트 제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되면서 체력적으로 부담을 가질 경우 가장 먼저 드러나는 증상은, 제구 불안으로 인해 공이 한 가운데로 몰리는 부분이다. 유리한 볼 카운트를 살리는 것 못지않게 볼 카운트 싸움을 효과적으로 해낸다면 보다 인상적인 투구가 이뤄질 수 있다.
지난 16일까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들의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졌을 때의 피안타율은 .223로 볼을 던졌을 때의 .266보다 4푼 이상 낮았다. 하지만 류현진의 경우 전혀 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야구라는 운동이 종국적으로 평균에 수렴하는 스포츠라는 사실은 류현진 본인이 더욱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과제도 있다. 류현진은 지난 애리조나 전까지 21번의 이닝에서 무려 9차례나 선두타자를 출루시키고 있으며, 선두 타자를 상대로 한 피안타율은 4할에 달하고 있다. 류현진이 기록한 6실점 모두는 선두타자를 출루시킨 이닝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반대로 선두타자를 막아낸 나머지 이닝에서는 전혀 실점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연착륙을 넘어 메이저리그 무대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선두 타자와의 승부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하는 류현진이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
ML 루키 투수들 데뷔 성적은 쿠바 출신 괴물 호세 페르난데즈 ‘훨훨’ 현재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신인 선발 투수는 마이애미의 호세 페르난데즈다. 빈약한 타선 탓에 아직까지 메이저리그 데뷔승을 따내지는 못한 페르난데즈는, 16일까지 2경기에 선발 등판해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0.82를 기록하고 있다. 피안타율은 .133이며, 이닝 당 출루허용률을 나타내는 WHIP는 0.727을 기록하고 있다. 97마일에 육박하는 직구 최고구속을 앞세운 페르난데즈는 묵직한 구위를 앞세워 두 경기에서 단 하나(2루타)의 장타만을 허용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의 쉘비 밀러도 좋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막판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밀러는 시즌 첫 등판에서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5.1이닝 2실점 호투로 메이저리그 첫 선발승을 따낸 뒤, 13일 밀워키 전에서는 7이닝 1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로 2경기 연속 승리투수가 됐다. 2경기 12.1이닝 동안 허용한 피안타는 단 5개로 피안타율은 .119에 불과하다. 왼쪽부터 쉘비 밀러, 트레버 바우어. 이외에도 밀워키의 윌리 페랄타가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하고 있으며, 휴스턴의 브래드 피콕은 1승 1패 평균자책점 4.82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한동안 애리조나를 대표하는 유망주였으며 추신수의 3각 트레이드 때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트레버 바우어는 1경기에 등판해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5이닝 3실점에 그쳤다. 시범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4와 함께 9이닝 당 탈삼진 12.1개를 기록하며 기대를 모은 애틀랜타의 훌리오 테헤란은 정작 정규시즌 들어 평균자책점 7.36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중겸 순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