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스(슈퍼 에이전트) 측 “일단 지켜보고 있다”
강정호는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획득하면 미국 진출을 적극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류현진(26·LA다저스)의 미 메이저리그 진출이 성공하고서 한국야구계엔 류현진 못지않게 두 사람의 이름이 화제로 떠올랐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그의 한국인 파트너 전승환 보라스코퍼레이션 한국지부 이사다.
자칭 ‘메이저리그 전문가’로 자처하는 이들이 류현진의 포스팅 금액으로 “기껏해야 1000만 달러도 받기 힘들다”는 부정적 예상을 내놨지만, 두 사람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LA 다저스로부터 포스팅 금액 2573만 달러(약 286억 원)를 받아냈다.
연봉 협상 때도 국내의 자칭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의 예상은 죄다 빗나갔다. 보라스와 전 이사는 협상 마지막 날까지 줄타기 협상을 시도하며 류현진이 바랐던 6년간 3600만 달러(약 400억 원) 계약을 관철했다.
두 사람의 협상력이 빛난 까닭일까. 미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국내 선수들 사이에서 보라스와 전 이사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고 있다. 실제로 이들과 에이전트 계약을 맺고 미국 진출을 추진하려는 선수들이 꽤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캇 보라스
항간엔 강정호가 이미 보라스 측과 에이전트 게약을 맺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올 초엔 “보라스와 강정호가 계약 사실을 발표하려 준비 중”이란 말까지 돌았다. 그러나 이 같은 소문은 아직 소문으로 그친 상태.
전 이사는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과 꾸준히 만남을 지속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할 내용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강정호 계약 건에 대해서도 “시즌 중이라, 그저 강정호의 활약을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전 이사가 윤석민(KIA), 류현진과 에이전트 계약을 맺을 당시 투명한 공개로 억측을 불식시켰던 전례를 비춰보면 강정호와 보라스의 계약설은 아직 추측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캇 보라스가 한국 선수들에게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투수뿐만 아니라 타자들 중에서도 추신수의 뒤를 잇는 파워히터가 존재한다면 보라스는 과감히 베팅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강정호의 미국 진출 의지가 원체 강한 만큼 보라스가 든든한 우군으로 등장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KBO 대리인제도 미시행 논란 “미국 대리인은 인정하면서…”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선수협) 김선웅 사무국장은 “세상이 변한 만큼 KBO와 구단들이 더는 몽니를 부리지 말고, 에이전트 제도를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구계의 헌법’으로 불리는 KBO 야구규약엔 이미 대리인(에이전트)제도가 명문화돼 있다. 김 국장은 “야구규약 제30조 대면계약에 보면 ‘선수가 대리인을 통하여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는 변호사법 소정의 변호사만을 대리인으로 하여야 하며…(이하 중략) 선수계약에 관여하는 변호사는 2명 이상의 선수를 위하여 선수계약에 관여할 수 없다’는 조항이 적혀 있다”며 “규약에 명시된 대로 하루빨리 대리인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리인 제도가 명시돼 있음에도 12년이 흐르도록 유명무실한 조항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KBO와 구단이 조항 맨 밑에 ‘대리인 제도의 시행일은 부칙에 따로 정한다’는 단서를 달아놨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조항은 만들되, 언제 시행할지는 무기한 유보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김 국장은 “구단들이 ‘대리인 제도가 시행되면 선수 몸값이 폭등해 구단 경영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그러나 일본 프로야구의 예에서 보듯 대리인 제도로 선수 몸값이 폭등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일본 프로야구는 2001년 대리인 제도를 시행한 이후, 우려했던 선수 몸값 폭등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되레 선수들이 계약 협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훈련에만 매진해 구단으로부터도 ‘시행하길 잘한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야구계와 법조계는 “윤석민, 류현진의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가 KBO와 구단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마당에 KBO와 구단들이 정작 KBO리그 선수들을 대리하려는 에이전트의 활동을 막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내년 시즌부터 국내 선수들도 에이전트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받을 수 있는 선진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법조계와 정치계는 프로야구 대리인 제도 시행을 위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5월 중순 대리인 제도 시행을 위해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고,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4월 16일 공개회의를 통해 대리인 제도 시행을 비롯한 프로야구 선수 권리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 |